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수정헌법 1조’ 힘의 뿌리

“의회는 발언의 자유, 언론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 권리, 불만을 시정하기 위해 정부에 청원하는 권리를 박탈하는 입법을 할 수 없다.”

유명한 미 수정헌법 제1조의 일부다. 건국 초기 헌법을 만들 때 시민의 기본권이 빠져있는 걸 발견한 시민 대표자들은 10개의 조항을 헌법에 새로 추가했다. 그 첫번째가 바로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이 조항이다.

20세기 들어 수많은 대법원 판례를 거치면서 이 조항은 미국 정치, 사회, 문화 발전의 한 상징이 됐다.

최근에도 이 조항에 근거한 연방대법원 판결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어린이를 인터넷 포르노로부터 보호하려는 ‘어린이온라인보호법안’에 관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이 법이 위헌이라고 판시하진 않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니, 정부와 의회는 다른 방식의 규제방안을 찾아보라고 권고했다.

어린이들이 인터넷 유해사이트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건 미국에서도 큰 사회문제다. 당연히 이걸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의회는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인터넷 포르노사이트를 무조건 폐쇄하는 게 아니라, 신용카드번호 입력 등 성인인증을 철저히 하도록 강제하자는 게 이 법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수정헌법 제1조를 비켜가지 못했다.

새 법의 위헌소송을 제기한 이는 포르노업계가 아니었다. 영향력 있는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이다. 시민자유연맹이 옹호한 건 포르노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였다. 판결은 5대 4 한표 차이로 갈렸다.

찬성 또는 반대한 대법원 판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9명의 연방대법원 판사 중 진보 성향은 4명, 보수 성향은 5명으로 분류된다. 가장 왼쪽(진보)에 존 폴 스티븐스 판사가 있고, 가장 오른쪽(보수)에 클래런스 토마스 판사가 서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시민자유연맹의 손을 들어준 사람은 진보 쪽의 세명과 중도보수인 앤소니 케네디 판사, 그리고 가장 보수적이라는 토마스 판사였다.

사상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람은 이제 한국에도 없다. 그러나 그걸 지키려는 철저함에서 미국은 한국보다 저만치 앞서 가 있는 것 같다.

연방대법원 판결은 결과적으로 인터넷 포르노를 더 활개치게 할 수 있다. 판결이 옳은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는 있다. ‘표현의 자유’란 때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혼란을 용인하면서도 지킬 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다. 그중 일부분만 떼내 강조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요즘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많은 사안들이 그런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 싶다. 지금의 미국을 있게 한 힘의 근원이 바로 수정헌법 제1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찬수 워싱턴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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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개념, 법이 규정할 필요없다
     
‘가족개념의 발상전환을 위하여’ 토론회

 문이정민 기자
 2004-07-04 23:57:36


“가족의 범위를 법에서 정의할 필요 있나.”

민법개정안과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개념 규정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가족위기? 가족변화? -가족개념의 발상전환을 위하여’ 토론회에서 이재경 교수(이화여대 여성학과)는 “가족에 대한 정의가 과연 필요한가”라고 문제 제기했다.

복지의 대상은 가족이 아닌 ‘개인’

2003년 국무회의를 통과한 민법 개정안을 보면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는 가족으로 한다’고 정의 내리고 있다. 또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에선 가족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인 가족 규정은 실제 현실 속의 가족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재경 교수는 “우리는 흔히 가족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잠시 주춤한다. 왜냐하면 누구를 포함시키고 누구를 제외해야 하는지 쉽게 판단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을 그 외부와 경계가 분명한 단위로 여기지만 현실에서는 가족을 정의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가족의 다양성 담론에 확산되면서 그동안 비정상 가족으로 범주화됐던 가족들을 ‘다양성의 이름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진정한 다양성의 수용이라기 보다 정상가족을 기준으로 한 변이 현상으로 보는 관점이었다”면서,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개정안의 가족개념 규정을 비판했다. 즉 “다양성의 수사가 민법개정안의 가족범위 규정이나 건강가정기본법의 ‘건강/비건강 가족’이라는 이분법과 결합하면, 이미 다양성은 담보되기 어렵다”는 것. 이 교수는 “가족의 범위나 경계, 가족원의 역할을 출계, 혈연, 성별 등에 근거해 규범적으로 정의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개인이 선택하고 살아가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생활이 제도적으로 지지되고 지원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가족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어떻게 정책지원 대상을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사회적 보호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즉 복지의 대상은 가족이 아닌 개인이 되어야 하며 개인을 통해 가족은 간접적으로 지원의 혜택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가족실태 파악부터 해야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 수석연구위원은 “가족의 범위를 규범적으로 정의하지 않는다면, 일상적으로 가시화될 때 어떤 형태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표시했다. 또 ‘가족’을 단위로 국가의 정책을 시행하고자 하는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지향성과 당장의 시책마련 사이에는 괴리가 있으며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이상을 추구하는 것에는 보다 깊은 논쟁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숙 교수(상명대학교 가족복지학과)는 “학자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이념적 정의와 일반시민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이념적 정의는 다르다”면서, “핵가족만을 고수하는 단일개념에서 벗어나 한부모, 재혼, 입양가족을 가족의 형태로 점차 수용하는 경향을 나타내지만 여전히 동성애, 공동체가족, 친지들과 동거하는 노인단독가구는 가족으로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부부관계와 부모자식관계를 필수조건으로 강조하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이런 이념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가족정책을 위한 가족에 대한 정의도 각 국가의 가족정책의 방향과 가족에 대한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가족정책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건강가정기본법에 대해 “가족에 대한 기본법이 생겼다는 데 의의를 두고, 사회적 관심환기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수정, 유의미한 지원법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 유경희 상담소장은 건강가정기본법에 대해 “가족에 대한 기본법이기 때문에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기존의 안정된 틀을 고수하기 위한 단편적 대응책보다는 가족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읽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족현실을 바탕으로 한 각각의 개별가족 실태파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과 현실의 괴리

