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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계약직 노동자의 질문으로부터 2004/11/16 18:52

 

 

오늘 내가 읽고 답해야 할 질문 중에도 이런 게 있다. 

 

보일러 기사다. 사실 보일러 기사면 늘 필요한 업무일 텐데, 1년 단위로 계약했단다. 2년차니까 작년에 계약서를 한번 더 썼고, 이번에 한번 더 쓰게될 것 같단다. 혹시 이번 계약을 사용자가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 ? 세번째 계약서를 쓰면 정규직이 되는지  ?  두가지를 물었다.

 

그 노동자에게 어떤 선택권도 없다. 그 노동자가 자기는 1년 계약보다는 정규직을 원한다고 말한다는 것은 100%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계약직 노동자를 비롯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는 처음부터 사용자와 대등하지 않다. 근로기준법은 당사자간에 대등하고 자유로운 계약을 말하고 있지만, 그저 듣기 좋은 말일 뿐이다(이 때, 온전히 자기 결정으로 계약직이 된 경우, 엄격히 말해 비정규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답변부터 해 보자.

 

사용자가 계약을 거부하면 법적으로 다툴 길이 없다. 법원은 노동자의 선택권이 완전히 제약된 상태에서 체결된 계약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대등한 개인 사이의 계약을 규율하는 민법적 사고만으로는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차이를 메울 수 없다는 생각에서 노동법이 생겨났다면,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계약에서는 당연히 노동법적 사고가 개입되어야 하지만, 한국 법원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물론, 계약이 형식적이다는 점을 밝혀 사실상 정규직이다라고 보는 경우도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3번 계약서를 쓰면, 다시 말해 2년을 초과해 계속 근무하면 정규직이 되느냐고 물었다. 현행 파견법에 2년을 초과해서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면 그 회사에 고용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다. 아마 그 규정을 어디서 들었나 보다. 그런데, 그 규정은 파견노동자에 관한 것이고, 또한 파견노동자가 2년이 넘으면 정규직이 된다는 규정도 아니다. 다만, 그 회사에 고용된 것으로 볼 뿐, 계약직으로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정부의 태도이다. 그렇게 되면 그 규정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 다시 계약직이 되니 말이다. 그래도, 그 법은 "보호"라는 이름을 버젓이 달고 있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그게 무슨 보호인가 ? 없는 것 보다는 낫다 ? 아예 파견법을 안만들면 제대로 보호되는 것 아닌가 ? 그건 그렇고, 다시 질문에 답하면, 몇년을 사용해야 정규직이 된다는 법규정은 없다. 따라서, 답변의 결론은 "아니다"가 된다(물론, 장기간 반복이라면 계약이 위와 같은 예외적 적용을 말해 볼 수도 있지만, 역시 예외적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자. 어떤 노동자가 있다. 일은 그런대로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임금을 좀 내리자고 했더니, 반대했다. 노조에 가입해서 사사건건 따진다. 뭐 좀 시켰더니 업무와 무관하다거나 강제노동이라며 협의해서 하자고 한다. 휴일에 좀 나오라고 했더니, 쉬겠단다. 이럴 때, 비록 그것들이 다 노동법에서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사용자가 그를 계속 사용하려고 싶어 할까 ? 아니면 잘라 버리려고 싶을까 ? 그런데, 그를 잘라버려도 될 만한 잘못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자를 수가 없다. 이 때 떠오르는 기발한 생각. 그렇다. 그는 1년 계약직이다. 파견나온 노동자다. 용역노동자다. 아하 ! 1년 후 계약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파견계약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용역계약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군. 다른 1년 계약직을, 다른 파견노동자를, 다른 용역노동자를 사용하면 그만이니까. 사용자라면 과연 어떻게 할까 ? 마음에 드는 노동자는 계속 반복해서 쓰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된다고 할 때 말이다. 노조가 없다면 그런 유혹을 떨칠 수 있는 사용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

 

내가, 왜 파견법이나, 기간제노동자법을 반대하는지, 그리고 왜 위와 같은 법원의 해석을 반대하는지, 여럿 있으나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노동자의 생사여탈권이 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사용자는 충분히 업무 능력을 문제삼아, 업무 질서 위반을 이유로, 노동자를 충분히 해고할 수 있고, 또 법원도 그것을 거의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해고가 어렵다는 말을 들으면 참, 가증스런 거짓말처럼 들린다. 

