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병이란 결코 상실이나 과잉만이 아니다. 병에 걸린 생명체, 다시 말해서 개인은 항상 반발하고 다시 일어서고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하고 주체성을 지키려고 한다. 혹은 잃어버린 주체성을 되찾으려하고 아주 기묘한 수단을 동원하면서까지 반드시 반응한다. - P22
그렇더라도 인간은 기억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아닙니다. 인간은 감정, 의지, 감수성을 갖고 있는 윤리적인 존재입니다. 신경심리학은 이런 것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학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이 영역에서 당신은 그의마음에 영향을 미쳐 그를 변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P69
성스러운 종교의식을 추호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의 마음은 미사의 정신과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었다. 긴장과 정숙이 감도는가운데 그는 완전히 무아지경에 빠져서 종교의식에 자신을 내맡기고있었다. 그런 모습 어디에서도 기억상실증이나 코르사코프 증후군의기미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병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생각할 수없을 정도였다. 이제 그는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메커니즘의 희생자가아니었다. 기억상실증이나 기억의 불연속 따위가 도대체 그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는 어떤 하나의 행위에 그의 존재를 기울여 그것에 몰두했다. 인간에게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유기적인 통일을, 바늘 하나도 꽂을 틈 없는 연속을 그는 달성하고 있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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