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두번째 글에서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처음과 끝님이 그 내용을 댓글로 달아주셨군요.^^

처음과 끝님이 말한 것처럼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번역이 엉망이라고 하는데, 막상 어떤 독자들은 그 책을 재미있게 읽고 또 나름대로 감명을 얻는 경우가 있죠. 저의 예를 하나 들자면, 88년인가 89년인가 김현 선생이 [미셸 푸코의 문학비평]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푸코가 60년대에 문학에 관해 쓴 이런저런 글들을 묶고, 김현 선생이 긴 해설을 붙인 책이었죠. 그 책을 읽어본 분들은 대개 공감하실 텐데, 푸코의 문학에 관한 글들은, 그가 나중에 쓴 글이나 책들, 특히 [감시와 처벌] 같은 책과는 문체부터 확연히 다르고, 내용들도 상당히 사변적, 철학적이죠. (푸코의 첫번째 주저, 그의 국가박사학위 논문인 [광기의 역사](1961)에는 그의 문학론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하고 사변적인 문체와 고고학 저술들에서 볼 수 있는 건조하고 담백한 문체가 모두 공존하고 있죠. 저는 그 점이 특히 매력적이더군요 ) 그래서 저는 당시에 [미셸 푸코의 문학비평], 이 책에 아주 매료됐었죠.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푸코의 저작들을 이것저것 찾아 읽었고, 그래서 알튀세르와 푸코는 제가 제일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읽은 첫번째 프랑스 철학자들입니다(그 이전에 저의 철학적 영웅은 물론 루카치와 헤겔이었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제가 그토록 매료되었던 푸코의 글들, 특히 바타이유에 관해 쓴 [위반에 대한 서언]이나 블랑쇼에 관한 글인 [한없는 언어] 그리고 몇몇 사변적인 글들은 어이없는 오역본들이더군요(^^;;;). 그 글들을 번역한 사람들은 김현 선생의 제자, 그러니까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소장 불문학도들이었는데, 푸코에 관해서는 그 책이 국내에 거의 처음으로 번역되는 책인데다가 매우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논의들로 가득 찬 글들을 소장 불문학도들이 제대로 소화하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본다면 무리이겠죠. 그래서 좀 허탈하고 어이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재작년에 강의를 하면서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을 수업교재 중 한 권으로 쓴 적이 있었는데, 기말보고서를 발표할 때 보니까, 학생들 중에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번역본을 참조해서 보고서를 쓴 학생들이 몇 있더군요. 앞의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의 국역본들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번역본들이어서, 들뢰즈의 논의를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발표하는 학생들의 글을 보니까 상당히 잘쓴 글들이고, 들뢰즈의 논의도 어느 정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학점도 잘 줬습니다.(^^) 처음과 끝님의 경우와 유사한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번역본들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감명을 받고 또 내용을 어느 정도 잘 파악하는 경우들이 분명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우선 번역본의 번역 상태를 평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잘된 것보다는 잘못된 것들에 좀더 치중하게 되고, 특히 철학책의 번역을 검토할 때는 이 책이 원본에 나와 있는 저자의 논의, 그의 논리적 추론과정을 제대로 전달해주고 있는지, 저자가 전달하려는 의미를 제대로 번역해서 제시해주고 있는지 등을 따지게 됩니다. 그런데 원본을 전혀 참고하지 않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번역된 한글 문장이 전달해주는 의미들을 쫒게 되죠. 이 경우 내용이 잘 이해되다가 어느 순간 잘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나옵니다. 그러면 독자 입장에서는 그냥 넘어가서, 다음 내용을 읽게 됩니다. 다행히 그 다음 문장이나 문단들은 내용이 잘  이해되면 독자는 앞의 내용과 연결해서 계속 책을 읽게 되죠. 이처럼 독자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이나 문단, 내용들은 모르는 대로 그냥 넘어가고 이해가 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재구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주 형편없는 번역본이 아닌 다음에야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 번역본이라 하더라도, 그 책을 읽은 독자는 나름대로 책의 내용을 소화하고 거기에 감명을 받거나 실망하거나 자극을 받거나 혐오를 하게 되죠.

더욱이 형편없는 번역본이라 하더라도 모든 문장이 오역인 번역본은 없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어본 최악의 번역본 중에는 하버마스의 [인식과 관심](고려원)이라는 책과 라비노우/드레퓌스의 [미셸 푸코](나남), 또는 존 레웰린의 [데리다의 해체주의](문학과 지성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절판이 되었지만 이 책들은 모든 문장이 오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지독한 오역 문장들로 가득차 있어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그렇게 고역일 수가 없었습니다(물론 모르고 읽었을 때는 책이 난해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 -_-;;;). 이런 정도의 오역본이 아닌 다음에야, 번역에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번역된 문장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러면 독자들은 이처럼 이해되는 문장들을 중심으로 어떻게든 책의 내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게 되지요.

