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만에 시월의 말 1권 완독

드디어 길고 길었던 카이사르와 보니파(공화파)의 내전이 끝났다. 
이 과정에서 카이사르의 진면목이 드러나는데 그의 가장 탁월했던 점은 전투능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치적인 능력이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로마는 이전의 작은 도시국가가 아니었고, 세계제국으로 성장한 로마에 걸맞는 체제를 가져오고자 하는 비전과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법 체계의 마련이었다.
그래서 그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바로 로마 내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연설하는 모습이다.
그의 연설을 읽고 있으면 부하군인들이나 로마의 시민들을 어떻게 자기편으로 만드는지 감탄 감탄!!
내가 로마 시내에서 그의 연설을 듣는듯한 기분이다.
내전 기간 동안 로마를 책임졌던 안토니우스(클레오파트라와 나중에 연애를 하는 그 안토니우스)가 자신의 부채를 없애기 위해 부채탕감법을 선동하자, 카이사르는
로마에 빚을 제일 많이 진 사람이 자신이라며, 그 빚을 탕감한다면 로마인을 위한 모든 사업이 어떻게 될지를 설명하고 나선다. 어떻게 청중을 휘어감을지를 아는 사람이랄까?
시월의 말 2권에서는 이제 모든 권력을 장악한 카이사르가 어떻게 로마의 체제를 만들어 갈지 흥미진진해진다.

또 하나 인상적인건 카이사르의 숙적이었던 카토의 죽음이다.
카토는 그야말로 자신의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것에 목숨을 건 철학자다.
이런 사람은 자고로 공부를 하고 철학자가 되어야지 정치를 했다는게 그의 불행이었겠지.
카토는 보니파의 마지막 결정적 패배 이후 주둔지 도시민들에게 카이사르는 관용적인 사람이니 복수는 없을 것이라고 하며, 항복을 권유한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절대로 항복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플라톤이 남긴 <파이돈>을 읽으며 영혼의 불멸성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일시적인 육체를 버린다.
이 장면은 굉장히 장렬하게 묘사되다가 주변인들의 소란으로 인해 갑자기 희극이 되어버리는데 재밌는 장면이다.
거기다가 카이사르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의 내용은 또 얼마나 카토다운지...
<다른 이들을 사면하여 법을 어기는 독재자에게 목숨을 빚지기를거부한다.>라고 썼다. 

이에 대한 카이사르의 반응은?
마지막에 <파이돈>에 의지해 영혼이 안 죽는다는 확신을 가진 후에야 자결할 수 있었다니, 참 그게 뭐라고? 불멸은 영혼의 불멸이 아니라 그가 한 업적에 의해 역사에 기록되는 것이라는 냉소를 날려준다.

그럼에도 건전한 반대자 없이 추종자만 남은 카이사르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2권은 더욱 기대되는 장면이다. 




건전한 정치적 경쟁이 존재하는 이상 내 추종자 중 거친 자들도 선을 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모든 정부 기관이 내 추종자들로만 꽉찬다면 나보다 젊고 야심 찬 누군가가 나를 죽이고 독재관 자리에앉는 걸 무슨 수로 막겠나? 정부에는 반드시 반대 세력이 있어야 해!
없어도 되는 건 보니야. 반내를 위해 반대하고 자기들이 반대하는게 뭔지도 모르는 자들이니까. 그러니 보니의 반대란 성실하고 신중한 분석의 결과물이 아니라 비이성적이었던 거야. 내가 과거 시제를쓴 것에 주목하게. 이제 보니는 없어. 아프리카 속주에서도 그걸 알게 되겠지.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올바른 반대였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내전을 해서 실제로 얻은 거라곤 반대의 절멸이지. 난 곤경에 처했어.
- P384

