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건축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관계를 만들고 사회를 형성하는 틀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남, 자연과 인간, 개인과 사회,
안과 밖 등 다양한 관계성을 통해 우리 문화와 사회는 발전했습니다.
- P7

강연회에 연사로 초청받을 때마다 나는 청중에게 공통된다음 2가지 질문을 받는다. 하나는 창의적 설계들이 탄생하는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두 번째는 아무 제약이 없다면 만들어 보고 싶은 건축물은 어떤 것인가이다. 첫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약‘이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무 제약도 주어지지않았으니 뭘 한다 해도 특별하게 만들 수 없다‘ 이다.
똑같은 사람이 없듯 무릇 똑같은 장소란 없는 법이다. 모든 땅에는 각기 다른 제약이 존재한다. 대지 조건과 규모의 제약, 법규적인 제약, 예산의 제약, 시간의 제약 등 매 프로젝트는매번 다른 제약들을 내포하고 있다. 건축설계란 늘 새로운 장소에서 생활하게 될 새로운 사람들과 그들의 새로운 꿈을 잇는작업이다.
- P13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각기 다른 장점만큼이나 각기 다른 약점을 지니고 있다. 나는 개인의 개성은 장점이 아닌단점들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라 본다. 단점이 치명적이고 복잡할수록 그만큼 발휘되는 개성은 남들과 차별화될 잠재성이있는 것이다.  - P14

건축가로서 건축주에게 새로운 계획을 제안할 때마다 항상논점이 되는 것은 특정한 기능을 가지지 않는 중정이나 넓은 복도와 같은 공용공간의 쓰임에 관해서이다. 왜 쓸모없는 공간을크게 만드는 것이냐고 물으면 이것이 전체적인 건축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여백‘이라고 나는 대답한다. 여기서 여백의 의미는아무 목적도 없는 ‘무의 공간‘이라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개입과 아이디어에 의해 ‘무한하게 가능성이 확장되는 시작으로서 비워진 공간‘이다.
- P30

비움으로 인해 건축은 단순히 주어진 기능을 담는 도구의틀을 초월한다. 진정한 완성은 미완을 품음으로써 사용하는 사람들이 채울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여백을 만들고, 또 우리를 그속으로 이끄는 것이다.
- P37

놀이와 학습에 경계를 두지 않고, 이 둘을 서로 연속된 것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입구에는 이런 놀이터 사용법이 적혀 있기도 하다. 작게, 자주 다쳐야 크게 안 다친다. 아이들이 놀다가 다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도 우리 도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모든 것이 딱딱하기만 하다. 이들의 주체성과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다양한 틈에 대한 시도가 더욱 다양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 P81

건축은 우리의 생활과 주변과의 관계, 나아가 생각하는 방식 전반을 바꾼다. 좋은 건축 속에서 살면 좋은 사람이 되기 마련이고좋은 도시공간에서 살면 보다 공감하며 소통하는 개방적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마련이다.
- P100

장소로서 지속되는 것이다. 좋은 랜드마크는 땅에 심은 것이 아니라 땅에서 자라난 것이어야 한다. 도시의 매력은 랜드마크로형상화되는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다양한 사건과 행위가 일어나는 집합적인 관계성에 있다.
- P128

건물과 길로 이루어진 도시, 그것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관계를 통해 내 것과 모두의 것 간의 경계가 모호하게 될 때 전체적인 도시공간이 풍성해진다고 믿는다.
- P152

완결된 형태가 아닌 것은 주변을 위한 배려이며, 그 의도된 부족함을 통해 주변을 포용하면서 비로소 그것은 하나의 완성된 풍경이 된다. 이러한 관계성을 토대로 한 공간적 가치는 사실 우리 건축이 가진 고유한 작동원리이자 본질이다.
- P157

수려한 산수가 주된 도시의 랜드마크인 우리 도시의 건축은 자연의 위대한 질서를 훼손하지 않도록 잘게 나누고 서로 연결하여 만드는 것이 옳다. 마치 자로 그은 듯한 외국 평지 도시의 질서와는 달리 다양한 틈과 흐름이 좋아야 한다. 작은 건축과 사이골목길들이 만드는 아기자기하고 느슨한 질서의 어울림이 우리도시공간의 정체성이다.
-승효상 - P224

 로마네스크, 르네상스, 고딕, 모더니즘, 미니멀리즘 등의 유행 순서대로 양식을 나열해 나가면 그럴듯한 건축사의 체계가 정리된다. 하지만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예술이 표현의 문제인 반면 건축은 우리 삶 속 다양한 관계들에 대한 해답을찾는 일이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새로운 삶이 조직된 설계도를
‘본다‘가 아닌 ‘읽는다‘고 한다. 우리를 만드는 것은 건축이 표현하는 시각적 디자인이 아닌, 그것이 조직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건축의 표피를 절개하여 스타일이라는 화려한 치장물을 발가벗기면 비로소 관계성이라는 속살이 드러나는 것이다.
- P232

 하지만 모든 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투명함이다. 기술이란만들고자 하는 것의 본질을 가장 명쾌하게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것은 마치 내용물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
혹은 인간이 호흡하기 위한 공기와 같다. 그래서 기술이란 연마할수록 투명해져서 결국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 P260

공간의 지속가능성이란 공간을 통한 관계성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건축을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사회와 그것이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삶의 방식, 또는 공간을 매개로 한 관습화된 관계성에 대한비판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건축은 창조적 대안을 모색하는행위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결국 공간으로 말해지고 새로운 건축이 새로운시대를 연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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