따라서 번역본, 특히 철학책의 번역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논증과 의미전달의 충실성을 염두에 두고 평가를 하는데, 독자들은 이를테면 번역본을 아포리즘과 같은 식으로 읽게 됩니다. 이 문장은 멋있군, 이 문장은 이게 무슨 소리야, 전혀 모르겠는데(문제는 나에게 있겠지만 ... ;;;) 이건 말도 안되는 문장인데, 반어법인가? 어 그래도 이 문장은 좋군, 말하자면 이런 식이죠. (가끔 알라딘 마이 리뷰에 보면 형편없는 번역본인데도 크게 감명을 받았다는 식의 서평이 올라오곤 합니다. 책을 전혀 읽지 않고 쓴 서평일 수도 있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 독자는 형편없는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을 읽고 실제로 무언가 의미있는, 감동적인 것을 찾아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퍼즐맞추기에 비유하자면, 몇 개의 그림들이 빠진 상태에서 또는 잘못 맞춰진 상태에서 자신이 맞춰놓은 것만 가지고 전체의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요. 그리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의미 있는 내용들을 정리하고 이끌어냅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번역본을 평가하는 사람으로서는 최선의 상태를 염두에 두고 그 기준에 맞춰서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보게 되지만, 독자들은 최악의 상태에서도 어떤 의미있는 내용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하지요. 그리고 사실 일반 독자들로서야 그 책을 완벽하게, 최선의 상태로 이해해야 할 의무도, 이유도 없는 거지요. 자기가 원하는 내용을 찾고, 또 즐길 수 있으면, 기쁘게 읽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죠. 하지만 연구자나 서평자로서는 독자들과 달리 그 책을 최대한 정확히, 최대한 완벽하게 이해하고 평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죠. 또 사실 그것이 바로 연구자나 서평자의 존재 이유 자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번역본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는 그 평가대로 참조하시되, 자신이 그 책을 읽고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찾아냈다, 재미있게 읽었다 생각하신다면 그걸로 만족하시면 될 듯합니다. 불만족이시라구요??? 그럼 이제 연구자의 길로, 고생문으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산 2004-10-04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포리즘'으로 읽는다..... 제가 이렇게 읽는 것 같아 불만이었는데....
저만 그런 것이 아닌가보네요. (다행이다! ^^ )

balmas 2004-10-0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따우님,
얼렁 읽고 수업들어가셔야죠 ...
ㅎㅎ 가을산님,
그건 거의 전적으로 번역자들 책임이죠. 거의 모든 프랑스 철학자들을 아포리즘 작가로 만드는 것 ...

릴케 현상 2004-10-0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가 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재구성' 하는 독서 패턴을 정확히 지적하시니^^

balmas 2004-10-04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많이 경험해봤거든요.

딸기 2004-10-0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엉...
민음사 '앙띠 오이디푸스' 샀는데... ㅠ.ㅠ

balmas 2004-10-0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딸기님,
아직도 그 책을 팔던가요 ...
그 책을 무리해서 읽으시면 철학에 대한 혐오와 들뢰즈(/가타리)에 대한 공포감이
한층 더 강화되니까, 심신의 건강을 위해 아깝더라도 그냥 장식용으로 놓아두심이 ...
 

가을산님,

지난 번에 [시선의 권리] 마이리뷰에 댓글 달아놓으신 걸 봤는데, 이렇게 늦게 답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사실은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세하게 답변을 드리려고 했는데, 여건이 허락치 않아서 그냥 간단하게 몇 마디로 답변을 드릴까 합니다.

그동안 번역의 문제를 지적하는 몇 개의 서평을 썼지만, 이런 류의 서평을 쓸 때마다 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이런 류의 서평이 혹시 진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독자들의 의욕을 꺾는 게 아닐까 하는 점이지요. 사실 원서를 직접 접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독자들로서는 데리다 번역이 형편없다더라, 들뢰즈의 어떤 책도 번역이 엉망이라더라, 지젝도 그렇더라더라는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 책만이 아니라 다른 책들까지도, 이 책의 번역이 엉망인데 내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읽은 게, 또는 읽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점점 이런 류의 책들을 읽을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겠죠.

이런 일이 일어나게 만든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졸속 기획과 번역·출판을 일삼는 출판사와 역자들에게 돌아가야 하겠지만, 아직 우리 지식계에 좋은 번역과 나쁜 번역을 적절하게 가려서 평가하는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더 나아가 대중적인 수요에 비해 이를 감당해낼 만한 지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쉽지만, 당분간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불가피하게 반복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서두가 좀 길어졌는데, 가을산님의 질문에 대해서는 우선 두 가지 일반적인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가을산님이 질문하신 저자들 중에서 번역이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사람은 데리다와 들뢰즈 정도라는 점입니다. 가령 들뢰즈 같은 경우는 {안티 오이디푸스} 최명관 옮김(민음사) 같은 책은 번역에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역자는 들뢰즈 철학을 거의 모르는, 원래 데카르트 철학을 공부한 분인데, 당시에는 연구자가 드물다 보니까 어떻게 이 책의 번역을 맡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지금은 품절되었고, 제가 아는 후배({천 개의 고원}의 역자이기도 하지요)가 지금 번역 중에 있는데, 역자의 능력으로 볼 때 훨씬 믿을 만한 번역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니체-철학의 주사위} 신순범 옮김(인간사랑)이나 {니체와 철학} 이경신 옮김(민음사) 같은 책들(이 두 권은 모두 Nietzsche et la philosophie(1962)라는 들뢰즈 책의 번역본인데, 앞의 경우는 영역본을 중역한 것이고 후자는 불어본을 번역한 것입니다)은 {안티 오이디푸스}보다는 좀 낫지만 그래도 번역에 문제가 있는 책들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니체와 철학}은 니체 철학에 관한 매우 탁월한 연구서일 뿐만 아니라 들뢰즈 철학에 대한 가장 좋은 입문서이기도 합니다. 문체가 매우 탁월할 뿐만 아니라 아주 간결하면서도 섬세하고 치밀한 논의가 일품이지요. 하지만 두 권의 번역본은 모두 들뢰즈의 문체나 논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읽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 아쉬운 일이지요. 

