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못마땅한 사람,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본 이후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여기‘가 아닌 ‘저기 어느 곳의 매혹에 사로잡힌다. 파리의 시인 사를 보들레르 Charlos Pierro Baudeiarra 의 영혼은 이렇게 소리지른다. "마침내 나의 영혼은 폭발한다. 영혼은 현명하게나에게 외치는 것이다. 아무곳이라도 좋소! 아무곳이라도! 그것이이 세상 밖이기만 하다면! 3 가장 손쉬운 "이 세상 밖은 내가 살고있는 도시가 아닌 다른 도시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 우리는현실이 각인되어 있는 여기를 떠난다. 그리고 거기로 간다. 거기가어디든 좋다.  - P259

점점 베르사유는 루이 14세의 거처가 아니라 궁정 귀족사회 전체의 전시장이 되었다.
베르사유 궁은 궁전이 아니었다. 1744년 베르사유에는 하인을 포함해 1만 명 정도가 살았다고 한다. 베르사유는 파리를 대체하여왕의 궁정 예술을 찬양하는 ‘하나의 도시‘였다.
- P266

베르사유 궁정에 유폐되어 있던 세련됨은 이제 파리로 옮겨졌다. 모든것이 시각적으로 통제되었고 시각적 효과를 위해 동원되었던 베르사유의 전통은 파리로 이어졌다. 중세도시에 불과했던 파리는베르사유 몰락 이후 베르사유를 승계했다. 무조건 아름다워야 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심상이 아니라 시각적 자극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베르사유의 철칙을 물려받자 우리가 아는 파리, 우리가 사랑하는 파리가 등장했다. 잠시 베르사유에 주인공 역할을 넘겨주었던 파리는 다시 프랑스의 중심이 되었다. 파리는 베르사유를 그저 하나의 궁전으로 만들었다.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 도시다.
운 도시는 오로지 파리뿐이었다.
- P268

자본과 예술은 숨바꼭질한다. 예술은 충격을 주지만, 자본이 예술을 흡수하면 예술의 충격은 사라진다. 도발의 장소가 힙한 장소가되면 보헤미안과 그의 친구 댄디는 다른 거처를 찾아야 한다. 현대의 예술가는 19세기 제2제정기의 파리 현장에는 당연히 없다. 그들은 지금 파리의 어딘가에 숨어 있다.  - P320

히틀러는 군중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빈에서바그너의 음악에 매료되었던 것처럼, 군중이 자신에게 매혹되기를 원했다. 그는 시민들이 정치 지도자에게 열광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자신의 예술체험으로부터 터득하고 있었다. 이성이 아니라감성에 의해, 논리의 힘이 아니라 열광이라는 경험에 의해 정치에몰입할 수 있음을 알아챈 것이다. 그는 자신을 전시할 수 있는 발코니가 필요했다. 발코니에 서서 자신을 내보이면, 군중은 그를 바닥에서 올려다본다. 한번 그를 올려다본 사람은 그를 단순히 지지하는 게 아니라 그에게 열광한다. 유명인을 직접 마주친 사람, 더욱이 그 유명인과 한번 악수라도 한 사람은 곧 그 유명인에게 빠져든다. 총리의 발코니에 모이는 군중이 늘어날수록 히틀러에게 열광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 P338

"바그너를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극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바그너음악이 자기 안에 만들어내는 그 특별한 상태, 그 황홀경,
신비스러운 꿈의 세계로 벗어나는 그 탈출의 기회를 뜻했다. 17 바그너 음악이 제공하는 판타스마고리아 Phantasmagoria (환등상)는 종국에 "청취자를 국가주의적 자기 신격화와 잔인한 유머로 유혹 18한다. 히틀러의 바그너 애호는 한 권력자의 사적 취향이 아니었다. 그것은 예술로 위장되고 미화된 정치였다.
- P357

1942년 8월 9일의 연주는 현재의 콘서트홀 실황 연주나 레코딩된 음반으로 듣는 연주, 그러니까 오랜 기간 갈고 다듬은 수준에는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교향곡 7번은 100여명의 대규모 교향악단 편성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연주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교향곡이다. 그러나 연주의 수준과 음악회의 감동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1942년 8월 9일 레닌그라드 오케스트라는 유흥이나 교양의 표식으로의 교향곡이 아니라 히틀러가 야만적인 전쟁을 벌일 때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았던 레닌그라드를 소리로 표현했다. 교향곡7번 연주는 인간임을 증명하는 행위였다.
- P378

 베를린에서 태어났지만 베를린을 떠난 벤야민이 물었는데, 베를린은 벤야민에게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예술은 인간의 야만스러운 과거를 망각하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다시 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고, 베를린은 그런 의미에서 파리처럼 아름답지도 빈처럼 웅장하지도 않지만 가장 독창적인 예술적 도시라고,
이곳에서 예술은 진실에 다가간다. 진실에 근접한 예술을 베를린은 품고 있다. 베를린의 천사는 이 또한 목격하고 있을 것이다.
- P393

서울은 콘스탄티노플이 아니다, 그런데 생로병사를 피할 도리가 없는인간의 운명을 생각하는 한 여기는 콘스탄티노플이다.
- P405

서울은 빈이 아니다,
그런데 세계로 열려 있는 도시는 어디나 세기말 빈을 닮았다.
- P415

서울은 파리가 아니다, 그런데 우정이 경쟁을 압도하면그곳은 어디든 19세기의 세계수도 파리가 된다.
- P419

서울은 베를린이 아니다. 그런데 예술은 비록세상을 구원하지 못해도 고통을 기억함으로써 인간의 편이 되어준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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