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가장 치욕스허운 것은 희망이었다. 처음에는 아주 기만적으로 파고들어 교황하게 위장하고 있다가 이내 모습을 드러낸 희망, 일주일만 있으면 그것은 밖으로 나와 천국의 문에서 지저귀고 쌕쌕거리고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심지어 지금도 그것은 바지런을 떨며 그녀에게 말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사이먼이 그녀의 집 진입로로 들어서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문 앞에서양손을 모으고 서서, 빌고 놀리고 사과하며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고. 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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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라운 것은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아이스크림 접시처럼 두껍고 평범하게 제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그녀가 달아나며 벗어나려 하는 것은 실망, 상실, 파경만이 아니며 그와 정반대되는 것. 즉 사랑의 축복과 충격, 그 눈부신 변화이기도 한 것 같았다. 그런 것들이 안전하다 해도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둘 중 어떤 경우라도 결국엔 뭔가를, 자신만의 균형추이건 진실성의 작고 메마른 알맹이이건, 빼앗기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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