그리고 저는 번역본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로쟈님의 마이페이퍼를 보니까 {비평과 진단} 김현수 옮김(인간사랑)이라는 책(들뢰즈 생전에 나온 마지막 저서인데, 여러 개의 논문들을 모은 논문모음집입니다)도 번역에 좀 문제가 있다고 하더군요. {의미의 논리} 이정우 옮김(민음사)의 경우도 번역에 문제가 있다고 하구요. 그리고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 권순모·이진경 옮김(인간사랑) 역시 번역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국내에 번역된 들뢰즈의 저서들 중 태반이 번역에 문제가 있는 셈입니다. 반면 {차이와 반복} 같이 번역이 잘 된 책은 너무 어려워서 일반 독자들에게는 사실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고, {천 개의 고원} 같은 경우는 번역은 괜찮은 편인데 다루는 주제들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나 {프루스트와 기호들}, {카프카} 같은 책들은 좀 특수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또 선뜻 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들뢰즈의 {푸코}는 푸코에 관한 제일 좋은 연구서 중 하나이고 후기 들뢰즈의 문제의식의 일단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책이기는 한데, 제가 읽어본 번역본은 이전에 새길 출판사에서 나온 판본뿐이고 얼마 전에 동문선(!!)에서 새로 나온 판본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새길 출판사에서 나온 판본({들뢰즈의 푸코})은 앞부분과 뒷부분을 둘이 나누어서 번역했는데, 번역의 질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권영숙 씨가 한 부분의 번역이 훨씬 좋습니다. 동문선에서 나온 판본은 출판사는 미덥지 않지만 역자는 신뢰할 만한 사람인데, 제가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콕 집어서 이걸 보시는 게 좋다고 할 만한 책이 없군요, 이런 ... -_-;;;

하여튼 번역의 질을 놓고 본다면, 이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들뢰즈에 입문하기에 괜찮은 책은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 사상의 진화}라는 책(이전에 갈무리에서 나온 {들뢰즈의 철학사상}이란 책의 수정·증보판입니다)입니다. 이전에 번역된 {들뢰즈의 철학사상}은 들뢰즈의 베르그송, 니체, 스피노자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들뢰즈의 사상을 해설한 책인데, 새로 책을 내면서 들뢰즈의 사회정치사상을 추가해놓았더군요. 하트는 아시다시피 네그리와 더불어 {제국}을 공저한 사람으로, 출중한 이론적 능력을 지닌 젊은 이론가인데, 이 책도 들뢰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또 얼마 전에 동문선(!!!)에서 알베르트 괄란디라는 프랑스의 소장 철학자가 쓴 {들뢰즈}라는 책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분량은 적지만, 매우 체계적이고 요령 있게 들뢰즈의 철학사상을 설명해놓은 좋은 책입니다. 번역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들뢰즈의 철학을 소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글쎄요, 저도 아직 번역본을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번역본을 사기가 좀 겁납니다. ;;;

2편은 다음에 ... (죄송. 제 노트북이 고장나서 당분간 인터넷을 오래 쓰기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10-0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욕이 꺾이는 건 사실인데,
어렵지만 잘 읽었다고 생각이 되는 책이 '번역이 엉망이었다'는 말을 들으면 매우 난감해지죠.
아니, 분명히 제대로 읽었는데, 엉망이란 말야? 그럼 이럴 때는 어쩌면 좋죠?
이미 번역된 엉터리 글에 중독된 건가요?
그리고 그런 책으로 리포트를 쓰고 또 좋은 평가까지 받았다면, 그 평가내리는 분도 번역이 잘못된 책을 읽고 잘못 평가...?
뭐, 그렇다면 이놈의 번역된 책들을 읽고는 공부하는 게 불가능?
어, 그러면 외국어를 제대로 하는 게 없으면 공부는 하지 말라는 말씀?
...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죠.
어떻게 된 건가요? 이런 사태는.
갸우뚱.

가을산 2004-10-03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balmas님 고맙습니다!
적어도 조심해야 할 번역본, 조심해서 골라야 할 저자는 알게 되었네요.
영어책인 경우는 갑갑하면 원서를 사서 어찌어찌 읽어볼텐데,
불어는 완전 까막눈이라 번역서가 잘못되었다고 하면 그냥 포기하게 되더라구요.
정말 고맙구요, 언젠가 있을 2편도 기대하겠습니다. (한참 후라도 괜찮습니다.)

starrysky 2004-10-04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balmas님. ^^
괜찮으시다면 이 1편과 위의 2편을 제 hidden category로 퍼가고 싶은데,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balmas 2004-10-0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starry님 뭘 새삼스럽게 그런 말씀을 ...
hidden category라고 하시니까 왠지 영광스러운 기분.^^;;

starrysky 2004-10-0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락 감사합니다. 고이고이 접어서 잘 들고가, 제 비밀 목록 안에 잘 펼쳐놓겠습니다. ^^
 

리뷰 하나 없는 허접한 서재에서 왠 이벤트냐고 비꼬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뷰? 신경 별로 안 쓴다. 그게 무슨 밀린 숙제도 아니고, 부러 스트레스 만들 필요 없다.

그렇다고 대충 얼버무려 리뷰를 쓰고 싶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리뷰가 없다.

현재까지 총 방문자 411명, 서재지수 495점. 왠 이벤트?

그게 뭐 대수냐. 텅 비고 담담한 이 느낌이 그저 좋을 뿐이다.

즐찾하는 서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곳.

서재지기들 나름대로 독특한 맛이 있어서 매번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상을 받아둔 기분이다.

하야 나날이 심심함을 조금씩 덜고 있는 중.

볼품 없고, 무능력한 이 몸을 위해(?) 매일 매일 밥상을 차려준 아낙들을 위해 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오늘, 아니 어제 아침부터 들었다.

상품은 음반을 주고 싶었으니, 별 문제 없을테고...어떤 문제를 낼까 고심하던 중....

담임선생님 몰래 무슨 음모를 꾸미는 초등학교 개구쟁이 녀석들의 씨익 하는 웃음 같은 것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자, 문제 나갑니다.

