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지의 표본
오가와 요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오가와 요코의 책은 세번째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과 <임신 캘린더> 그리고 그 다음이 이 책이다.
위에 말한 책이 분위기가 같은 사람이 썼을까 싶게 참 다른데 이 책은 어느쪽이냐 하면 <임신 캘린더>쪽에 가깝다.

뭔가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
그러면서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두편의 소설로 이루어져있다.
먼저 표제작이기도 한 <약지의 표본>
주인공 나는 21살의 여성이다.
사이다공장에서 일을 하다 기계에 치어 약지의 살점을 약간 떼이게 된다.
이후 새롭게 일자리를 얻은곳이 데시마루의 표본실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갖가지 추억들을 표본으로 만들기 위해 찾아온다.
그 추억들은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마음아프고 그렇다고 버릴수는 없는 그런 것들이다. 
그것을 표본으로 만들고 보관해주는 곳.
어쩌면 사람들의 외로움이 모두 모여있는 곳이라고 할까?
그래서일까?
이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무덤덤한듯 하지만 실제로는 고독의 섬에 모두 홀로 떠있다.
주인공 나 역시 어디에도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데시마루가 구두를 선물한다.
그녀의 발에 너무 꼭 맞아버린 그 구두는 그녀에게 최초의 소속감을 준다.
원하든 원치않든 아니 그런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르게 그녀는 그 소속감에 중독되어버린다.
그녀는 데시마루에게 소속되고 싶어하지만 그는 아닌듯하다.
그는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묘사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거기에 존재하는 것일뿐...
어쩌면 그는 인간의 외로움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일지도....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과 그 외로움이 만들어내는 소속에의 열망
이런 것들이 맘에 짠하게 와닿는 이야기다.

<육각형의 작은 방>역시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앞의 이야기보다는 조금 더 따뜻하다.
수영장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주인공은 미도리라고 하는 중년의 여성에게 끌린다.
아무 이유도 없다.
그녀가 의사인 남자친구와 아무 이유없이 헤어졌듯이.....
아니 아무 이유가 없는게 아니겠지
그녀는 외로웠던 거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그녀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도 위로해줄수도 없었던 그녀의 외로움.
미도리씨를 따라가서 만나게 된 육각형의 작은 방은 결국 그녀의 내면의 목소리를 털어놓을 수 있는 마음속의 방이었을게다.

인간은 다른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과 고독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일까?
결국 자기 내면에게 묻는 것 외에는 치유방법이 없다는것일까?
두가지 이야기가 모두 그런 외로움들에 대한 얘기다.
뭐 거창하게 얘기한다면 존재의 고독 같은것?
하지만 그렇기에 자신과 같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찾는 인간의 속성.
소통에 대한 열망 이런 것들을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5-25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5-2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께/ 저의 작은 댓글에 과한 인사입니다. 늘 님의 글을 보면서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모르는데 님이야말로 저의 감사를 받으셔야지요. 사람의 행복이란게 그리 많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어느정도는 맘먹기에 달린것도 같아요. 버릴 것을 버리고 가질 것을 가질줄아는데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누군가와의 비교가 아니라 항상 행복의 기준은 자기 자신이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님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신 분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