 

지금도 그런데 이제 아예 법원의 심사마저 필요없는, 아예 법적 다툼을 하게 할 수 없는 정도로 법을 만들자는 것이기에, 지금의 입법을 반대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노동자 착취법이라고 할 파견법은 아예 없애야 한다.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 경우, 그 필요성을 명시하고 또한 기간도 명시하여 사용할 수 있다. 충분히 그것은 파견법이 아니어도, 기간제법을 만들지 않아도 가능하다. 게다가, 기업 운영이 투명하면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다. 그런 신뢰 위에서라면 특히 기업이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 진정한 대화와 타협은 자기 속내를 다 드러내놓고서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 ? 내가 그렇지 않은 기업만을 상대해서 그런지 몰라도, 미리 공개하고 미리 대화하는 그런 곳은 보지 못했다. 그저 이것은 경영에 관한 사항이니 대들지 말라는 말만 주로 들었다. 그래놓고 노조나 조합원, 노동자들한테 뭘 기대할 수 있을까 ? 노동자도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파업하지 말라는 말과 동일시하지 말고, 같이 참여하고 같이 결정하는 말로 바꾸어 보라. 그래야 진짜 주인의식을 가지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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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발~* > [퍼온글] 여러분의 도움을 청합니다

알라디너 중 soul kitchen이라는, 주로 쏠키로 불리는 분이 계십니다. 깊은 내공으로 인해 매니아 층을 확보하고 계신 분이지요(주소는.... http://my.aladin.co.kr/strangedays) 


그런데, 쏠키님의 큰언니가 지금 병원에 계십니다. 백혈병이래요.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 해도 암은 여전히 우리에게 공포스러운 질병이고, 암과 싸우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지인들의 고통과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 싸움에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병이 병이니만큼 수혈을 여러번 받아야 하는데, 헌혈증이 있으면 도움이 되나 봅니다. 그래서... 비발샘님께서 헌혈증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거든요. 혹시 가지고 계신 헌혈증이 있으시면 비발쌤님 댁으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게도 몇장 있을텐데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이번 기회에 헌혈 한번 더 하구요.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편번호 120 - 847,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 3동 277-43 풍림 아트빌 501호 최아람

참고로 최아람은 비발쌤님의 아드님이시랍니다.


혈액증서를 최다로 모은 분에게는 비발쌤께서 풀빛 그림동화책 [핀두스 시리즈]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복돌이님께서 브라질의 라틴 재즈 그룹 '템포 레이'의 [Instinto Tropical]앨범 두 장을 드린답니다. 저도 뭐 내놓을 게 없나 싶어서 보니까 적립금과 마일리지를 합쳐서 2만6천원 정도가 있네요. 이 금액만큼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1등이 이 모든 걸 다 가지면 좀 그러니, 1등부터 원하는 걸 하나만 선택하시는 게 좋겠지요? 이런 게 없더라도 여러 분들이 잘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만, 그래도 감사의 뜻으로 드리는 거니 받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쏠키님에게 큰언니가 어떤 존재였는지, 쏠키님 서재에서 퍼온 글을 소개합니다. 암 진단을 받기 전에 쓰신 건데, 읽다가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여러분, 우리 많이많이 도와 줍시다. 알라딘은 유난히 정과 사랑이 넘치는 공간이잖아요?


