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겨레에 실린 재미있는 기사입니다
흥미로운 주제라 퍼왔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향기, 자연의 일부냐 창작품이냐
[한겨레 2004-08-03 15:28]

[한겨레] 네덜란드 법정
‘트레조르향지적재산권’ 인정논란

장미향을 이용한 장미향수의 향은 장미의 것일까, 이를 만든 회사의 것일까 최근 네덜란드 법정이 유명 향수제품의 ‘향’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인정해 전세계 화장품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네덜란드 덴 보쉬의 항소법원은 지난 6월21일 프랑스 화장품회사 랑콤의 향수 ‘트레조르’의 향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면서 이와 비슷한 향의 향수제품 ‘피메일 트레저’를 판매하는 네덜란드 화장품회사 케코파에게 1995년부터 이 제품을 팔아 번 수익 2만5천유로(약 3천4백만원)을 랑콤에게 주도록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트레조르의 향이 “감각에 의해 측정 가능할 뿐 아니라 저작권법에 명시하고 있는대로 ‘창조된 작품’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구체적이고 안정적”이라며 “이를 만든 창조자의 개인적 흔적을 담고 있는 원조성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구체적인 근거로 두 제품이 26가지 성분 중 24가지가 동일하며 나머지 2성분에 대해 피메일 트레저는 값이 싼 대체 성분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 지금까지 ‘향’에 대한 법적 재산권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이나 냄새는 쉽게 사라지고 잘 변하는데다 대부분의 향수는 다양한 자연 향을 배합한 것이어서 향에 대한 소유권은 자연에 있다고 여겨 특정 개인이나 회사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따라서 향수 제조업체들은 자신의 향수에 대한 ‘발명특허’를 등록하거나 제조자들에게 ‘제조비밀엄수 각서’를 받는 형식으로 향수 비법을 보호해왔다. 특허권은 배타적인 제조권이 20년 보장되는 데 반해 지적재산권은 100년 이상 배타성이 보장된다.

이 판결에 대해 랑콤 변호인단은 “혁명적”이라며 “두 향수제품 성분이 26가지 중에서 24가지가 (고의적으로 베끼지 않고) 우연히 일치하기란 100년 동안 매일 복권에 당첨되는 확률만큼이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적재산권이 인정되지 않는 ‘색’으로 구성된 ‘그림’의 지적재산권이 인정되고 모두가 사용하는 ‘단어’를 조합해 만든 ‘시’의 지적재산권이 인정되듯이 자연의 일부인 ‘향’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이를 창의적으로 조합한 향수에 대해서는 재산권을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향원료 자연서 얻지만 제조자 조합으로 만들어져
복제품 ‘피메일 트레저’ 10년간 수익금 랑콤에 주라

랑콤쪽은 네덜란드에서 생산하는 다른 향수 7종에 대해서도 지적재산권 소송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트레조르와 비슷한 향수를 트레조르의 10분의 1 가격인 5∼7달러에 제조·판매해 온 케코파는 곧바로 네덜란드 대법원과 유럽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코파 대변인은 “어떤 회사는 비싼 딸기잼을 팔고 있고 다른 회사는 싼 딸기잼을 팔고 있는 상황에서 싼 딸기잼을 못 팔게 하는 판결”이라며 “향수는 창조품이 아니라 딸기잼처럼 단지 같은 성분을 사용해 만든 산업제품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판결은 이 두 회사 간의 공방뿐만 아니라, 전세계 화장품업계와 화학계, 법조계에까지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를 두고 영국 <가디언>은 이 문제가 “상업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물리학적, 철학적, 미학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향을 자연의 일부로 볼 경우 이를 다양하게 조합하는 창의성을 무시하는 게 되고, 그 창의성을 인정하면 극단적인 경우에 컴퓨터 회사에서 자사 컴퓨터의 냄새에 지적재산권 인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컴퓨터 고유의 기계 냄새에 대해 재산권이 인정되면, 비슷한 부속품을 사용하는 후발 컴퓨터 생산업자들은 그 냄새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더군다나 요즘 향수들은 단순히 식물에서 추출한 향뿐만 아니라, 아기 냄새, 유명 건물 냄새 등을 이용한 향수를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화학자이자 미국 프랭클린피어스 로스쿨 교수 토머스 필드는 “와인과 각종 향신료, 양념도 지적재산권을 인정할 것이냐”며 “공공정책의 관점에서 최악”이라고 판결을 혹평했다. 또다른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암스테르담 대학의 제라르 몸 교수는 “이 판결은 네덜란드 안에서만 유효하고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는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수성분 대부분 비슷 창조품 아닌 산업제품일뿐
화장품업계 판도 바꿔 영세업자 도산 도미노예고

