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왜 제목이 사랑 - LOVE일까?
책 속에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이 나오지만 어느 것도 사랑다운 건 없다.
자기 기만적이고 철저하게 이기적이기도 하고 비굴하고 야비하고 그런 사랑들.
오히려 사랑보다는 미움과 배신과 이기적인 욕망이 춤을 춘다.

책을 읽기전에는 표지의 초콜릿빛이 너무나도 우아해 보이더니
책을 덮으면서 그 초콜릿빛은 묘한 슬픔이 된다.

1940년대와 1990년대를 정신없이 오가는 서사구조.
아무런 예고없이 독백의 주체가 바뀌어버리는 문장들은 가끔은 책 읽기를 난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산다는게 어차피 그렇게 질서정연한게 아니지 않던가?
더군다나 사랑이라니....
어쩌면 결코 평탄할 수 없는 흑인 여성의 삶과 사랑을 얘기하기 위해선 이런 형식이 딱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책 속의 남자들은 누구도 긍정적이지 않다.
책 속 모든 등장인물의 삶과 정신을 지배하는 빌코지라는 인물은 더더욱 이해 불가능의 인물이다.
흑인으로 성공한 인물.
같은 흑인을 팔아먹은 댓가로 얻어진 돈을 유산으로 물려받아 어쩌면 주류 백인사회에 진입하고 싶어 안달인 인물이기도 한 이 사람.
딱 그의 소망과 현실만큼의 간극과 부조리를 정신세계에도 그대로 옮겨놓은 사람.
어린 12살 손녀의 가장 절친한 여자친구와 결혼하는.....
그럼으로써 손녀 크리스틴, 크리스틴의 엄마 메이, 그리고 손녀의 친구에서 아내가 된 히드.
모두의 삶을 철저하게 오해와 증오로 버무려놓게 되는 남자.

여성이 더구나 흑인 여성이 무엇인가를 혼자의 힘으로 성취한다는 것은 꿈도 못꿀 시대였으니 어쩌면 빌코지에 대한 이들의 사랑의 갈구가 비루하다고는 얘기하지 말자.
1990년대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 주니어 역시 빌 코지의 영혼에게 사랑을 갈구한다.
그것은 어쩌면 생존의 욕구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겟다.
생존의 욕구만큼 인간을 압박하는게 있을까?
그 아래에서는 사랑도 한낱 사치일뿐이다.
크리스틴과 히드의 평생이 사랑이 아니라 증오에 의해서 지배받았던 것도 어쩌면 당연하리라....
그들이 죽음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만 즉 더 이상 생존을 위해 퍼덕거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만 이전의 사랑을 회복하는 것 역시 그 때문이리라....

오늘은 좀 달라졌을까?
책 속의 유일하게 그래도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남자 -남자라기보다는 소년인 로엔을 통해서 작가는 희망을 말하고 싶었을까?
자기 파괴적으로 누군가에게 매달리지 않아도 홀로 서는 생존이 가능할수도 있음을....
그런 세상이 느리게 오고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이제 소년에서 남자가 되어가는 로엔을 통해말이다.

좋은 소설을 읽다보면 보통 그림이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림보다는 음악이 들리는 듯하다.
흑인 음악의 우수와 흐느낌과 질척거리는 낮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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