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들에도 불구하고 '더 저지'는 투쟁 정신을 갖춘 품격있는 신문이며 현 정부는 장기 집권탓에 경제적, 도덕적, 그리고 성적으로 타락했다. 그 대표적 인물인 가머니는 당장 목을 베어 접시에 올려야 마땅한 비열한 인간이라는 여론이 폭넓게 조성되었다. 일주일 사이 판매부수는 10만부 가까이 뛰어올랐다. 버넌은 반대 여론이 아닌 신문사 각 부서장들의 침묵에 맞서 싸우는 기분이었다. 원칙에 입각한 자신들의 반대의사가 회의록에 남아주는 한, 그들도 속으로 버넌이 일을 계속 추진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버넌은 논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었다. 왜냐하면 평기자들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이제는 두마리 토끼를 한 손에 넣을 수 있음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신문을 구하면서도 양심도 더럽히지 않는 일이었다.(119-120쪽)

번역문젠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 하여튼 딱히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 이 소설을 보다가 이 문장에서 갑자기 심장이 딱 멈추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젠장!! 이거 내 얘기 아냐?
하는 일 없으면서 입만 살았고(아니 내가 생각해도 잘난척 떠들지는 않는것 같으니 이건 좀 봐줄까?) 몇 푼의 자선과 몇 푼의 정치후원금으로 양심을 사고 면죄부를 산듯 슬그머니 나를 용서해버리고....
그런데 그런 나의 양심이란게 결국 대외 선전용일뿐이란걸 이렇게 꼬집어서 말하다니.....
행동없는 비판, 나의 살길을 침범하지 않는 한에서의 적당한 양심의 세탁....

책에서 이렇게 나의 이중성을 만나게 되는 날은 당황스럽고 부끄럽다.
그 부끄러움이 잠시의 부끄러움으로 끝나버린다는게 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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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04-2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 탓인가?
저랑 똑같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계셨군요. ^^
따끈한 코코아라도 한잔 하셈~~

바람돌이 2008-04-2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코아는 없고 커피는 한잔 하고 있어요. ^^;;

Mephistopheles 2008-04-23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럼 전 쥐구멍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거잖아요!

바람돌이 2008-04-23 23:49   좋아요 0 | URL
이건 그냥 저를 향한 자조 같은건데 이렇게 댓글 다시면 민망하거든요.ㅠ.ㅠ

순오기 2008-04-2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모르지만, 저도 책에서 나의 이중성을 만나면 정말 쥐구멍 찾고 싶어요.ㅠㅠ

바람돌이 2008-04-23 23:50   좋아요 0 | URL
가끔 책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어떤 문장하나에서 나의 모습을 만날때도 있네요. 그럼으로써 자신을 다시 다잡도록 하는것도 책에서 얻는 보물이겠죠?

클리오 2008-04-23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못한 사람도 있다는 말을 해봤자 위로도 안되고 위로하셔도 안되겠죠? ㅎㅎ 한반짝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얄텐데 말이죠

바람돌이 2008-04-23 23:53   좋아요 0 | URL
진짜 위로는 아니다 그쵸? ㅎㅎ 지금 당장은 그저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 정도... 더 이상 나아가야 한다면 어디로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이유는 알아요. 제가 가진것들을 놓지 않는 선에서 할수 있는 것만 찾기 때문이라는 거 말예요. 아 간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