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들에도 불구하고 '더 저지'는 투쟁 정신을 갖춘 품격있는 신문이며 현 정부는 장기 집권탓에 경제적, 도덕적, 그리고 성적으로 타락했다. 그 대표적 인물인 가머니는 당장 목을 베어 접시에 올려야 마땅한 비열한 인간이라는 여론이 폭넓게 조성되었다. 일주일 사이 판매부수는 10만부 가까이 뛰어올랐다. 버넌은 반대 여론이 아닌 신문사 각 부서장들의 침묵에 맞서 싸우는 기분이었다. 원칙에 입각한 자신들의 반대의사가 회의록에 남아주는 한, 그들도 속으로 버넌이 일을 계속 추진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버넌은 논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었다. 왜냐하면 평기자들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이제는 두마리 토끼를 한 손에 넣을 수 있음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신문을 구하면서도 양심도 더럽히지 않는 일이었다.(119-120쪽)
번역문젠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 하여튼 딱히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 이 소설을 보다가 이 문장에서 갑자기 심장이 딱 멈추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젠장!! 이거 내 얘기 아냐?
하는 일 없으면서 입만 살았고(아니 내가 생각해도 잘난척 떠들지는 않는것 같으니 이건 좀 봐줄까?) 몇 푼의 자선과 몇 푼의 정치후원금으로 양심을 사고 면죄부를 산듯 슬그머니 나를 용서해버리고....
그런데 그런 나의 양심이란게 결국 대외 선전용일뿐이란걸 이렇게 꼬집어서 말하다니.....
행동없는 비판, 나의 살길을 침범하지 않는 한에서의 적당한 양심의 세탁....
책에서 이렇게 나의 이중성을 만나게 되는 날은 당황스럽고 부끄럽다.
그 부끄러움이 잠시의 부끄러움으로 끝나버린다는게 또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