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사령관들은 말을 잘 타지 않았다. 대체로 행군을 훨씬 더 선호했는데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편안함이었다. 말을 탈 때다리의 무게를 지탱해줄 받침대가 없는 탓에 다리를 늘어뜨리고 달려야 했다. 둘째로 보병들은 사령관이 그들과 함께 걷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야 비유적으로뿐만 아니라 문자 그대로 사령관과 눈높이를 공유했으니까. 셋째로 기병대가 제 위상을 착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로마 군대는 대부분 보병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보병이 기병보다 가치를 인정받았다. 수세기를 거치면서 기병대는 갈리아인, 게르만족, 갈라티아인 등 비로마인으로 이루어진 보조군이 되었다.
- P24

"아, 저런!" 옥타비아가 외쳤다. "마음이 무척 아팠겠어요."
"전혀요. 옥타비아누스의 아내는 과자를 조금씩 베어먹으며 말했다.
"애들 아버지가 싫어서 그애들도 싫어요."
"아이들이 싫다고요?"
"그게 어때서요? 아이들은 커서 결국 우리가 싫어하는 어른이 되잖아요."
- P106

이 모든 생각을 하는 와중에 클레오파트라의 마음속에서 남자이자애인으로서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단 한 차례도 수면에 떠오르지않았다. 그녀는 그저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그걸 어떻게 손에 넣을지궁리하기에 바빴다. 안토니우스와 함께했던 시간은 마음 깊숙한 곳 어딘가 남은 희미한 기억 속에서 퍽 유쾌한 기분전환이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염증이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단 한 번도 안토니우스에게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수단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를 통해 잉태했고, 나일 강이 범람했으며, 카이사리온은 결혼할 누이와 그를 도울 남동생을 얻었다. 지금 단계에서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권력뿐이었다. 그러니클레오파트라는 그가 가진 권력의 일부를 뜯어내야 했다. 어려운 주문이야, 클레오파트라.
- P145

그러나 안토니우스에게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큰 고민이하나 있었다. 여왕은 안토니우스의 파르티아 원정을 단호히 반대했으며 거기에 자신의 황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클레오파트라는 로마 군대가 파르티아의 공격을 받아 형편없이 작아질 것을 우려했다. 이 군대가 진짜 중요한 일을 하기 전에 수가 너무 줄까봐걱정이었던 것이다. 이 군대는 로마와 옥타비아누스에 맞시 싸워야 했다. 그녀는 이 계획을 안토니우스에게조차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그것은 늘 그녀의 머릿속에 있었다. 카이사리온은 이집트와 동방뿐만 아니라 카이사르의 세계까지 통치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를 막을 수 없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조차도.
- P168

안토니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이기 시작했다. 뱃속이 쑥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고 그 자신 말고는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음에 무력감이 엄습했다. 자신감을 되찾아 한껏 들뜨고 우울감과 분노가 사라진 요즘 그는 로마에서의 패권을 어떻게 되찾아야 할지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알아냈다고 생각했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외국 여왕이 지배하는 외국이라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물론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결혼할 만큼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이집트인도 알렉산드리아인도 아니었다. 로마인이었다. 그의 존재 모두가 로마의 것이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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