반면, 뉴욕에 있는 국제향수사 연구소의 수브하 페이털 박사는 “살아 있는 장미에서 나는 향과 장미에서 추출된 향은 추출되는 순간 향이 달라진다”며 같은 장미라도 재배법이나 추출시점 등에 따라 향이 다르기 때문에 제조자의 창의성 인정에 손을 들어줬다. 프랑스 베르사유 소재 국제향수연구소의 과학국장 시릴 버넷은 “향수를 만드는 것은 3천여개의 다양한 향 재료 중에서 선택과 조합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향수의 대가들은 평생에 걸쳐 4∼5개의 작품을 만드는 데 다른 사람들이 3개월만에 대가들의 필생의 작품을 베껴서 판다고 생각해보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향수업계에는 수천개의 영세업자들이 유명 향수 상품을 모방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이번 판결로 전세계에서 비슷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케코파쪽은 “대부분의 향수가 사실상 150개 성분을 쓰고 있으며, 70%는 사용 성분이 동일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화장품업계의 거센 구조조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화장품 업계가 몇몇 거대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인정이 활성화되면 연구개발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영세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도산 도미노 현상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산업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총매출규모 2억8백만달러에 이르는 네덜란드 화장품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송에서 승소한 랑콤은 프랑스 로레알 계열사로 직원 5만명에 지난해 매출은 172억달러였으며, 패소한 케코파는 직원 70명에 2002년 기준매출액이 1230만달러에 불과했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마이뉴스

 

 

대한민국 '간판'을 내리는 슬픔

[손석춘 칼럼] 고 김선일의 절규를 그새 잊었는가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그가 '헌법의 수호자'로 나섰다. 딴은 처음은 아니다. 이미 '국가 정체성'을 들먹이지 않았던가. 혼자는 아니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추썩이고 <동아일보>가 뒷북쳤다. <한국방송> <문화방송> <서울방송>도 중계 방송하듯이 주요 '뉴스'로 '전파'했다.

그래서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온통 정체성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국가적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도 엉뚱한 정쟁에 사로잡혀있다. 정쟁의 수준도 차라리 민망스럽다. 도무지 부끄러움이란 모르는 자들이다.

헌정을 총칼로 짓밟은 제 아비를 비판하지 않은 채 언죽번죽 국가 정체성을 거론한다. 종신 집권을 위해 재차 헌정을 유린한 유신체제의 '퍼스트 레이디'가 엄숙하게 말한다. "헌법을 지키는 것은 생명을 지키는 것과 같다." 군부의 쿠데타를, 그리고 '유신'을 찬양한 저 제도언론도 온전히 살아남아 한껏 나팔을 분다. 국가 정체성을 목놓아 부르댄다.

그 결과다. 민주공화국이 실제로 '껍데기'가 되는데도 국가 구성원 대다수가 둔감하다. 그 틈을 박정희의 딸은 십분 '활용'한다. "헌법을 지키지 못하면 대한민국이라는 간판을 내려야 한다." 기염을 토한다. 수구신문은 대서특필한다.

희극일까, 비극일까. 야당 대표가 그 말을 한 날, 실제로 노무현 정권은 헌법을 지키지 못했다. 대한민국 헌법이 부정하는 침략전쟁에 참전했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우리가 미국의 침략전쟁에 한 패가 되었던 것은.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용병국가'로 손가락질 받은 것은. 하지만 오늘의 상황과 비교할 일이 아니다. 그 때는 군부독재가 지배하던 시기였다. 그래서다. 차라리 오늘이 더 참담한 것은. 붉은 악마의 열정에 이어 촛불이 타오르고 '네티즌'에 힘입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지 않았던가.