[제목: 큰언니 기다리기

작성자: 쏠키님


큰언니가 고1이었을 때,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나는 큰언니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올 시간이 되면 항상 아빠의 자전거를 몰고 나가 큰언니의 무거운 책가방을 받아 싣고 오곤 했다. 큰언니가 고3이었을 때,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그때도 나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11시에 학교에서 나오는 언니가 기다리지 않게 항상 먼저 가 교문 앞에 서 있다가 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같이 왔었다. 큰언니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도 어쩌다 밤늦게 도착하는 날이면 꼭 내가 역까지 마중을 나갔었다. 친구들과 노느라 기차를 놓쳤다고 하면 또 올 때까지, 또 다음 기차를 놓치면 또 올 때까지 그렇게 미련하게 새벽 서너 시가 될 때까지 언니를 기다렸다.


내가 고3때, 언니는 모스크바에 있었다. 내가 시험을 치르는 날짜에 맞춰 오지 못하겠다고 했다. 나는 직감으로 알았다. 아씨발, 나는 대학시험을 망치겠구나. 그리고 떨어졌다. 성적도 한참 남은 학교와 과였음에도 불구하고. 후기대를 칠 때는 마침 언니가 와 있었고, 붙었다. 등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언니가 등록하랬다. 그래도 다녀 보라고.


아, 길게 쓸 기력이 없다. 나는 언제나 언니를 따라 다녔고, 언니의 세계를 동경했고, 언니를 좋아했고, 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고, 언니와 함께 하고 싶었다. 우석이와 수희도, 그 자체로도 예쁘지만 큰언니의 아이들이기에 아마도 더 좋아하고 이뻐하는지도 모르겠다. 큰언니는 내게 엄마 같고, 선생 같고, 친구 같고, 연인 같고, 언니이면서 또 어느 땐 어린 동생인 것만 같고..그래, 그렇고....그렇고..


그런 큰언니가 지금, 종합병원 무균병동에, 보호자도 없이 혼자 누워 있다. 간밤에, 생일이라고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있던 나는, 집에서 급히 부르는 전화를 받고, 그 길로 바로 형부, 언니와 함께 콜택시를 불러 타고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왔고, 밤을 새웠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우석이 운동회에서 저렇게 환하게 웃던 언니는 핏기 하나 없는 노랗게 뜬 얼굴로 응급실에서 수혈을 받다가, 우리가 병원에 도착한 지 12시간이 지난 오후 1시에 무균병동으로 옮겨 갔다. 교대로 대기실 의자에서 행려처럼 새우잠을 자던 형부와 나는, 언니가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챙겨들고, 두 개의 문이 가로막은 무균병동 너머로 언니의 얼굴을 보고 다시 5만 원을 부르는 콜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수희가 총총 뛰어나와 엄마는? 하고 물었다. 미역국을 먹고 세 시간 잠을 자고 일어나 앉아 울었다. 형부가 아직 확실한 거 아니니까, 골수검사를 끝낸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진 아무 말도 마라고 해서 혼자 숨죽여 울었다.


"너랑 나랑은 전생에 부부였었나 보다. 전생에 내가 너한테 정말정말 잘 해서, 네가 그 은혜를 갚을려고 내 동생으로 태어난 거 아니겠나." 얼마 전부터 시난고난 앓던 언니를, 나 자신 환자이긴 하지만 뭐 좀 나일롱이고 어차피 백수도 된 터라 곁에서 좀 살펴줬더니 새삼스럽게 언니가 한 말이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548453]

 

덧붙임: 엇, 복돌님이 제안하신 건데... 다만 집에 주로 있는 사람이라 제 주소로 한 거구요. 약소하지만 비룡소 프란츠 시리즈(12권)도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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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11-1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 주인장 가족 한 분이 백혈병으로 투병중이시라는군요.

뜻있는 분들의 많은 도움이 있기를 ...
 

 

 

[오마이뉴스]

이걸 보고도 '파병불가피론'을 외칠 것인가
[신간] 손문상·김승일이 목도한 이라크 <바그다드를 흐르다>

홍성식(poet6) 기자   
▲ <바그다드를 흐르다>와 공저자 중 한 명인 손문상 화백.
ⓒ2004 권우성·바다출판사
91년 소련연방 몰락 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자 '경찰국가'를 자처하게 된 미국. 과학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 군산복합체. 그들이 생산하는 토마호크-크루즈미사일. 하지만 이 차가운 쇳덩이 전쟁무기에는 여자와 아이들을 피해가는 눈이 달리지 않았다.

