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핀은 정말 볼가강으로 향했다. 배 끄는 인부들과 친해져 그들의표정과 동작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싫증 내지 않고 귀를 기울이자 그들 한 명 한 명이 실로 개성 넘친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레핀 자신이 지금까지 극빈층을 하나의 검은 집단으로밖에 보지않았다는 증거였다. 둔전병(屯田兵)의 아들로 태어나 고생 끝에 미술학교에 다니는 처지면서도 계급 사회에 눈이 어두웠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의 눈은 인간 자체를 향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완성한 그림이 〈볼가강의 배 끄는 인부들이다. - P101

둥근 유리병에 붉은 꽃이 두어 송이 꽂혀 있다. 어떤 꽃인지는 모른다. 혹갈색 연무가 화면 전체를 뒤덮어 낡고 그리운 세피아 톤 사진을 보는 듯하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있는 듯한 이 독특한 색조는 화가의 이름을 따서카리에르의 안개‘라고 불린다. 야외의 밝은 색채로 둘러싸인 인상파 전성시대에 그는 내면으로 침잠해 색의 가짓수를 줄인 모노톤의 아름다움을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았다.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대중의 인기는 얻지 못했다. 마치 순문학 회화 같다고 할까.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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