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의 글머리에 인용한 아서 골드버그 대법관의 말을 다시 새겨보자. "차별은 단순히 지폐나 동전이나, 햄버거나 영화의 문제가아니다. 누군가에게 인종이나 피부색을 이유로 그를 공공의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할 때, 그가 당연히 느낄 모멸감, 좌절감, 수치심의 문제이다." 바로,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다.
- P133

공공의 공간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사람을 소수자 minorities 로 만드는 중요한 성질 가운데 하나다. ‘소수‘라는 건 수의 많고 적음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여성처럼 숫자로는 많아도 어쩐지 공공의 장에서 보이지 않는사람들이 있다.
- P137

성소수자에게 "왜 굳이 축제를 하나요?" "왜 굳이 커밍아웃을 하나요?"라고 묻는 질문 속에는, ‘성소수자‘라는 기표가 아고라에 입장할 자격이 되지 못한다는 전제를 품고 있다. 이들을 향해 너희는사적 영역에 남아 있어야 하며 공공의 장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있으라는 요구다.
그렇기에 역으로 성소수자가 축제와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가 더분명해진다. 보이지 않는 성소수자에게 축제와 커밍아웃은, 보이는 존재로서 평등한 세계에 입장하고 민주적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낙인이 찍혀 있는 사적 기표를 공공의 장에 노출하는 행위다.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어떤 사적 특성이 공공의 장소에서 받아들여지는가? 공공 공간의 주인은 누구인가? 공공 공간에 입장할자격은 누가 정하고 통제하는가?
- P141

마이클 왈저 Michael Wazer는 영토 안에 권리가 적거나 없는 계층이존재하는 것 자체가 이미 민주주의에 반하는 "폭정"tyranny 이라고말한다. 민주주의가 실현되려면, 기본 전제로 그 안의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관계를 가지고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적이 다르다고 사람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울 수 있을까.우리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윤리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은폐된 불평등을 전제로 평등을 누렸던 그리스의 폴리스와는 다른,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P151

모두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다수자와 소수자의 자유는 같지 않다. 존 스튜어트 밀lohn Start Mill이 『자유론,
에서 지적하듯, 다수자는 소수자의 의견을 거침없이 공격할 수 있다. 반면 소수자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표현을 순화하고,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극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구된다. 다수자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서 잘말하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사실상 침묵을 강요한다.
- P171

불평등한 사회가 고단한 이유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으로해결하도록 부당하게 종용하기 때문이다.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부정의에 대한 책임을, 차별을 당하는 개인에게 지우는 것이다. 그래서 삶이 불안하다. 아프거나 실패하거나 어떤 이유로건 소수자의 위치에 놓이지 않도록 끊임없이 조심해야 한다.  - P187

그러니 내가 모르고 한 차별에 대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몰랐다" "네가 예민하다"는 방어보다는, 더 잘 알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성찰의 계기로 삼자고 제안한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우리들은 서로에게 차별의 경험을이야기해주고 경청함으로써 은폐되거나 익숙해져서 보이지 않는불평등을 감지하고 싸울 수 있다. 우리가 생애에 걸쳐 애쓰고 연마해야 할 내용을 차별받지 않기 위한 노력‘에서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옮기는 것이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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