 

문제 1.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보면 등록번호라는 게 있다. 바코드 아래 있는 그 번호 말이다. 아는 사람은 물론 알겠지만, 분실을 막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모든 도서의 특정한 페이지에 그 등록번호를 따로 찍어둔다. 물론 그것은 거의 분실을 막는 방편이 되지 못 한다. 한데, 그 등록번호를 찍는 페이지는 각 도서관마다 다르다. 여기서 문제. nowave가 자주 애용하는 남산도서관의 등록번호 찍는 페이지는 과연 몇 페이지일까?

ㄱ. 47페이지  ㄴ. 57페이지  ㄷ. 67페이지 ㄹ. 37페이지

 

문제 2.

nowave의 주민등록상 현재 나이는 몇 살일까?(몽상자님은 이 문제에서 제외됩니다. ^^)

ㄱ. 24살 ㄴ. 25살 ㄷ. 29살 ㄹ. 30살

 

문제 3.

제가 소장하고 있는 책 중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문제 2.에서 제외된 몽상자님 만을 위한 문제입니다.)

ㄱ. 박상륭  ㄴ. 정영문  ㄷ. 괴테 ㄹ. 아도르노 ㅁ. 루카치

 

문제 4.

다음 중 가장 자신 있는 문제를 하나 골라 기술하시오.(참고로 이 문제는 김유동 교수의 [독일문화의 이해] 라는 2학년 대상의 2000년 1학기 기말고사 문제입니다. ㅋㅋ)

ㄱ. 도시와 농촌의 본질적인 차이를 설명한 다음 고대, 중세, 현대 도시의 특징을 비교하시오.
ㄴ. 스핑크스의 상징을 중심으로 고대 오리엔트 문화와 고대 그리스 문화의 차이를 설명하시오,
ㄷ. 모더니티의 형성 과정에서 종교개혁이 갖는 의의를 음미하시오.
ㄹ. 베르너 헤어초크의 [아기레, 신의 분노]와 빔 벤더스의 [도시의 엘리스]를 토대로 한 모더니티의 관념을 음미하시오.
ㅁ. 모더니티의 문제점,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유럽 내에서 차지했던 독일의 위치, 독일 통일과정을 고려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추적해보시오.
ㅂ. 세계화는 왜 재앙이 될 수 있는지 음미하시오.
ㅅ. 제임슨의 아도르노 수용이 갖는 의의와 문제점을 음미하시오.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생각되므로 기한은 일요일 자정까지로 하고, 많은 참여 바랍니다.

 

두 분께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채점 기준은 객관식은 1점, 주관식은 5점 만점 입니다. 주관식 채점 기준은 전문성, 독창성 상관 없이 채점 당시 제 기분에 따른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참, 상품은 기본적으로 ARCO 라이센스 음반입니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 경우 제가 가진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한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러시다면 다른 상품을 언급해주세요. 생각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almas 2004-10-02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가 상당히 난해합니다. 자신있는 분들은 응모하세요 ...

비로그인 2004-10-03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지금 막 [명동백작]을 보고 들어왔습니다. 이제 이중섭의 삶이 조명된다니, 내일은 정말 재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문제가 좀 어렵죠? ㅋㅋ 하루 종일 반응이 궁금했는데...역시 문제 4. 때문이겠죠? 실은 저도 좀 놀랬습니다. 물론 강의를 수강하고 시험을 보면 그래도 좀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난감하죠. 다만 제가 이 문제를 낸 것은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그냥 궁금한 게 아니라 너무도 너무도 궁금해서...히힛.
해서 발마스님의 강력한 반성촉구에 못이기는 척 하고 대체 문제를 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길...

비로그인 2004-10-03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들의 웹서핑 실력을 테스트 해보겠습니다.

수정된 문제 4.
우리나라 인디 록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중성적 보컬을 자랑하는 남상아를 아시는지. 뭐 모르셔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간단히 설명드리면 시인, 문화평론가, 기타리스트 등등 다양한 직함을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성기완과 전 삐삐밴드의 베이시스트 박현준, 그리고 허클베리핀에서 탈퇴한 카리쓰마 만땅인 남상아와 출판등록 하지 않은 스플릿 시집을 최근 세 번째로 발표한 드러머 김상우가 만든 밴드죠. 자 진짜 문제 나갑니다. 추측컨대 아마도 이들 네 명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밴드가 소닉 유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상아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뮤지션과 추천하는 음반은 무엇일까요?(참고 사이트는 3bf.co.kr입니다. 반응을 보고 이 역시 어려운 것 같으면, 초강력 힌트도 준비되어 있으니 너무 염려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문제의 배점은 3점입니다. 혹시 수정되기 전의 문제 4.에 대한 답을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 있을지 모르니, 그 문제에 대한 답을 보내주신 분들에겐 가산점이 부여됨을 밝혀 드립니다. ^^ 그럼, 여러분 홧팅!!

비로그인 2004-10-0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상아. 암울한 카리스마가 배어있는 목소리가 좋아서 허클의 팬이 되었는데, 그뒤로 결별하고 3호선으로 옮기더군요. 목소리가 '명랑'해진 이후 안듣게 되었어요. 하기야 속에서 켜켜이 쌓여 폭발할 것 같이 내지르는 소리는 특정한 감정상태를 사랑하지 않으면 나오기 힘들지요. 그런데 남상아는 그런 거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 같더군요. 어쩌다가 그들(은 기억도 나지 않지않겠지만-허클과 삐삐밴드의 멤버들과 성기완)과 술자리를 했을 때, 아마도 해체와 결성의 기로에 있었는지 분위기가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던 것 같았죠. 허클은 이기용과 남상아가 맞서있어 보였고, 박현준은 시종일관 입을 삐뚜름하게 웃어보이기만 했으며, 이들은 성기완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었죠.
흠... 저야, 허클의 이기용에게는 미안하지만 남상아의 목소리에 빠져 있었고-아직도 허클의 그 판은 저의 애장음반입니다- H2O부터 삐삐밴드, 삐삐롱스타킹, 원더버드, 3호선에 이르기까지 박현준의 이상한 매력에 계속 끌렸는데, 성기완의 난잡한 실험음취향이 뭣이 매력적일까? 이들이 이해가 안됐죠.
나는 안녕하세요, 딸기가 좋아, 옛날사람을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불렀던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론 반가운 문제인데, 노웨이브님. 취향과 개인사 위주로 문제가 너무 불친절해요. ^^
불친절이 목적이시라면 충분히 달성하셨습니다~

