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시게는 홀로 중얼거렸다. 다케다 신겐이 사람이 곧 성이라고 했던가. 분명 그러하다. 성이 견고한 것은 해자가 깊고 성루가높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버티고 있는 장졸들이 성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 P40
숨죽이고 도움을 기다리는 나날 속에서 마음에 드리운 불안은내부에서 적을 찾게 만든다. 저기는 가신이 아니니까, 저기는 셋쓰 사람이 아니니까, 저기는 타지에서 왔으니까, 사람들은 그런차이를 찾아내 그들을 배신자로 몰아세우려 한다. 의심에 무너져 서로를 끝없이 의심하고 죽이며 끝내 와해한 가신들을 무라시게는 수도 없이 보아 왔다. - P248
절대 나갈 수 없는 성 밖에서 훌쩍 나타나 부처의 가르침을 전했던 무헨은 성안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 그 자체였다. 사후 극락왕생의 약속보다도 아리오카성이 오다 병사들이 이룬바다에 둘러싸인 외딴섬이 아니라 바깥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믿음이야말로 구원이었다. 하지만 무헨은 죽었다. - P329
"소홀한 건성의 방어가 아니다." 무라시게가 말했다. 35 "빈틈없이 지키라는 내 명령, 바로 그것이다. - P403
무사는 죽는다. 물론 사람은 모두 죽지만 무사에게 죽음은 도구나 다름없었다. 창끝에 몸을 던지고, 자기를 겨누는 총구 앞에서살아가는 게 무사다. 죽는 것은 상관없다…. 아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그래도, 오히려 그렇기에 개죽음은 당할 수 없었다. - P438
"저희는 다만 죽음으로도 그 고통이 끝나지 않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 P472
주군이 내리는 벌은 사죄로 용서받을 수 있다. 신불의 벌은 기도로 면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백성과 가신이 내리는 벌은 누구도 저항할 수 없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그것이야. 그래서 모반했다. 나는 그저 아라키 가문을 남기려 했을 뿐이다. 무사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을 뿐이다. 무너져 가는 오다에게 휘말리지 않으려 했을 뿐이다." - P498
‘갈고 또 닦은 이 마음속의 달은 티 한 점 없네. 찬란한 빛과 함께 서쪽으로 떠나리.‘ - 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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