하지만 보라. 미국의 '예속 국가'임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민주시민들이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단식을 하며 반대를 했는데도, 대통령 노무현은 휴가를 가지 않던가. 한국정치의 새 장을 열었다는 '노사모'는, 그들의 정열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2004년 8월 3일. 대한민국은 역사에 남을 치욕을 선택했다. 미국의 조지 부시정권이 저지른 침략전쟁을 거들려고 이 땅의 젊은이들이 떠났다. '죽음의 땅'으로 가는 장병들 '환송식'도 몰래 열었다. 전투병 파병을 시작하는 날도, '보안'을 내세워 국민에게 쉬쉬했다. 헌법이 자신의 사상이라고 언죽번죽 밝힌 대통령은 '휴가 중'이다.

그렇다. 역사는 '노무현의 배신'을 분명히 물을 터이다. 하지만, 아니 그렇기에 차분히 묻고싶다. 노 정권의 책임을 꼭 '역사'에만 물어야 할까.

우리 모두 정직하자. 오늘의 상황은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거울이다. 우리 아직 미국의 '예속 국가'를 벗어나기엔 미숙한 국민 아닌가. 침략전쟁에 참전이라는 헌법유린을 일러 '통치행위'라고 옹호하는 헌법재판소를 보라.

정작 헌법을 유린하는 침략전쟁을 찬성하면서 냉전의 잣대로 헌법을 지키자는 제1야당과 수구언론의 선동을 보라. 열린우리당에 들어간 수많은 '386의원'들을 보라. 노사모와 노무현을 보라.

저들의 책임에 조금도 물타기할 뜻은 없다. 다만 한 걸음 더 딛자. 과연 저들만의 책임일까. 뜻 있는 젊은이들이 단식까지 벌였지만, 대다수 대학생들은 모르쇠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파병철회를 내걸며 기대를 모았지만, 대다수 노동자들은 침묵했다.

탄핵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의 어둠을 밝혔던 시민들도 침략전쟁 파병에는 눈감았다. 고 김선일의 참극도, 핏빛 절규도 슬그머니 잊었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의 현주소다. 대한민국이라는 '간판'을 내려야 할 진정한 까닭이다.

모멸감과 슬픔이 몰려오더라도 다함께 정면을 바라볼 때다. 공화국의 밤을. 이 땅에 드리운 저 불길한 먹장구름을. 그 때 비로소 다음 물음에 답이 나오지 않을까. 무엇을 할 것인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로쟈 2004-08-04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주공화국'의 현주소다. That's right. It's a democracy (not a fantasy but a real), as we know from U.S.A. There's no another democracy...

balmas 2004-08-04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하나의 선문답??
 

 

[사설] 박수받지 못한 이라크 출병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운 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아우성 속에 이라크로 떠났다. 떠나는 이는 말이 없는데, 남은 이의 비난과 외침, 호소, 그리고 격렬한 구호만이 떠난 자리를 맴돈다. 박수는 없다. 따뜻한 환송의 말 한마디, 열렬한 환영사도 없이 한국군은 그렇게 떠나갔다.

정부는 월남전 참전 이래 최대 규모의 파병을 하면서도 자이툰 부대의 출발 날짜와 일정을 비공개로 했다. 테러리스트의 공격목표가 되는 것을 피하고, 국내파병 반대 여론이 고개드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야당의원은 “파병 장병들이 박수를 받으며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떠나게 해야 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파병에 무슨 긍지와 사명감이 있을 것인가. 진정 이라크 재건과 평화를 위한 길이라면, 왜 박수를 보내지 않나. 누가 잘못하고 있는가. 파병하는 정부인가, 박수를 보내지 않는 국민인가.

파병 예정지인 쿠르드족 자치주 아르빌은 전쟁을 하지 않는 지역으로 전쟁피해 복구도 평화회복도 필요없는 곳이다. 종족분쟁이 발생한다면, 자이툰 부대로서 감당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파병을 강행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하나, 이라크 정책실패로 위기에 처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돕는 것이다. 정부는 ‘부시 돕기’가 파병 명분으로는 군색하자 마치 그를 돕지 않으면 그의 보복으로 한국 전체가 위기에 빠질 것처럼 선전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위기론은 정부 무능만 드러낼 뿐이다.