"인류를 파괴할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겠다" 혹은, "사담 후세인 독재로부터 국민들을 구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시작된 이라크전쟁. 종전이 선언된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이라크의 노약자들은 시시때때로 감행되는 미군의 폭격과 총격에 무방비상태로 놓여있다.

지난 11월 9일 시작된 미군의 팔루자 공습은 이미 이라크인 6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작전을 수행하는 미군의 명분이야 "살아남은 테러리스트 잔당을 소탕한다"는 것이지만, 이미 이라크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안다. 조지 부시 미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폴 울포위츠 등 대아랍 강경파의 진짜 목적은 '안정적인 석유자원의 수급'에 있다는 걸.

팔과 다리가 날아가고 머리가 깨어진 눈 맑은 이라크 어린이의 시체를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약소국 시민의 무력감. 2004년 오늘, 세계는 여전히 야만이 지배하고 있다.

부산일보에 만평을 연재하는 손문상 화백과 같은 신문사 취재기자인 김승일의 공저 <바그다드를 흐르다>(바다출판사)는 이 무기력과 야만의 시대를 거부하려는 작지만 의미 있는 몸짓으로 읽힌다.

2003년 미군 항공모함 위에서 부시의 멋들어진(?) 승전 선언이 있은지 1년 후인 2004년 봄. 손문상과 김승일은 '전쟁 이후에 드러나는 비극은 전쟁이 진행될 때보다 더 참담하다, 그 상처를 가감 없이 보고 보여줌으로써 대체 전쟁이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말해주고 싶다'는 매운 각오를 품고 이라크로 향한다.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간 두 사람은 화면이 아닌 자신의 눈을 통해 예상했던 비극보다 더 크고 아픈 비극과 만났다. 가족과 친구의 죽음 앞에 망연자실 눈물을 떨구던 검은 차도르의 여인과 까맣게 여윈 아이들, 미군 폭격기가 지배한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겁에 질린 사람들의 눈망울, 거리에 넘쳐나는 실업자들의 의욕 잃은 창백한 얼굴.

손문상과 김승일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망이 초래한 전쟁의 아픔과 서러움을 젖은 눈망울로 확인했다. 비단 인간만의 비극이 아니었다. 인류문명이 출발한 곳의 하나로 지목되는 바그다드의 티그리스강은 인간의 욕망이 추동한 추악한 전쟁 앞에 그 흐름을 멈추고 통곡했다. 그 누가 있어 파괴된 메소포타미아의 수천 년 유물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인가.

인간과 역사, 문명이 파괴된 현장을 그림과 글로 기록

두 사람의 글과 그림은 바로 이 파괴된 인간과 역사, 그리고 문명의 처참함을 더하고 뺌이 없이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비록 그것이 초라할지라도 진실, 혹은 사실이 주는 감동은 가장 위대한 픽션이 주는 감동까지도 넘어서는 법.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혁명을 이끈 일리치 레닌은 이런 테제를 남겼다. "예술은 언제나 프롤레타리아의 중심에 그 굳건한 뿌리를 내려야한다."

손문상이 이라크로 떠나기 전 남긴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는 예술은 나 스스로가 인정할 수 없다"라는 말은 100년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어 레닌의 그것처럼 우리의 가슴을 흔든다. 그렇다. 그것이 그림이건, 음악이건, 소설이건, 모름지기 예술이란 '뜬구름 잡는 허영'이 아니라 '지상에 발 딛고 선 현실의 반영'이 아니던가.

아래 손문상이 이라크에서 목도한 현실을 화폭에 옮긴 그림을 붙인다. 이에 덧붙여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파병불가피론자'들에게 묻는다.

"이 그림을 보고도 우리의 젊은이들을 전쟁의 불구덩이 속으로 던질 것인가? 그럴 것인가?"