박순덕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복지위원회)는 “가족을 법에서 개념 지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법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예를 들어 남편은 부인과의 사이에 태어나지 않은 자녀도 부인의 동의 없이 남편 자신의 호적에 올릴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남편의 혼인 외 자식은 비록 법적으로는 부인과 다른 자녀들의 가족이지만 그들의 인식 속에는 가족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부모가 이혼해 엄마가 자녀들을 키우는 경우 비록 자녀들은 아빠의 호적에 그래도 남아 아빠와 계모의 법적인 가족이 되지만,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자녀들은 엄마나 계부와 호적이 함께 되어 있지 않아도 엄마나 계부를 가족으로 인식한다는 것.

박 변호사는 “아무리 법이 가족이라는 개념을 규정하고 싶어하고 규정한다고 해도 현실상 개개인이 인식하고 있는 가족이라는 것은 개인마다 그 차이가 많으므로 법과 현실이 괴리될 수밖에 없고 개개인이 인식하는 가족의 형태를 법에서 모두 개념 지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법은 보호가 필요한 개인이 있으면 그 개인을 통해 가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윤홍식 교수(전북대 사회복지학과)는 “복지국가의 위기를 빌미로 등장한 서구의 신자유주의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가족위기’ 담론임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가족위기 담론의 정치적 의도는 가족위기 담론을 통해 전형적 가족을 강화하는 이념적 근거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복지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가족에게 강제함으로써 소위 비생산적 자원의 소모를 완화하자는 전략적 목적 속에 배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족위기에 대한 논의의 지평을 세계적 신자유주의 질서의 재편 과정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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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7월 15일 (목)
제 2615 호
발행처 : 인권운동사랑방

 

‘생체정보’ 안전한가?

정보인권단체, ‘생체정보와 프라이버시’ 관련 토론회 열어

지문, 유전자, 홍체 등 생체정보로 본인을 식별하는 기술의 도입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프라이버시 보호 논의는 아직 우리사회에서 취약하다. 이에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등은 14일 ‘생체정보와 프라이버시’ 토론회를 개최, 생체인식 기술 활용의 사회적 의미와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법․제도적 대안을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생체정보 이용의 문제점과 사회적 통제-유전자 디비를 중심으로’란 주 발제를 시작으로 ‘US-VISIT과 화상인식기술, 미아찾기 유전자디비에 대한 비판적 검토, 지문정보의 오․남용 사례’가 집중 검토됐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간사는 “신원확인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아래 유전자 디비)는 일단 구축되고 나면 입력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속성을 가진다”며 “국가가 소유한 다양한 개인정보들이 연동, 통합되는 것처럼 각종 신원확인용 유전자 디비(미아찾기, 이산가족찾기, 군대)와 신상정보(주민등록, 지문)가 연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씨는 주민등록과 지문날인을 전산화해 운영하고 있는 강력한 국가감시체계를 갖춘 나라에서 개인의 유전정보까지 국가가 소유할 필요가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필요에 따른 활용은 엄격하게 법률에 근거해서 제한적으로 이용하더라도 디비로 구축해 유전자 정보를 집적․관리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신원확인을 위한 유전자 디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면 유전자 감식기술의 사회적 활용이 크게 증가하고 이에 따른 인권침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서울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한다는 핑계로 조선족 동포들 수십 명의 유전자를 반강제로 채취했다. 유전자 감식과 디비가 표면적으로 특정집단에게 한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재로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정보의 분석과 저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일반인에 대한 유전자 채취는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부분 반강제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는 “국가차원에서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해당 개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 씨는 “생체정보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몰래 수집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집 자체를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업 내 생체정보개발자, 관련 연구소의 연구원, 행정자치부․법무부 관련 담당자들이 참석해 생체정보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주)삼성 SDS 정상삼 씨는 “현재 나와있는 기술 중 신분증 위변조 방지, 각종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지문인증과 같은 생체인식 기술이 ‘최적’이다. 만약 이런 기술을 부정한다면 그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기술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기술이 없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사무국장은 “효율성과 비용 측면에서 생체정보 기술 도입이 저렴하더라도 프라이버시 침해가 예상된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다른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생체정보 활용이 최후의 불가피한 상황과 제한된 범위 안에서 쓰여야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그 이전에 다른 방식이 선행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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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7-20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전 이미 딸아이의 생체정보를 등록해버렸답니다.
미아방지대책으로 지문등록을 하는 시스템이 있더라구요.
혼자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기 일수인 딸아이가 걱정되어
놀이방에서 단체로 등록할 때 같이 해버렸죠.
여러 모로 걱정은 되지만, 필요악이라고 인정해버렸다지요. -.-;;