이제 우리 국민은 또 다른 김선일씨의 무참한 죽음을 목격해도, 세계 곳곳에서 테러 위험에 노출돼도 부시 대통령을 위해 참고 견뎌야 할 운명에 처했다. 그러나 이 무슨 성전이라고 우리의 목숨까지 바쳐야 하나. 잘못된 결정은 하루라도 빨리 취소하는 게 옳다. 철군의 결단을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미디어 참세상

 

 

[논평] 정권 몰락 재촉하는 8.3 파병 감행

미디어참세상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휴가중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참전중이다. 오늘 오전 7시경 성남 서울공항에서 짜이툰 부대를 실은 대한항공기가 이륙함으로써 추가파병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정권은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절대 다수 민중의 바램을 뒤로 하고, 구차하기 짝이없는 파병 논리들을 들이대며 파병을 강행해왔다. 국익은 허구요, 한-미동맹이 민중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수백 번 수천 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비밀리에 환송식을 하고, 한국군을 전쟁터로 떠밀어보냈다.

노무현정권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후 재건을 위해서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안정화를 위해서 파병한다고 한다. 우습다. 노무현정권이 할 일은 이라크 안정화가 아니라 생존에 시달리는 한국 민중의 삶부터 안정화하는 것이다. 이라크를 안정되게 하려고 총을 든 군대를 보낸다면, 이땅 민중의 생존 현장에도 공수부대며, 특공대며, 짜이툰부대며, 총을 둔 군인을 배치해야 될 일 아닌가.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착각인지, 변명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말을 늘어놓고 있다. 혼란은 계속된다. 가서는 안될 길을 가는, 가지 말았어야 할 길을 가는 노무현정권의 뒷모습에 어두운 몰락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있다.

이라크 안정화는 이라크 민중의 손으로 이루어야 하고 이미 이라크 민중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안정을 찾아나서고 있다. 지난 4월 팔루자 해방에서 완전히 승기를 잡았으며, 변칙 주권 이양이 이루어진 6월 말을 거쳐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권을 이양받은 이야드 알라위 정부가 이라크 주민의 지지기반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던 대다수 나라들은 파병을 철회하거나, 철군을 결정하거나, 추가 파병하지 않겠다는 항복 서약을 남기고 이라크를 떠나고 있다.

노무현정권은, 대한민국은 무엇보다도 이라크 민중들의 분노와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침략한 미 제국주의에 의해 자식을 잃고, 부모를 잃고, 집과 먹을 것조차 빼앗겨버린 이라크 민중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실의에 빠지지 않고 버티고 싸워 이제 곧 승전을 앞두고 있는 이라크 민중들, 이라크 민중은 이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점령군과 몸을 섞는 한국의 침략군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 것이다.

2일, 이틀째 열린 청문회에서는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을 앞두고 이라크에서 한국인을 공격 대상으로 하는 무장단체가 결성됐다는 첩보가 공개됐다. 그들은 이라크 주민 속에서 살고 있다. 이라크 주민이 그들이고, 그들이 곧 이라크 주민이다. 이에 대해 대사관의 서기관도 들은 적 있다고 시인했으며,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전문 형식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당연한 일이다. 점령군으로, 침략군에 맞서는 저항의 의사 표현이다. 역지사지 입장 바꾸어놓고 보라.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어느 국민들이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분노는 이라크 민중 뿐만이 아니다. 미국, 그리고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소수 몇 개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나라들로부터 비난과 빈축을 사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를 떠나라며 세계 곳곳에서 싸우고 있는 반전 운동 세력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세계 반전평화 운동세력으로부터도 등돌림 당하는 노무현정권이 이제 더 이상 서 있을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노무현정권의 이라크 추가 파병 감행, 그것은 곧 비극으로 연결될 것이다. 한 달 후일수도, 일주일 후일수도, 하루 후일수도 있다. 그리고 6개월, 1년, 2년 후일수도 있다. 무슨 일이 언제 어디서 벌어질 지 알 수 없다. 노무현정권의 추가파병 감행 탓에 한국 사람의 불특정 다수는 당장 이라크 민중의 분노와 저항에 노출 상태가 되었으며, 인류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지울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게 되었다. 이 모든 책임이 노무현정권에게 있다. 한편으로는 파병을 막아내지 못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무릇 노무현정권은 앞으로 벌어질 후과를 감당하지 못한 채 역사의 미아로 남게 될 것이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탕자가 되고 말 것이다.

