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갈에서 풀려날 때, 야백은 사람의 밥을 벌고, 사람이 걸어주는 장신구를 붙이고, 사람을 태우고 달린 생애의 시간이몸속에서 소멸하는 것을 느꼈다. 지나간 시간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시간이 아직 오지 않아서 이 빠진 자리는 빈 채 서늘했다 - P146
젊은 농부가 죽은 딸의 머리맡에 묻은 돌은 이 악기를 본떻것인데 어려서 죽은 월의 아이들은 모두 이 악기를 선물로 지니고 갔다. 사람들은 들짐승이 무덤을 파헤치지 못하도록 돌로 무덤을 덮어놓았는데 돌에 구멍을 뚫어서 무덤 속 아이와별이 서로 쳐다볼 수 있도록 했다. - P178
사람이 땅에 들러붙으면, 땅은 그 위에 들러붙은 자의 것이 되는데 그위에 기둥과 지붕을 세우고 그 안에 들어앉은 자들의 어두움을 표는 상양성에서 알았다. 초원에서 창세 이래로 전개된 싸움은 세상에 금을 긋는 자들과 금을 지우려는 자들 사이의 싸움이었고, 초원 끝까지 나아가서 금을 지우면, 그 뒤쪽에서다시 금이 그어져서 싸움은 끝이 없었다. - P191
초원의 봄은 땅속에서 번져 나왔다. 봄에 초원은 벌렁거렸다. 눈이 녹아서 부푼 흙 속에서 풀싹이 돋아나고 벌레들이깨어났다. 벌레들은 땅속에서 올라오고 숲에서 살아났다. 벌레들은 가을에 모두 죽어서 없어지고 봄이 오면 새로운벌레들이 초원에 나타나서, 모든 벌레는 작년에 죽은 벌레의자식이 아니며, 이 세상에 처음으로 태어나는 새로운 벌레이고, 벌레들이 다 죽어도 벌레들의 초원에는 죽음이 없다고 무녀는 연에게 말해주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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