 예닐곱 살에 신녀가 된 소녀는 30년간 신녀로 산 후 평범하게 살 자유를 얻었고 원한다면 결혼할 수도 있었다. 파비아가 돌라벨라와 결혼했던 것처럼, 베스타 신녀의 임무는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그들은 로마시민들의 유언장 보호자 역할도 해야 했다. 카이사르가 로마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300만 부 이상의 유인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모두 꼼꼼하게 정리하고 숫자를 매기고 보관 상소를 구분해두었다. 로마 시민이라면 아무리 찢어지게 가난하다 해도, 전 세계 어느 곳에 살고 있다 해도 유언장을 작성해서 베스타 신녀들에게 맡겼다. 일단 신녀들이 받아들인 유언장은 신성불가침이었고, 사망 증거를 대고 권위자가 공증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손댈 수 없었다.
- P414

"카이사르가 어떻게 부채 탕감책을 실시할 수 있겠습니까?" 카이사르는 얼굴을 찡그리고 두 손을 들어올린 채 물었다. "여러분 앞에 있는사람은 로마에서 빚을 제일 많이 진 사람입니다! 네, 저는 국고에서 돈을 빌렸습니다 엄청난 금액을요! 그 빚은 상환되어야 합니다. 키리테스 여러분, 제가 정한 모든 대출에 공통되는 새 금리인 단리 10퍼센트로 상환되어야 합니다. 그에 대해 저는 전혀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제가 빌린 돈이 상환되지 않으면 곡물 분배 비용이어디서 나겠습니까? 포룸 로마눔을 보수할 돈은? 로마 군대에 들어가는 돈은? 도로와 다리, 수도교를 지을 돈은? 공공 노예들을 쓸 돈은? 곡창을 더 지을 돈은? 경기대회 개최 비용은? 에스퀼리누스 언덕에 새 제수지를 만들 돈은?"
- P438

렙티스 미노르에는 항만시설이 없었기때문에 배로 긴 해변에 최대한 가까이 간 후 병사들은 얕은 물속으로뛰어내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물론 카이사르가 제일 먼저 뛰어내렸다.
그러나 그의 전설적인 행운이 그를 버렸다. 뛰어내릴 때 휘청하더니 무릎까지 오는 물속에 대자로 넘어져버린 것이다. 아주 불길한 징조였다! 모든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카이사르는 고양이처럼 민첩하게 일어서며 두 주먹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주먹 안에서 모래가 줄줄 흘러내렸다.
"아프리카여, 너는 내 손안에 있다!" 그는 그렇게 소리치며 흉조를길조로 탈바꿈시켰다.
- P499

다른 이들을 사면하여 법을 어기는 독재자에게 목숨을 빚지기를거부한다. 마치 법이 그에게 그들의 주인이 될 권리를 준 것처럼, 법은 그런 적이 없다.
- P525

카이사르가 소리내어 웃었다. "차이점? 아니, 친애하는 칼비누스, 차이점이 아니오. 카토는 삶 자체를 이해한 적이 없소. 철학은 그가 이해할 능력이 없는 것을 처리하기 위한 수단이었지. 철학이 그의 행동 강령이었던 거요. 그가 스토아학파가 되기로 했다는 게 그의 천성을 말해주지 자기 부정을 통한 정화 말이오."
- P527

어떤 목소리가 속삭였다. 어디로 가고 있나,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왜 그것이 거의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 네가 원하는 걸다 이루었기 때문일까, 네가 원했던 방식으로 합법적 승인을 얻어서는아니었지만? 이미 일어난 일과 되돌릴 수 없는 일로 슬퍼하는 것은 소용없다. 그래, 되돌릴 수 없다. 설사 자갈만한 루비와 에메랄드, 바다 진주가 박힌 100만 개의 금관을 위해서라도.
하지만 경쟁자들이 없는 승리는 공허하다. 경쟁자 없이 카이사르가어떻게 빛날 수 있단 말인가?
승리의 아픔이란 전장의 유일한 생존자로 남는 것이다.
- P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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