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그가 죽이고 싶었던 것은 그 자신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도 나의 행복, 나의 예술, 나의 사랑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가 되살아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회복하지 못했으면 하는 집요한 의지의 실행이었다.(178페이지)


박원순시장은 내가 정말로 좋아하던 몇 안되는 정치인 중 한명이었다. 지금 이렇게 과거형으로 쓸수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정도로.....


며칠전 발표된 피해자의 편지에서 ˝사과 받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라는 두 문장이 가슴을 치받았다. 그 두 마디에 녹아있는 간절함이 너무도 절절해서.


그가 자살하지 않고 죄값을 받고 진심어린 사과를 했더라면 피해자인 그녀는 용서할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다.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그럼에도 그럼에도 말이다.


박원순은 살아서 사과했어야 했다.
죽음이 사과라고?
아니, 그것은 피해자를 향한 또 한번의 폭력이고 가해일뿐이다. 그것도 최종적이고 완전한 폭력.


나는 박원순 시장이 살아 뉘우치고 끊임없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먼 훗날 그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비록 치명적인 잘못을 한적도 있지만 그래도 당신이 한 일에 우리 사회가 많은 빚을 졌다며 그의 죽음에 애도를 보낼 수 있었을 것도 같다.


하지만 무책임한, 피해자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줘버린 그의 자살앞에서는 감히 그의 죽음을 애도할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