ⓒ2004 바다출판사

ⓒ2004 바다출판사

ⓒ2004 바다출판사

ⓒ2004 바다출판사

ⓒ2004 바다출판사

ⓒ2004 바다출판사

2004/11/12 오후 3:17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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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4-11-1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군요.

이라크에 두 번 가봤는데, 거기 아이들은 진짜 이뻐요. 그 이쁜 눈망울들. 걔네들한테서 눈물 빼내는 저 미국놈들은 대체 무얼까. 바그다드의 책시장에서 제 카메라 앞에 포즈 잡아주던 어린 여자아이, 껌 한통 들고 쫓아오던 아이 얼굴이 생생히 떠올라요. 그리고 티그리스가 보이는 호텔방에서 울고 있던 나, 지금은 먼 과거의 일처럼 텔레비전을 보면서 혀를 찰 뿐인 나. 미국놈들이 이라크를 저모양 저꼴로 만든 생각을 하면 다 때려죽이고 싶습니다.

balmas 2004-11-1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죠 ...

오늘 신문 보니까 이번 미군의 공격으로 팔루자에서 벌써 600명 이상이 죽었다는 기사가 있더라구요. 말이 쉬워서 600명이지 ...
저는 무엇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커다란 눈을 뒹굴리는 아이들 사진을 보면 더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딸기 2004-11-1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는 '이라크전쟁', 그리고 '파병'이라는 문제를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답니다. 국익,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 대미관계... 이런 말 하면 하나도 모르겠고요, 그렇게 똑똑해야 할 필요도 느끼지 않습니다. 힘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죽인다, 물건을 뺏는다- 남을 죽이는 것은 나쁜 짓이다, 남이 살인을 저지르도록 돕는 것도 나쁜 짓이다, 나쁜 짓 하면 안된다. 이렇게 말이죠. 예전에 어떤 사이트에서 이라크전과 파병 문제로 논란 아닌 논란이 붙었는데, 한 사람이 엄청 유식한 말들을 쏟아내면서, 스스로는 '근거'를 댄다면서 말을 막 해버리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더군요. "유식해지는게 그렇게 냉혹해지는 건지 몰랐다, 나는 무식하게 걍 반미할란다..." 그 말이 맞다고 봅니다.

balmas 2004-11-14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저런 논리를 끌어들여서 이라크 파병을 정당화하려는 사람들 보면 좀 딱하더라구요. 특히 노무현 정권과 이런저런 연을 맺고 있는 지식인들 중에서, 우리 사회의 상류층 직업에 종사하면서, 인도주의와 현실주의를 동시에 동원하면서,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핏대 세우는 사람들 보면, 참 ...

그런데 부시 얘들은 별로 고맙지 않답니다. 사립학교법도 개정하지 말라는군요. 이제 좋은 명분이 생겼으니, '소위' 개혁입법들은 철회해도 될 것 같군요.

숨은아이 2004-11-1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식해지는 게 그렇게 냉혹해지는 건지 몰랐다, 나는 무식하게 걍 반미할란다..." 저도 그럴랍니다.
 

 

두 교수의 ‘통탄’


△ (왼쪽으로부터) 홍덕률 교수·최갑수 교수

“대학종합평가 기간엔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예상질문과 모범답안을 교육시키고, 설문조사 결과를 조작한다. 평가위원을 (먼저) 접대하려고 인근 대학 교수들과 신경전을 벌인다. 연구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동료 교수와 공모해 이름을 빌려주고 빌린다. 소규모 지역 학회를 전국 학회로 바꾸고, 학회발행지를 저명학술지로 둔갑시킨다. 학회지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논문심사 서류를 허위로 만들고 논문심사 탈락률을 조작한다. …”

홍덕률 교수(대구대 사회학과·사진 왼쪽)는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게재한 글에서 최근 대학교수들의 ‘그늘’진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대학과 교수사회의 비리와 부도덕, 지적 태만과 낮은 생산성을 해결해야 할 대학 및 교수 평가제도”가 실제로는 “이런 개혁과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뇌 위에서 설계되지 않았던 것”이다.