비로그인 2004-10-03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친절, 제 한계이자 특기이자 음음...속 좁은 인간이라...
근데, 제가 낸 문제들 중 3번 까지는 찍기로 장난 삼아 별 생각 없이 낸 거였고, 수정된 문제 4.는 님 말씀처럼 제 취향이랄 수 있죠. 변명을 하자면, 급하게 떠오르는 게 없어서...
역시 nowave, 너의 지저분함은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군!

비로그인 2004-10-0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참, 님의 음악 지식도 장난 아닙니다, 그려! 저는 한참이나 아래에서 밍기적 대고 있는 것 같군요, 헤헤.
그렇군요. 처음과끝님은 삐삐밴드를 좋아했군요. 저는 그때 당시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는데,
너바나의 음악을 우리나라에서도 하는구나 해서 오히려 허크와 코코어를 좋아했죠.
남상아가 허크에서 나가자 허크는 뭐랄까 김이 확 빠진 느낌이어서 그 이후엔 별로라고 생각해요. 코코어도 2집까진 그래도 좋아했는데, 서서히 바닥을 드러낸 것 같아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님이 하시 말씀 중(태클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로드무비님 정말 삐친 거 아니죠? 그렇죠? ㅜ.ㅜ) 남상아가 3호선을 만들면서 '명랑'해지셨다고 하셨는데..글쎄요, 제 생각에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님이 그렇게 느끼셨다면, 그건 순전히 성기완의 명랑함(올해 봄 3집 발매 공연을 dgbd에서 봤는데, 성기완의 무대 매너는 초절정 죽음이더군요)이 남상아의 보컬을 통해 혹은 밴드 형태로 표현된 것 뿐이 아닐까요. 이들의 앨범을 모두 사 모으며 제가 주시하고 있었던 건 과연 각각의 곡을 누가 작곡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cd 속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3집까지의 기본적인 앨범 구성 형태는 각 앨범 초반에는 약간의 밝은(?) 분위기에서 후반으로 갈 수록 어둡고 무겁고 축 가라앉은 분위기죠. 그런 곡들 거의가 남상아 작곡입니다. 그 절정에 있는 곡이 이번 3집의 <끝>이 아닐까요? 길어졌네요. ^^

비로그인 2004-10-03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지식이랄 것이 없구요, 그냥 취향따라 듣는 정돕니다. 남상아가 명랑해졌다는 건... 음, 별 게 아니라 허클에서 나온 후 아주 목소리가 바뀌는데, 저는 이 여자가 연애를 하는건가, 왜 이러나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김상우와 사귀고 있다는 말이 들려왔어요. 지금까지 사귀는지는 몰라도... 그 이후로 남상아 목소리를 딱 두 번 들었지요. 저는 영혼 저 밑바닥에서 속을 긁어올리는 듯한 소리들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남상아는 이제 안그렇죠. 지금은 어떨런지 모르지만, 하여튼 남상아의 허클시절 그 노래부르던 분위기, 그 목소리의 독특함. 그런 것은 매우 인상적이죠. 이기용도 만만치 않지만 남상아의 카리스마를 휘어잡지는 못했죠. 그때는 사진을 독학할 때라 밴드하는 사람들-주로 인디, 영화하는 사람들-주로 아마추어 스텝들, 그림그리는 사람들-실험작하는 젊은 화가들, 댄스하는 사람들-고전무용보다는 주로 제3세계음악이나 춤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라 술을 마셔도 아주 기가막힌 자리가 많았죠. 그런 거 있잖아요. 한없이 타고오르는 열정의 분위기. 한쪽에서 노래를 부르면 춤꾼이 분위기를 못이겨 춤을 추고, 악기를 다루는 자, 흥겨워 열에 오른 연주를 하고...한편에서 다큐나 인디영화틀어놓고 밤새도록 보고... 말그대로 아마츄어들의 축제였죠. 제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는거죠. 이제 지나가버린.
님이 올려다놓은 몇 곡의 곡은 그런 과거를 추억하게 한담말시...


비로그인 2004-10-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드무비님과의 삐침은 그만 신경쓰시길.
둘만의 대화에서 나온 말이에요. ㅋㄷㅋㄷ

로드무비 2004-10-03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죄송해요.
두 분이 왜 이러실까요?
(저는 너무 재밌게 두 분 얘길 들었습니다만 ㅎㅎ)
처음과끝님의 한 자락을 엉뚱한 곳에서 보게 되는군요.흐뭇^^

balmas 2004-10-04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남의 서재에서 이게 뭡니까???
두 분이 눈이(아니, 귀가^^) 맞으셔가지고 ... ㅋㅋㅋ

비로그인 2004-10-0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죄송해요. 이런... 노웨이브서재님 글에다 쓴다는 걸 클릭을 잘못했나봐요... 헤... 죄송.

비로그인 2004-10-04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읔... 저도 죄송..저와 취미가 비슷한 것 같은 분을 만나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그냥 남의 집(너무 정 떨어지는 표현?)에서 수다를 떨었네요. 처음과끝님 우리 눈이, 아니 귀가 맞은 거 맞죠?
아니라구요? 네...홀홀...총총..훌쩍.
 