노무현정권의 파병 결정, 결행에서 노무현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지배세력의 본성이 드러났다. 제1 지배정당 열린우리당과, 제2 지배정당 한나라당이 다르지 않았다.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동참하고, 한-미동맹을 실사구시로 이해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앞에 두고 이제 조금이라도 차별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국의 압력은 사태의 핵심이 아니다. 한국보다 더 어려운, 더 약한, 더 종속적인 처지에 있는 나라들도 미국의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호한 태도를 표명하지 않던가. 노무현정권은 미국의 압력에 일방적으로 굴복하였다기보다, 미국의 요구에 주판알을 어설프게 퉁기며 타협하고 동맹한 것이다. 노무현정권 스스로 전쟁을 통해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미 제국주의의 세계질서 재편 프로젝트에 동반 탑승한 것이다.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무현정권 스스로 전쟁세력으로 침략세력으로 자신을 규정한 것이다.

역사는 흘러도 진실이 감춰지지는 않는다. 민중은 노무현정권의 파병 결행에 분노한다. 그리고 예의 주지하듯 민중은 파병 결행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땅의 민중은 노무현정권을 거부하는 것이 곧 미국의 압력을, 한-미동맹의 비극적인 현실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으며, 이제 곧 분노는 거센 저항의 물길로 이어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년 08월 03일 (화)
제 2627 호
발행처 : 인권운동사랑방

 

 

"노무현 아저씨가 정말 미워요"

'파병반대 도보순례단', 평화의 노래로 서울시민들 만나

"걷다보면 힘들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 덜 힘들어요"라며 김범 어린이는 온몸을 녹일 듯이 뜨거운 햇빛에 몸을 맡긴 채 한 걸음, 한 걸음 평화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난 24일 부산을 출발해 대구, 경산, 거창, 광주, 천안, 대전을 거친 '이라크 파병반대 전국도보순례단'은 31일 서울에 도착, 시민들과 함께 반전평화'를 노래했다. 일본군 성노예피해자, 태평양전쟁피해자, 고엽제피해자 등 전쟁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한 이날 순례에는 섭씨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전쟁의 부당함을 알렸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재경(초등 2) 어린이는 "이라크파병에 반대하려고 왔다"며 "이라크 사람들을 많이 죽이는 전쟁은 정말 나쁜데, 왜 우리가 참가해서 사람들을 또 죽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의왕에서 온 김범 어린이도 "'전쟁'을 말하면 '살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며 아버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거리에서 평화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고속철도 건설로 인한 자연파괴에 반대하며 '천성산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는 '도롱뇽의 친구들'도 "도롱뇽도 생명을 원해요, 도롱뇽도 전쟁에 반대해요"라는 선전물을 들고 순례에 참가했다. '도롱뇽의 친구들' 이영경 사무국장은 "모든 생명을 살리자고 하는 천성산 살리기 운동과 학살과 총으로 대변되는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은 모두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서울순례에는 참가자들이 색다른 방식으로 참가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차도르를 쓴 여성,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고 꽃이 꽂힌 총을 든 사람, '평화의 공'을 굴리며 행진에 참가한 사람 등 참가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시민들을 만났다. 집회와 행진에서도 발언과 구호보다는 평화의 노래가 더 많이 울려 퍼졌다.

"내 손자가 죽는다, 파병을 멈춰라"라는 노래를 부를 때에는 일본군 성노예피해자 할머니 한 분이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번 순례를 위해 시민들과 함께 부르기 위한 노래를 준비했다는 '별음자리표' 씨는 "다양한 집회의 형식이 필요하다고 느껴 순례에 참가하게 됐다"며 "노래가 구호의 방식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시민들의 호응을 보면서 새로운 형식에 대한 긍정성을 발견하게 됐다"고 전했다. 별음자리표 씨는 열린우리당 앞에서 진행되는 '파병반대 널린 노래방'도 이런 맥락에서 제안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도보순례단은 영등포역을 출발해 열린우리당 당사와 국회, 신촌, 시청앞 광장을 지나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도보순례단 최봉대 단장은 마지막 순례지인 광화문 앞에서 "파병반대 순례는 광화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파병이 철회될 때까지 평화의 발걸음을 계속 디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석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