홍덕률 대구대교수 “교수들 직장인으로 전락”
최갑수 서울대 교수 “자신만의 살길을 찾는다”

특히 교육부와 대학교육협의회의 평가제도가 “학문과 지성의 위기에 대한 관심을 결여”한 결과, 요즘 대학교수들은 “창조적 지식활동보다는 논문편수 늘리기, 기성의 틀을 거부하는 실험적 지식활동보다 이에 순응하는 기능적 지식활동, 학문의 식민지성 극복을 위한 필생의 연구보다 1년 단위의 발표실적 극대화 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갑수 교수(서울대 서양사학과·사진 오른쪽)도 <교수신문> 최근호 교수논평에서 이런 대학의 현실을 통탄했다. “(교수들이) 자신만의 살 길을 찾는 가운데 연구 성과는 현실적합성을 상실해가고, 아무도 그것을 읽지도 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교수의 ‘노동강도’는 높아지지만, 교육은 소홀한 대접을 받고, 학생들과 관계가 소원해지는 가운데 교수사회는 파편화”된다고 최 교수는 전한다. “전문가는 많지만 지식인은 찾아보기 힘든 대학이 사회재생산장치로서의 성격과 비판적 성찰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급속하게 잃어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홍 교수는 그 책임을 교수 사회에 묻는다. “학자적 고민과 학문 일반에 대한 문제의식은 내동댕이친 채, 대학조직의 한 구성원, 생계를 고민하는 교수직에만 관심을 갖는 직장인으로 전락”한 교수 사회 스스로 대학·학문·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묻지 않는 ‘기형적 평가’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그래서 “연구능력, 교육적 역할, 성찰적 기능을 결합시킬 수 있는 공동체성의 회복”이 지식인으로서 교수가 제자리를 찾을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대학, 논문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 지난 7일 오후 전국교수노조 회원들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마친 뒤 종묘공원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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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과 비평’ 겨울호 특집좌담 ‘대학 개혁’

    지금 전국교수노조(위원장 황상익)는 총력투쟁 중이다. 11월을 ‘대학문제의 총체적 개혁을 위한 대학구성원 총력투쟁 기간’으로 선포했다.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관련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세상의 무관심에 묻혔다.

    〈창작과 비평〉 겨울호의 특집좌담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들은 학문생산의 문제를 고리로 대학개혁을 고민했다. 좌담 참석자들은 대학개혁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조차도 학문생산의 문제에서 비롯됨을 지적하고 있다.

    ■ 학문발전과 무관한 논문양산체제=현재 한국 대학사회는 ‘논문의 대량생산체제’에 돌입했다. 교육당국의 대학지원 및 교수업적평가가 유력 학회지 논문게재 건수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획일화된 기준을 가진 정부 주도의 정량적 평가 때문에 한 논문을 (여러 편으로) 쪼개 논문 편수를 늘리는 관행이 생겨나는 등 논문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신정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비판이 많다. 대학은 대학대로 “정부의 지원을 따내기 위해 급조된 프로젝트를 마련해 유능한 교수들을 본인의 관심과 무관한 영역에 동원”하고 있다.

    교수업적평가가 논문게재 건수와 직결
    ‘대량생산’ 돌입‥학문시장에 국가개입
    ‘학술진흥재단’ 권력화

    논문 양산체제의 정점에는 업적 평가의 기준을 독점한 학술진흥재단이 있다. “학문시장에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한 결과, 학진이 권력기관화하고 있다”(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비판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개별 학자간, 분과학문간 단절도 심해지고 있다. “자기 논문과 관계없으면 다른 학자의 연구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임형택 성공회대 한문교육학과 교수) 때문이다.

    ■ 표류하는 학부와 대학원=교수들이 눈앞의 연구실적에 열을 올리는 동안, “기존의 분과학문 체제로는 안되겠다고 시작한 현행 학부제는 부실화돼 표류”(임형택)하고 있다.

