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의 바다는 도시나 다리를 건설한 적도 없고, 비행 물체를 만들어 내지도 않았으며, 영토를 정복하기나 거리를 단축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었다. 인간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바로 이런 요소들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 대신 쉼 없이 자신의 모습을 무수한 형태로 바꾸고 변형하는 활동, 다시 말해 ‘존재론적인 자기 변형‘(솔라리스의 연구 과정에서 이런 과학적 조어가 정말 많이 탄생했다.)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었다. - P55
우리는 다른 행성에사는 종족을 정복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지구의 문화를 그들에게 전파하고 그들의 유산과 교환하고 싶을 뿐이라고, 그러면서 스스로를 ‘신성한 교류의 기사‘라고 여기지, 이것 또한 거짓일세. 우리는 인간 말고는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아. 다른 세계는 필요치 않은 거지.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인 거야. 지구에서 포화 상태에이르러 질식할 지경인데도 지구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거지. - P160
수많은 날개를 가진 괴상한 새들처럼 보이는 분리체들이 급변성체의 깔때기를 피해 도망가는 광경이 관측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지구에서 빌려 온 개념은 뚫을 수 없는 벽처럼, 솔라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아무런 도움드 되지못한다. 매우 드문 일이긴 하지만, 바위섬의 기슭에서 바다표범을 닮은 기묘한 형체가 떼를 지어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다. 가, 천천히 기어가서 바다와 하나로 결합하는 광경을 목격한사람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인류는 솔라리스와 처음 접촉하는 단계에서 자꾸만 지구에서의 개념과 경험에 비추어 모든것을 인식하려 했다. - P269
만약 내가 그녀의 소멸을 원한다. 면, 정말로 그렇게 될까? 그게 내 본심이 아니라면, 그녀가그 끔찍한 자살 미수에서 살아났을 때, 나는 왜 그토록 섬뜩한 느낌이 들었던 것일까? 인간이 자신의 잠재의식에 대해과연 책임질 수 있을까? 그러나 나의 잠재의식을 내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 P346
그렇다면 모른 척하면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끝까지. 왜냐하면 내 속에는 나 자신도모르는 생각과 의도와 희망, 그리고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훌륭하고, 또한 때로는 치명적인 바람들이 도사리고 있기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내부에 있는 어두운 구석이나 미로, 막다른 골목, 깊은 우물, 그리고 굳게 닫힌 시커먼 문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세계, 다른 문명과 접촉하기 위해 머나먼 행성까지 진출하고야 말았다. - P348
끊임없이 분해되었다가 다시 조립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제작자가 태엽을 감는 동시에 절망과 사랑의 메커니즘이 작동되는 시계와같은 존재, 더구나 우리는 고통이 반복된다는 걸 알고, 이러한 무수한 반복을 통해 고통이 점점 우스꽝스러운 것이 되고, 우스꽝스럽기에 그 고통이 더욱 깊어진다는 사실을 알지않는가. 인간 존재의 반복적인 재생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술에 취한 주정뱅이가 주크박스에 동전을 넣고 계속해서틀어 대는 진부한 멜로디처럼 재생할 수밖에 없는 걸까? - P446
내게 희망 따위는 이제 없다. 하지만 내 안에는 아직 일말의 기대감이 남아 있다. 그것은 그녀가 내게 남긴 유일한 자취다. 내가여전히 기대하는 완결과 환멸과 고통은 어떤 것일까? 나는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잔혹한 기적의 시대가 아직은 끝나지 않았음을 나는 굳건하게 믿고 있다. -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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