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수받지 못한 이라크 출병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운 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아우성 속에 이라크로 떠났다. 떠나는 이는 말이 없는데, 남은 이의 비난과 외침, 호소, 그리고 격렬한 구호만이 떠난 자리를 맴돈다. 박수는 없다. 따뜻한 환송의 말 한마디, 열렬한 환영사도 없이 한국군은 그렇게 떠나갔다.

정부는 월남전 참전 이래 최대 규모의 파병을 하면서도 자이툰 부대의 출발 날짜와 일정을 비공개로 했다. 테러리스트의 공격목표가 되는 것을 피하고, 국내파병 반대 여론이 고개드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야당의원은 “파병 장병들이 박수를 받으며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떠나게 해야 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파병에 무슨 긍지와 사명감이 있을 것인가. 진정 이라크 재건과 평화를 위한 길이라면, 왜 박수를 보내지 않나. 누가 잘못하고 있는가. 파병하는 정부인가, 박수를 보내지 않는 국민인가.

파병 예정지인 쿠르드족 자치주 아르빌은 전쟁을 하지 않는 지역으로 전쟁피해 복구도 평화회복도 필요없는 곳이다. 종족분쟁이 발생한다면, 자이툰 부대로서 감당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파병을 강행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하나, 이라크 정책실패로 위기에 처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돕는 것이다. 정부는 ‘부시 돕기’가 파병 명분으로는 군색하자 마치 그를 돕지 않으면 그의 보복으로 한국 전체가 위기에 빠질 것처럼 선전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위기론은 정부 무능만 드러낼 뿐이다.

이제 우리 국민은 또 다른 김선일씨의 무참한 죽음을 목격해도, 세계 곳곳에서 테러 위험에 노출돼도 부시 대통령을 위해 참고 견뎌야 할 운명에 처했다. 그러나 이 무슨 성전이라고 우리의 목숨까지 바쳐야 하나. 잘못된 결정은 하루라도 빨리 취소하는 게 옳다. 철군의 결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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