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은 힘이 아니고안전이나 안도감도 아니고, 어떤 사람에게는 힘, 안전, 안도감의 정반대 것일 수도 있다. 예민하게 깨어 있다보면 자극이 계속 쌓여 고조되기 마련인데 그런 스트레스를 해소할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걸으면서 책을 읽는것은 알지 않으려고 일부러 하는 행동이다. 경계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것이다. - P102
빛나지 않는 사람들 집단을 생각해보라. 아니면 공동체나 국가나 아니면 소국가가 오랜 세월 동안 어두운 정신의 물리적 에너지적 상태에 빠져 있고 개인적 · 공동체적시련의 세월과 역사를 겪으며 슬픔과 두려움과 분노 등의묵직한 감정을 지고 살게끔 조건 지어졌다고 생각해보라. 이 사람들은 빛나는 단추 같은 사람이 자기들 환경에 들어와서 환한 빛을 비춘다면 고깝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환경 자체가 사람들의 비관주의를 지지하며 같이 저항한다. 사방이 어둠에 묻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내가 사는 곳에서는 그랬다. - P135
미쳤다는 증거지, 내가 말했다. 머리를 들고 가겠다는 말이야? 여기가 아무리 황량해 보여도 어딘가에서 적어도 한 사람은 보고 있을 수 있는데? 누군가가 봤다면 소문이 더 퍼질 거고 날조가 더 늘어날 거고 네 정신이 망가졌다는 증거가 늘어날 거야. 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 P152
반대자가 만행을 저지르면 ‘아, 하느님 맙소사, 나와 같은 관점에속한다는 이유로 내가 이런 행위를 지지한 꼴인가?‘ 하며 충격에빠지게 되지만, 다른 쪽에서 또 끔찍한 일을 저지르면 그런생각을 했던 것도 잊게 됐다. 또다시 충격을 받고 또 생각이 바뀌었다. 복수에 복수가 거듭됐다. 평화운동에 참여하고, 공동체 간의 대화를 추진하고, 다 함께 행진을 하고, 선하고 진정한 시민의식을 북돋고 하다가, 평화운동과 선하고 진정한 시민의식에 어떤 분파가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면, 운동을 접고 희망도 버리고 잠정적 해결책도 팽개치고 익숙하고 믿을 수 있고 필연적인 원래의 관점으로 돌아갔다. 그 시대에는 어디든 다 닫혀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폐쇄적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공동체도, 저쪽 공동체도.... - P168
그 여자들은 우리 지역 최초의페미니스트 집단인데 아주, 아주 상도를 벗어난 사람들로확실하게 취급된다. 일단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상도를벗어난다. ‘여성‘이라는 말도 가까스로 상도를 벗어나지 않는 정도인데, ‘문제‘ 등과 같은 일반적인 단어와 결합해 어감을 좀 부드럽게 해보아야 페미니스트와 여성이 합해지는순간 끝난 거다. 우리 지역에서는 이 문제 여성들에 대해 심하게 말한다. 뒤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한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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