balmas 2004-07-20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그 예쁜 마로의 생체정보가 그렇게 됐군요.
정말 남의 일이 아니군요.
 

 

 

사민당 한계 넘으려는 독일좌파의 정치실험
독일 좌파 대안정당운동, 구호보다는 내용이 문제

 

최재한 ajhberlin@freechal.com

 

   
▲ 연이은 선거 참패와 지지율 하락으로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슈뢰더 총리
2002년 총선에서 간발의 차(3석)로 재집권에 성공한 독일 사민당(SPD)이 2차 대전 이후 최저의 지지율로 홍역을 앓고 있다. 총선 이후,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던 사민당은 지난 6월 13일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21.5% 득표에 그쳤고, 특히 최초 창당 지역인 아이제나하가 있는 튀링엔 주의회 선거에서는 구동독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26%)에도 뒤진 14.5% 득표로 제3당 신세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물론 43%라는 낮은 투표율을 보인 유럽의회 선거의 결과가 2006년 차기 총선의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은 사민당 지지자 상당수가 녹색당이나 민사당 지지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녹색당의 경우, 베를린(22.7%)/프랑크푸르트(25%)/뮌헨(23.3%) 등 대도시에서 학생과 지식인 그리고 공무원의 지지를 등에 업고 사민당을 추월했다. 한편, 지난 총선에서 5% 득표에 실패해 중앙정치무대에서 사라졌던 민사당은 구동독지역의 사민당 이탈세력을 끌어안고 부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사실 사민당의 지지율 하락은 우경화된 개혁프로그램인 '아겐다2010'과 함께 시작됐다. 국민들 대부분은 사민당이 140년 간 지켜오던 '사회적 정의(soziale Gerechtigkeit)'라는 가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사회적 국가(Sozialstaat)'의 기반을 흔드는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런 국민들의 집권당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7월 초 제1공영방송(ARD)이 실시한 가상총선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사민당의 정당지지율은 23%에 불과해, 야당인 기민(CDU)/기사(CSU)연합이 얻은 45%의 절반 수준이었다.

역설적으로 더욱 보수적인 당론의 야당이 사민당 개혁정책이 불러온 국민적 저항의 반사이익을 최대한 누리고 있다. 한편, 독일노총(DGB) 위원장 좀머는 사민당의 노동시장정책인 하르츠법안IV이 "실업자를 지원하기보다는, 그들을 빈민화로 내모는 정책"이라고 노동자•서민의 입장에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따라서 여야가 사회경제정책을 통해 보수적 힘 겨루기를 하는 정치적 상황이 새로운 대안정당운동에 불을 지폈다.

