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약 십여 차례 일본 방방곡곡을 여행했지만, 일본에서 오키나와만큼평화를 갈망하고 전쟁을 두려워하는 곳은 보지 못했다.
오키나와인들은 전쟁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일본인들과 국적이같기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이 일본을 가장 증오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일본을 대신해 가장 철저하게 반성할 줄 아는민족도 그들이다. 오키나와인들에게 모순은 어디에나 항상 존재한다.
- P172

"일본이 둥베이를 점령하면서 강제로 데려온 조선인 이민자들도있었지. 식민주의자는 각 마을의 황무지와 논을 할당해 그들에게 일구도록 했어." 교수의 말에 따르면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일본은 양질의 토지를 일단 조선인들에게 분배해줬고, 한족들은 상대적으로 척박한 땅으로 내몰렸다. 따라서 그들은 수수와 쌀만 재배할 수있었다. 당시 둥베이에서는 일본인이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했고, 조선인이 그 뒤를 이었으며, 만주인과 한족이 최하위였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나는 한족이 우리를 증오하는 걸 느꼈어, 우리는 늘 가오리방高棒子(한국인에 대한 멸칭)‘ 라고 욕먹고는 했지."
- P199

그런데 정작 타이완에서 생활한 지 오래됐고, 스스로 자신은 종족갈등과 편견을 지워낼 수 있다고 믿는 량유쉬안은 어느 날 길을 걸어가다가 한 말레이족이 길을 물어오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경계심을 보였다. 그는 말레이족을 향해 말했다. 뭘 하려는 거야?" 그 일이 있고 난 후 량유쉬안은 반성하며 한숨 지었다. 종족 사이 마음속에존재하는 응어리를 진정으로 풀려면, 정말이지 아직 갈 길이 한참 먼것 같아."
- P257

오늘날 홍콩이 반환되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는 한편 인구의 이동도 이전보다 용이해졌지만, 그럼에도 홍콩과 중국 사이의 경계는 소멸되지 못했다. 심리적 경계는 더욱 그러하다. 홍콩 사회에서는 늘 대륙의 손님들이 몰려드는 데 대한 불평이 터져 나오고, 대륙인들이 협소한 홍콩 땅에 대거 몰려들어 자신들의 자원과 기회를 박탈하고 부담을가중시킬까 봐 우려하기도 한다.
- P270

초기 화교 이민자의 문화와 언어는 여기서 국물 위에 뜬 기름기와 같다.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역사적 유물로서 국물 위에서 겉도는 것이다. 그것은 얼핏 하나가 된 듯해 보여도 결국에 녹아들지 못했고, 그렇다고 말끔하게 걷어내지도 못했다. 사당의 향불 연기, 길가의 설맞이물건들, 벽에 붙은 붉은 달력 등 모두가 지워지지 못한 기름얼룩이자말끔하게 걷어내지 못한 기름 덩어리다.
- P332

이 책의 마지막에서 나는 이런 제안을 하나 드리고 싶다. 국경을 넘고 역사적 경계와 심리적 경계를 뛰어넘어 다른 국가, 다른 종족, 다르다고 생각했던 모든 이들을 새로이 인식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그들이바로 우리이고, 우리가 그들이 될 수도 있음을 빠르게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이러한 역지사지를 거치고 난 다음에야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우리‘가 된다.
- P3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