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과나무에 사과가 안 열린다면, 사과가 열매를 맺었다고 쓰면 되는거야. 알겠어? 그게 바로 창조의 원리거든. 그걸 잘 알아야 해. 우리 문학가들은 창조자들이야. 당이 원하는 인간이 있다면, 우리는 그걸 만들어내는 거야. 그게 우리가 하는 문학이야. 알겠어? 자네는 시로 그 힘을 보여야 해.‘
- P150

"저 역시 시를 썼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말들은 제 안에서점점 지워지고 있습니다. 음식 이름들, 옛 지명들, 사투리들..
폐허에 굴러다니는 벽돌 조각들처럼 단어들은 점점 부서지고 있그 위에 새로운 사회주의 공화국의 시들이 건설되고 있었다. 새로운 시들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벽체를 올려 아파트를 건설하듯이 한정된 단어와 판에 박힌 표현만으로 쓰였다.  - P162

"나는 1924년에 세상에 태어났고, 그 세상에는 늘 나보다 먼저죽는 것들이 있었어요. 내게 전쟁이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죽이는 일이었어요. 전쟁은 인류가 행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일이지만, 그 대가는 절대로 멍청하지 않습니다.  - P164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나요? 전쟁을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평화를, 상처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회복을 노래할 수 있나요? 전 죽음에, 전쟁에, 상처에 책임감을 느껴요. 당신 안에서 조선어 단어들이 죽어가고 있다면, 그 죽음에 대해 당신도 책임감을 느껴야만 해요. 날마다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아침저녁으로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사는 게 아니에요. 매일매일 죽어가는 단어들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게 시인의 일이에요. 매일매일 세수를 하듯이, 꼬박꼬박."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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