7월 3일 베를린에서는, 90년대 사민당 대표로서 당내 좌파세력을 이끌었던 라퐁텐의 측근들로 구성된 '선거대안2006'과 노조활동가, 반세계화 운동세력들이 중심이 된 '이니셔티브 노동과 사회적 정의' 소속 40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선거대안 노동과 사회적 정의'라는 모임이 공식적으로 발족됐다. 이미 전국적으로 70개 지역의 1만 명이 의기투합한 새로운 대안정당운동은 하계휴가가 끝나는 올가을 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해서 좌파정당의 창당과 내년 5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회 선거 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리고 서진(西進)에 실패하고 있는 민사당과의 관계설정을 위해서 프로그램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대안정치운동은 사회적 저항의 일환으로 기존 정치권에 대해 우선 4가지 항목을 요구하고 있다. ◇하르츠법안IV 철회. ◇노동시간연장 철회. ◇사회적 국가의 보장과 혁신. ◇부유세 도입. 그들은 실업수당/사회부조의 삭감과 노동시간연장(주당 35시간→40시간)을 반대하고, 사회적 국가로서 양질의 교육과 의료체계를 보장하기 위해서 자산세를 재도입하고 최고세를 47%로 인상하는 등 부유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발기인 상당수가 노조관계자인 대안정당의 좌파적 요구들은, 계급의식으로 잘 무장된 조직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유인효과를 거둘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조직화되지 않은 하층계급들 상당수도 지난 6월 선거에 대거 불참여했고, 좌파적 포퓰리즘 선동에 이끌릴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기에 대안정당의 주된 공략대상이다. 제1공영방송의 "새로운 좌파정당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는 확실히 지지할 것이고, 37%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질문했을 경우, 그 답변이 각각 9%와 49%에 달했다. 그리고 젊은층, 노동자, 실업자를 대상으로 설문했을 때, 그 잠재적 지지율은 더욱 높아진다. 정당전문가인 발터교수(괴팅엔대학)는 라퐁텐(전사민당대표)이나 기지(전민사당대표) 같은 좌파적 명성이 높은 인사들이 참여하고, 몇 가지 쟁점에 대한 구체적 대안만 제시한다면 새로운 대안정당이 비례대표를 배분받을 수 있는 5%조항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그는 만일 서독지역에서 집권여당에 실망해서 선거불참을 결정한 절대다수를 투표장으로 동원한다면, 10% 지지율의 상당한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런 좌파 대안정당운동에 대해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섰다. 먼저 야당인 기사연 사무총장 죄더는 "현재 독일에 필요한 것이 경제적 실상도 파악하지 못한 또 하나의 좌파정당이 아니다. 그 존재는 독일을 더욱 괴롭힐 것이고, 실망스런 반쪽짜리 공산주의자나 노조관계자가 더 이상 잠재적인 세력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그들의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그리고 여당인 사민당 지도부는 '사생아'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일단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으로 애써 평가절하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구당위원장 샤르타우는 노조를 향해 야당의 정권탈환이 노동자들에게 재앙이기에 사민당과의 협력이 필연적이며, 당장 신당 창당에서 손을 뗄 것을 호소했다. 한편 부대표 폭트는 "베를리너 차이퉁(BZ)"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안정당운동에 참가하는 당원들을 모두 출당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내부단속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내부단속에도 불구하고 당내 좌파세력의 합류로 대안정당운동이 탄력을 받게되면 사민당은 비상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슈뢰더 총리의 스타일로 봐서, 좌파 대안정당세력들에게 무릎을 꿇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슈뢰더 총리는 독일의 사회적 국가가 현재 모습으로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지율 급락을 '고통스러운 수치'로 표현하면서도, '아겐다2010'의 성공을 확신하면서 계속적으로 추진할 뜻을 피력했다. 오히려 그는 슈피겔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조는 내용적으로 아무 것도 제시하지 못하는 서비스공공노조 위원장 브지르스케 같은 사람이 노조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를 반문해 봐야한다"면서 그간 개혁정책에 딴지를 걸었던 노조지도부를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이에 노동계는 발끈해서 새로운 대안정당운동에 적극 참가하자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서 사민당내 노동블록은 개혁정책에 대한 노조의 우려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당과의 이해관계에서 노조가 제1선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당지도부에 호소했다.

