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간은 우리의 안식처가 되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말하고사랑했다. 모두가 어제까지의 일이다. 오늘 우리는 그곳을 떠난다.
그리고 우리는 미세한 변화를 거쳐 다른 존재가 된다. 두 번 다시그때와 똑같을 수는 없다. 길 가다 점심을 먹기 위해 우연히 들른식당에서 손을 씻기 위해 들어간 어둡고 낯선 방, 그 방의 낯선 손잡이, 여기저기 찢겨진 벽지, 세면대 위에 붙은 금 간 거울 같은 모는 것이 그 순간에는 내게 속해 있다. 나와 그 화장실은 서로를 안다. 그것이 현재이다. 거기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 나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금 간 거울은 그 모습을 비춘다. 그 순간은, 그 순간의 나는 그렇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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