 

 

전경련, "정부, 토지강제수용권 100% 달라"

 

"개발이익 환수 말도 안돼", '봉이 김선달식 막무가내 요구' 파문

 

  재벌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부에 대해 기업도시 건설시 토지 강제수용권을 100%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사업시행자가 총사업비의 25%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해야 하는 제한도 풀어주고, 개발이익 70% 환수방침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말해, '공시지가'라는 헐값으로 개인 땅을 강제수용해 남의 돈으로 도시를 건설한 뒤 이를 비싼 값에 분양, 천문학적 차익을 챙기더라도 이를 모두 기업 몫으로 인정하라는 '봉이 김선달식 요구'에 다름아니다.

  전경련의 '봉이 김선달식 요구'
  
  전경련 이규황 전무는 1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강봉균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지역혁신-기업도시 정책포럼' 창립모임 겸 간담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 전무는 우선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기업도시특별법 상의 '토지협의매수비율 50% 규정'과 관련, "정부안은 기업도시 건설 대상토지의 50% 이상을 협의매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협의매수 과정에 토지수용 대상자들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지가가 급등하면 사업계획 수립 등이 어려워지고 기업도시 건설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50% 협의매수 비율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개발이익 70% 환수' 방침과 관련해서도 "도시개발은 개발효과가 10~20년 이상이 지나야 나타나고, 미래에 실현되리라고 예상되는 불확실한 개발이익을 개발계획 수립단계에서 추정하기가 어렵다"며 "또한 기업은 장기간이 소요되는 기업도시 건설을 통하여 많은 위험과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마련한 개발이익 70% 환수 방침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이 전무는 또 '사업시행자의 자기자본비율 25% 이상 규정'에 대해서도 "사업시행자의 지분을 제한하는 것은 민간사업자의 유동성과 자금동원 능력에 부담을 주고 다수의 컨소시엄 구성을 어렵게 한다"며 폐지를 요구했다. 그는 또 "기업도시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므로 출자총액제한제도, 신용공여한도제도 등의 규제는 기업도시 건설을 위한 투자의 가장 큰 제약요인이므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토지의 직접사용 의무비율'에 대해서도 "정부안은 사업시행자가 토지의 직접사용 의무비율을 산업교역형은 산업용지의 40%, 지식기반형은 산업 및 업무용지의 30%, 관광 레저형은 개발 가용지의 50%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기업도시의 유형과 상황에 따라 개발용지를 신축성있게 사용하여야 할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직접사용 의무비율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필요할 경우 기업이 도시개발후 100% 민간분양을 마친 뒤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주장에 다름아니다.
  
  파견근로제 확대 등 '노동특혜' 요구하기도
  
  이 전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업도시내에서의 파견근로제 확대 등 노동특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전무는 "기업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선 노동시장도 유연성이 강화돼야 한다"며 "근로자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하고 파견기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파견근로제를 개선해야 하며, 쟁의 발생시 대체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체근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정부안은 지구지정후 2년내 실시계획 승인신청을 하지 않거나 실시계획 승인후 1년내 개발사업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지구지정을 취소하도록 돼 있으나, 개발구상 단계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됨을 감안해 지구지정후 5년이내에 사업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지구지정을 취소하도록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밖에 "정부안은 지자체와 투자기업이 공동으로 제안하되 지자체의 비협조나 주민의 무리한 요구 등으로 추진이 어려울 경우에만 민간 단독신청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기업도시 지정 제안은 민간단독을 우선으로 하고, 공동사업 여부는 기업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마련한 기업도시특별법 자체가 엄청난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마당에 이번에 전경련이 내놓은 추가요구는 한마디로 모든 국가 권한을 기업에게 위임하라는 것에 다름아니다. 과연 정부가 어디까지 전경련에 끌려다닐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박재한/기자


 

 

우리-한나라 "기업도시 특혜, 주는 김에 홀딱 벗고 주자"

 

충청권 의원들 "수도권-충청권 배제 원칙도 깨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토지수용권 협의 매수비율 폐지, 개발이익 처리 자율권 등 한마디로 기업도시 건설시 '전면적 특혜 보장'을 요구해 온 데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부측에 "전폭 수용"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가 시민단체의 반대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자, 이번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공을 국회에서 맡겠다"며 "의원발의로 기업도시 특별법 정기국회내 통과"를 공언하고 나섰다.
  
   여-야 "주는 김에 홀딱 벗고 주자"
  
  1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강봉균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20여명과 강동석 건설교통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지역혁신-기업도시 정책포럼' 창립모임 겸 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기업도시특별법의 모든 기조를 외국인 투자 유치를 기준으로 특혜라 할 만큼 혜택을 주고 기업 위주로 줘야 한다"며 전경련 요구의 전면 수용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개입해 성공한 정책이 없고 민간 섹터는 이미 정부가 따라가지 못할 만큼 앞서 나가 있다"며 "모든 선택권을 줄 수 있는 한 기업에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최구식 의원도 "어렸을 때부터 들은 말 중에 주는 김에 홀딱 벗고 준다는 말이 있는데 민간을 믿는 김에 좀 더 믿으면 좋겠다"며 재계 편에 섰다.
  
  최 의원은 "기업도시가 들어와 공공성을 해칠까 걱정한다지만 공익의 수호자인 지자체장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며 "기업도시의 당사자인 지자체와 기업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지켜볼 것"을 정부측에 주문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도 "선의를 갖고 되는 쪽으로 협의해 나가야 한다"며 "개발이익의 공익성 보장도 법규제 보다는 협의를 바탕으로 이뤄가자"고 제안해 개발이익 처리 방향을 법제화하지 말고 지자체와 협의하에 처리토록 해 달라는 전경련의 요구에 무게를 실었다.
  