올가을 브란덴부르크, 자란트, 작센을 시작으로 쉴레스비히홀스텐 그리고 내년 5월 사민당의 텃밭이자 최대인구 지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서 연이어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만일 여기서 연합세력에게 모두 패한다면, 사민당은 상원격인 분데스라트의 3분의 2라는 절대의석을 야당에게 내주게 된다. 따라서 야당은 예산안 심의를 포함해서 여당이 제출하는 모든 법안들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사민당은 정권의 정당성마저 위협받아, 야당에 의해 점차 가시화되는 조기총선이라는 국민적 압력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사민당 대표가 된 뮌터페링은 "가재는 게편"이라는 논리로 좌파세력들의 반란을 무마할 수 있다고 희망할런지 모른다. "노동운동은 단지 사민당과 노조가 어깨 걸고 나갈 때 성공할 수 있다"며 사민당으로 뭉쳐야하는 당위성을 역설한 그의 좌파적 레토릭만으로는 추락하는 사민당 지지율의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45년 전 사민주의자들은 소위 '고데스베르크 강령'을 채택해서, 주요 생산수단의 사회화라는 목적을 포기하고 '사회적 시장경제'를 껴안았다. 이때부터 사민당은 사회주의적 목적과 맑스주의적 사상을 버리고 대중정당으로 탈바꿈했다. 새로운 대안정당운동도 단순히 '아겐다2010'을 보이콧하는 차원을 벗어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어떻게 채워나갈지가 관건이다. 만일 대중의 정서에만 호소하고 슬로건성 구호나 남발하는 우파적 포퓰리즘을 답습한다면, 새로운 대안정당운동도 자본주의의 극복은커녕 개조도 불가능한 정치적 깃발 꽂기에 불과할 것이다. 독일 정당사가 새롭게 서술될 지 여부는 조만간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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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위 '색깔 공세'에 인권단체 반격

인권단체 "과거사 진상규명 노력 자체를 무력화시키려 해"

 

  보수언론들이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 조사관의 과거 전력을 들추며 이념공세를 전면적으로 펼치는 데 대해 인권단체들이 반격에 나섰다.
  
  조선일보, 사설-기사 통해 의문사위 맹성토
  
  조선일보는 16일자 신문에서 '의문사위 간첩·사노맹 출신 조사관, 군 사령관·전 국방 등 수십면 조사'란 제하의 기사를 1면 톱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의문사위 조사관 2명이 각각 간첩죄로 4년간 복역한 전력과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출신으로 8년간 복역했다"며 "이들은 사면·복권을 받아 조사활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 뒤늦게 이런 전력을 알게 된 전·현직 군 고위관계자들이 비애를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간첩 출신이 민주화 의문사 조사해왔나'란 제하의 사설을 통해 이 사건을 재차 강조했다.
  
  사설은 "의문사위가 간첩죄 등으로 실형을 살았던 3명을 직원으로 채용해 '조사관'으로 활동하게 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과거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의문사를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문사위에 왜 간첩 출신이 조사관으로 활동해야 하는지 도무지 그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해서 누구나 아무 자리에서나 앉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사설은 "순수하게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도 많은데 의문사위가 굳이 간첩 출신이나 반국가단체에서 활동한 사람을 채용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의문사위의 정체성과 활동 목적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형을 살고 전향했다고 하더라도...의문사위 신뢰성이 떨어진다" 맹공
  
  15일 가장 먼저 이 문제를 제기했던 중앙일보도 의문사위를 맹성토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16일자 '간첩 전력 조사관이 국방부를 조사하니...' 제하의 사설에서 "조사관 가운데 간첩죄와 반국가단체 가입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며 "의문사위에 이런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는 사실은 의문사위의 정체성을 더욱 의심스럽게 한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어 "간첩이라도 형을 살고 전향했다면 어떤 분야에서도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면서도 "이들이 아무리 공정하게 의문사를 조사했다 하더라도 객관성과 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신뢰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문사위 조사관 과거 전력 이미 알고서도 새로운 것처럼 채색
  
  하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이같은 주장과 보도태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일단 의문사위 조사관들 중 일부가 과거 간첩죄와 반국가단체 가입 등으로 실형을 살았다는 사실은 이미 수년 전에 밝혀진 사실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2002년 1월19일자 '이름값도 못하고 간판 뗄 판-헛도는 국민의 정부 위원회들'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의문사위 조사팀에는 과거 사노맹 등 반정부 단체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기무사·국정원·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파견나온 요원드로가 함께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중앙일보뿐 아니라 국내 다수 언론이 보도했던 사항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새롭게 확인된 사실로 보도하면서 다시 한 번 의문사위 활동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인권단체, "과거 침묵하며 눈치 보던 일부언론은 뒤늦은 마녀사냥 걷어치워라" 반발
  
  인권운동사랑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5개 인권단체들은 15일 성명을 내고 이들 신문의 여론몰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일부 언론의 보도에는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던 조사관들이) 의문사위 활동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으며 어떤 물의를 일으켰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고 다만 과거전력을 거론할 뿐이다"며 "이런 보도 행태는 의문사위의 강제전향공작에 의해 사망한 장기수의 민주화운동 관련성 인정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색깔 덧씌우기에 이은 야만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이들은 "이들 조사관들은 이미 실정법 위반에 대한 형량을 마치고 사면·복권되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문사위에 채용되어 활동해왔다"며 일부 언론들의 보도는 매우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과거 침묵하며 눈치 보던 일부 언론은 뒤늦은 마녀사냥을 걷어치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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