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 찧는 호랑이 - 우리 옛이야기 곧은나무 그림책 19
서정오 지음, 이춘길 그림 / 곧은나무(삼성출판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직전에 큰아이와 호랑이 얘기를 하겠됐다.
만약에 호랑이가 우리집에 들어오면 어떡하지?라니까
잠시 생각하다가 "음~~ 망치로 때려줄거야"란다.
"야~~~ 그러면 호랑이가 너무 아프잖아? 그건 좀 너무해!"라고 하니 작은 녀석이 옆에서 그래 너무해하면서 후렴을 붙이고....
그러자 큰 녀석은 다시 "휙 들어서 집 밖으로 내보낼거야"라고 한다.

이런 호랑이의 이미지가 어디서 생긴 것일까?
뭐 실제로 호랑이를 볼 기회도 없었으니(있었다해봤자 동물원에서 두번 정도인듯...) 그림책들 속에서 얻은 호랑이의 이미지의 공이 클듯하다.
어쩜 그리 우리 전래동화속의 호랑이들은 그렇게 심술궂으며 그러면서도 멍청하여 여기저기서 수난을 당하냐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호랑이는 무섭다기 보다는 심술을 많이 부리고 못됐으니까 혼내줘야 하는 그 무엇으로 인지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일 바로 뒤에 이 책을 읽어주는데 아이들에게 고정화된 그 호랑이의 이미지와 똑같은 호랑이가 또다시 등장한다.
고개너머 마을잔치에 다니러간 부모님.
둘이서만 달랑 집을 지키며 감자를 구워먹는 아이들
여기서 당연히 나타나는 호랑이 - 아 쟤들을 잡아먹고 맛있는 감자도 먹어야지. ㅎㅎ
호랑이 역시 집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노력도 무지하게 하고,
하지만 역시 한 수 위인 아이들!
호랑이의 침입을 막기 위해 호랑이 보다 한수위의 지혜를 짜내고 나중에는 호랑이의 어리석음을 이용해 엄마가 다 못찧고 간 좁쌀까지 깔끔하게 찧어내다니말이다 . ^^

아이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구조이다
그 크고 험상궂게 생긴 호랑이가 아이들과 비슷해보이는 나이의 오누이에 의해 혼이 나서 쩔쩔매는 모습이라니... 아이들이 박장대소하며 즐거워 한다.

또한 전체적으로 갈색톤의 그림이 편안하게 그림을 볼 수 있게하며, 세밀하게 그려진 호랑이의 모습과 대비되어 간략하게 그려진 오누이의 얼굴은 그림책속 주인공들의 성격을 잘 나타내어준다.
거기다 간단한 점과 선만으로도 풍부한 표정을 보여주는 오누이의 모습은 아이들이 감정이입을 하기에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용에 있어서도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우리 옛 이야기의 구수한 맛을 잘 살려낸 구어체라 읽어주는 사람이 오히려 신이 나서 읽어주게 된다.
같은 얘기라도 어떻게 언어를 고르고 다듬느냐에 따라서 얘기의 맛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다른 전래동화 그림책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굉장히 중요한 특징이 있다.
보통의 전래동화에서 오누이가 나오면 보통 오빠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누이동생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거나 아니면 뭔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결정적이 실수를 하는 역할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그림책속의 오누이는 정말 철저하게 동료이자 같이 주도성을 발휘하는 동등한 존재로 표현되어 진다는 것.
오빠와 동생은 어떤 경우에는 의견을 제시하는 주도자로, 어떤 경우에는 다른 사람을 돕는 협조자로 역할을 바꾸어가면서 나타나 이상적인 역할 분담을 보여준다.
그러한 협력의 결과 마지막 가까이 가서 방아를 찧는 호랑이와 그 호랑이를 혼내주고 좁쌀도 찧는 일석이조의 결과를 일구어낸 오누이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다.
장난기 어린 표정과 한편 서로를 대견해 하는 표정이 정말 아름다운 장면으로 남는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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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2-1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예린과 해아가 즐거워했다니 좋아요.
저는 그렇게 여러번 읽어도 오누이의 이상적인 역할분담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래서 리뷰를 나누고 토론을 하는게 중요하다 싶어요. 호랑이를 집어 던지는 이야기는 '반쪽이'에서 잘 나타나죠.ㅎㅎ 호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 중 아이들이 좋아한 것으로 리스트 작성한 게 있었는데...

바람돌이 2008-02-17 01:58   좋아요 0 | URL
한동안 바빠서 서재에 제대로 들어와보지도 못했어요. 답글과 함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도 드려야 하는데 말이죠. 덕분에 아이들에게 즐거운 시간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 순오기님을 보면 말이죠. 전 아무래도 너무 게으른 엄마인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