  같은당 김종률 의원도 사회간접자본(SOC)투자에 소요되는 비용에만 출자총액제한을 제외토록 하고 있는 정부안에 대해서 "광범위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개별적인 적용이 필요한 지 의문이다. 융통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혀, 투자금액 전체에 대한 출자총액제한 적용 제외를 요구하고 있는 재계와 태도를 같이 했다.
  
   기업에 지역 선택 자율권 보장
  
  충청도 출신 의원들은 "지역 형평성 차원에서 기업도시 건설 대상에서 수도권과 충청권은 배제한다"는 정부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며 "지역 선택도 기업에 자율권을 줄 것"을 요구해 재계보다 한 발 더 나가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박상돈 의원(충남 천안을)은 "수도권과 충청권을 배제하면 기업들이 나머지 지역에 얼마나 희망갖고 투자할 지 의아하다"며 "정치적 논리로 지구가 결정될 경우 성공을 보장키 어려우니 기업에 지구 선택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김종률 의원(충북 진천.음성)도 "개발집중지역을 대상에서 제한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신행정수도가 들어온다고 해서 충청권을 모두 배제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며 정부의 입장에 불만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충북의 경우는 행정수도가 들어오는 충남과 거리상으로도 상당히 떨어져 있으니 지역 선택은 민간의 자율에 맞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업의 자율적 선택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당 "기업도시 특별법 정기국회내 통과"
  
  이처럼 여야 의원들이 전경련 요구 수용을 적극적으로 촉구하자 난색을 표하던 정부쪽에도 변화가 엿보였다.
  
  강동석 건교부 장관은 당초 "전경련이 처음 기업도시를 제안해 왔을 때부터 정부는 노동유연성 문제와 환경규제완화에 대한 요구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밝힌 바 있고 토지 수용권의 경우에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오히려 과도한 특혜로 재벌에게 투기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며 전경련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의원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강 장관은 "공청회 해 보니 지자체장들은 기업의 자율권을 좀 더 확대해도 된다는 열린 의견을 갖고 있었다"며 "노동-환경을 제외한 나머지 견해차이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거치며 수렴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혀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모임의 회장으로 간담회 사회를 맡은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은 "정부안도 있지만 여야 의원 공동 발의로 정기국회를 통과시키면 어떨까 한다"며 "여야가 협력아래 이번 국회 통과도 어렵지 않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강 의원은 "정부안도 기업도시에 대한 요구를 70% 정도 해결하고 있으니 전경련이 이 법을 통과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요구하기 보다는 이번 정기국회 중 통과를 목표로 80%짜리라도 만들어 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며 정부안과 전경련안을 중재하는데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이지윤/기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almas 2004-10-02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경련이 보기에 노무현 정권이 얼마나 믿음직스러울까 ...

릴케 현상 2004-10-02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무서버라
 


 

노동법 개악저지, 전체 노동자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

 

노동법 개악이라는 독약
정부가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입법안'을 입법예고했다. 파견노동자와 기간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라며 정부는 자신만만하게 법안을 제출했다. 경총은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이 법안이 노동유연성 제고에 미달한다며 득달같이 성명을 발표했다. 분위기로만 보면 정부에서 비정규직에 관한 획기적인 보호입법안을 제출한 듯 하다. 그러나 달짝지근한 겉포장 속에 들어있는 것은 쓰디쓴 독약이었다. 그야말로 노동자를 한방에 보내기 위한 독약이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입법안'에 담겨져 있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현재 노동법 개악에 관해 분명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투쟁 방향 및 계획을 설정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보호입법안은 비정규직 확대법안이다.
이번 노동법 개악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파견법의 경우 첫째 파견허용업무의 전면적 확대(네가티브 방식)는 한국사회를 비정규노동과 중간착취의 온상으로 만들 것이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불법파견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사용자들이 이 법안을 얼마나 환영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법에 묶여 파견노동자를 사용하지 못했던 수많은 업종에서 대대적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며 이 태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노동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둘째 파견허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직접고용 간주규정'을 삭제한 것은 사용자에게 파견노동자를 '1년 더 혹은 그 이상' 마음대로 착취할 수 있도록 해준 조치다. 종전에는 2년 이상 파견노동자를 고용하면 직접고용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새 법안에 따르면 그 기간이 3년으로 확대된 것이다. 또 '직접고용 간주규정'의 삭제로 인해 사용자는 어떻게든 파견고용의 정당성만을 입증한다면 3년 이상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안정적 파견노동을 위한 것이라 떠벌리지만 3년 이내에는 사용자 마음대로 고용기간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역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이 법안은 기간제 고용을 무제한적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기간제 고용의 허용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대폭 연장한 것은 파견법 개악안과 똑같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유발한다. 이는 사용자들에게 1년 후 직접고용이라는 압박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기간제 고용이 3년을 초과할 수 있는 예외사유를 애매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은 사실상 기간제 고용을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말장난만으로 손쉽게 정규직을 기간제 고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이다. 또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기간제 노동자를 3년 이상 사용할 경우 해고가 제한된다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다. 입법예고안의 규정은 '정당한 이유'없는 해고를 규제한다는 것이고 이는 그 '정당한 이유'를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일반적 경향은 비정규직의 해고정당성에 대해 사용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정부가 주장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를 도입했다는 것도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정부의 안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노동자에 비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동종업종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차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들은 현재의 업종을 더욱 세분화하여 '동종업종이 아닌' 업종을 만들어낼 것이고-말장난에 불과한-이런 업종에 대해 무제한적으로 파견 및 기간제 노동자들을 고용할 것이다. 게다가 설사 위법적 차별을 했다하더라도 그에 대한 징계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전부다. 결국 '조삼모사' 수준도 안 되는 차별금지 조항으로 정부는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노동법 개악은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의 문제다
우리는 여기서 지금의 노동법 개악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개악안의 내용은 파견법과 기간제 근로등 비정규직에 관한 내용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것이 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정규직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된 이후의 상황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임금이나 해고 등에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파견 및 기간제 노동을 선호하게 될 것이고 이는 구조조정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 재고용 등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사실 이는 97년 IMF사태 이후 현장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졌던 일들이다. 이는 직접생산공정이 파견업종에서 제외된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제조업인 완성차 산업의 경우 주 생산라인과 하부 생산라인에 대해 주 생산라인만을 '직접생산공정'으로 인정하게 되면 하부 생산라인은 파견이 가능하게 된다. 즉 지금까지 정규직이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파견 혹은 기간제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법안은 '차별금지'란 명목으로 정규직을 공격하여 비정규직을 더 많이 양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사태는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노동유연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만큼 정규직이 줄어들고 있음은 약간의 관찰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눈감고 눈앞의 실리만을 추구했던 우리 노동운동에게 지금의 노동법 개악안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노동법 개악안을 내놓은 이유
이번 정부의 입법안은 애초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던 공익위원안보다도 후퇴한 최악의 개악안이다. 정부가 이런 개악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자신감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정부는 이 정도의 안을 내놓아도 노동자들의 저항이 그리 거세지는 않으리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상반기 투쟁과 최근 2-3년 간 노동자투쟁을 회고해보면 정부의 이런 판단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깊은 골로 인해 노동운동의 조직력은 심각하게 무너졌고 올 해 전개된 주 5일제를 둘러싼 투쟁들은 엄청난 여론의 비난 속에 고립되어버렸다. 현재 노동운동이 안팎으로 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이는 아무도 없다.
정부는 이런 판단에 기반해 지금까지 진행해온 노동유연성의 제고를 위한 큰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차후 예상되는 '유사근로자단결활동등에관한 특별법'과 '노사관계 로드맵'의 악법조항 등의 제정이 유연화의 완벽한 제도화라면 이번 개악안은 그를 위한 중요한 교두보다. 따라서 이번 개악안이 별 '무리 없이' 통과된다면 노동유연화의 확산을 막을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또 시기적으로 봤을 때 우선 비정규직의 급격한 증가와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정부로서는 이에 대해 조만간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또 작년과 올해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사용자들은 파견업종의 확대 및 파견기간 연장 등 비정규직에 관한 규제 철폐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었다.
덧붙여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지금 노무현정권으로서는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현 정권의 근본적 목표가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화와 노동유연화의 완성이라고 했을 때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기 전 그를 위한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은 사활적 문제다. 이는 현재 정권이 추진중인 과거사청산, 국보법 개폐 등의 쟁점에 미루어봐도 분명히 드러난다.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아직 본격적 레임덕 현상에 빠져들지 않은 지금이 노무현정권에게는 자신의 전략을 추진할 적기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현 시기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는 것이 가지는 정세적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노동법 개악저지는 현재 수세에 몰려있는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는 투쟁이며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전략을 분쇄하기 위한 핵심적 투쟁이다.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해 힘차게 싸우자.
노동법 개악저지를 위해 현 시기 노동운동에 주어지는 과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전체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릴 때가 아니다. 또 '비정규직 차별철폐'라는 수세적 구호로는 지금의 국면을 돌파할 수 없다. 이미 '차별철폐'는 이번 노동법 개악안을 계기로 무력화되어 버렸다. 정규직이 하루아침에 비정규직으로 떨어지는 마당에 '차별철폐'가 무슨 소용인가? 만약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번 개악안에 대해 강 건너 불 보듯 한다면 이후 벌어질 사태는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정규직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해 싸워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노동권을 위해, 그리고 끝이 안 보이는 위기에 봉착한 노동운동을 다시금 굳건히 세워내기 위해 정규직 노동자들의 사활을 건 투쟁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의 행보는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지금과 같은 개악안을 내놓는 정부와 이른바 '교섭'이 가능하다는 판단은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는 것인가? 노무현 정권이 사회적 교섭을 추진한 의도는 무엇보다 노동운동을 '교섭'의 이름으로 묶어두기 위함이었다. 오직 정부의 의도를 관철시키는 것에만 목적이 있는 사회적 교섭기구를 통해 노동운동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민주노총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사회적 교섭에 지금까지 헛된 노력을 쏟아 부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더 이상의 사회적 교섭을 위한 노력을 중단하고 투쟁의 전면에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 사회적 교섭으로 노동법 개악을 저지할 수는 없다.
또한 허울뿐인 차별금지조항으로 인해 지금보다 더 악조건 속에서 노동하게 될 파견, 기간제 노동자들은 지금 어려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제대로 된 노동조합을 조직하기도 어려운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이들의 힘겨운 투쟁이 외로운 투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전체 노동운동의 몫이다. 현재 노동운동의 암적 존재라 할 수 있는 노동자들간의 분할을 극복하고 굳건한 연대투쟁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여러 가지 여건을 종합해봤을 때 현재 노동법 개악저지 투쟁은 우리에게 만만한 싸움이 아니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고 과거 노동법 개악저지 투쟁을 되짚어 볼 때-국회 본회의로 넘어가면 사실상 저지는 힘들어진다-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2개월 남짓이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의 노동운동이 이런 긴박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만큼 순발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수세적 상황에 빠져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정세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결이다. 전체 노동자의 총단결, 총투쟁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전략을 결정적으로 파탄내기 위한 전체 노동자의 단결된 투쟁을 바로 지금부터 시작하자.

 

사회진보연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