    논문실적 평가가 학부교육의 부실화로 이어지는 현상은 지방대가 더욱 심각한데, “존폐의 기로에 몰린 지방대학의 교수들은 신입생 모집, 재학생 지도, 졸업생 취업지도 등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도, 교수평가는 연구성과 중심으로 이뤄진다”(서경희 광주대 외국어학부 교수)는 것이다.

    학부제의 표류 속에 대학원은 해외유학을 위한 중간 과정으로 전락했다. “석사를 마치고 모두 유학을 떠나고, 국내 대학 박사과정엔 다른 대학, 다른 전공 출신들이 들어오고, 교수들은 이들을 진정한 제자로 생각하지 않는”(신정완) 분위기다. 그런데도 각 대학은 “대학원을 위한 전임 교수를 따로 채용하지 않아도 되니, ‘어지간하면 남는 장사’”라는 이유로 학문 생산 기능을 상실한 대학원을 저마다 운영하고 있다.

    ■ 현실에 침묵하는 학문=이는 결국 우리 학문 스스로의 토대를 위협하고 있다. 신정완 교수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설명하기 위한 인문사회 연구자들은 국내에서 학문을 하는 게 옳은데도, 미국 박사가 (과거보다) 더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 교수는 “미국 유학파 교수들 상당수는 우리 사회를 남의 사회 바라보듯이 하는데, ‘문제의식의 주체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의식 자체를 외국에서 배워오는 일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 현실을 설명하려는 노력 대신, 수입 인문학에 기댄 논문만 양산한 결과 “학문은 대중으로부터 격리돼 전공자들끼리만 통하는 것이 됐다”(임형택). 임 교수는 “인문학이 대중성과 사회성을 외면하고 버림받으면 건강하게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교수들이 앞장서 대학개혁의 중요성을 외쳐도,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쯤으로 흘려듣는 오늘의 세태는 국내 인문학계의 업보인 셈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2년전 논문집 재탕…학진, "학술지평가 전면 재검토"
    한국체육교육학회, 동일 학술지 중복 발간 파문

    2004년 11월 08일   허영수 기자 이메일 보내기

    백원우 의원,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정감사서 의혹 제기

    한국체육교육학회가 허위 서류 제출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 학술지 평가에서 등재후보학술지가 된 것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3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원우 의원(열린우리당)은 지난달 19일 국정감사에서 "한국체육교육학회가 동일논문을 중복 발간했는데도, 2002년 상반기에 등재후보학술지가 됐다"라며 학진의 엄정한 학술지 평가와 사후 조치를 요구했다. 논문 뻥튀기, 발행횟수 조작 등 학술지 평가를 둘러싼 교수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삼고 나선 것.

    이날 백 의원은 한국체육교육학회가 1997년 8월에 발행한 '제2권 제1호'를 1999년 2월에 '제3권 제2호'로 발행년도만 바꿔 중복 발간했다고 밝혔다.

    확인결과, 한국체육교육학회의 '제2권 제1호'와 '제3권 제2호'는 편집위원과 표지만 다를 뿐, 똑같은 논문들로 구성돼 있으며, 목차를 비롯해서 페이지수, 편집구성까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2001년 12월 학진의 국내 학술지 평가에 자료를 제출할 때는 1998년부터 평가까지 매년 2회씩 정기적으로 학술지를 발행했다고 보고했다.

    2002년 학진의 학술지 평가는 정량평가인 '체계평가'에서 △논문 1편당 심사위원수 △게재율 △정시 발행 등을 심사한 후, 전체 총점의 1/2을 넘기지 못할 경우 1차 탈락하게 돼 있었기 때문에, 학술지를 정기적으로 발행하는지의 여부는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다.

    실제로 학진에 따르면, 한국체육교육학회는 체계평가에서 총점 40점 가운데 가까스로 20점을 받아 통과했으며, 5점이 최대점수인 '정시발행' 항목에서는 2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당시, 학회에서 서류를 조작해 올리지 않고 사실 그대로 올렸다면, 한국체육교육학회는 체계평가에서 1차 탈락하게 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당시 한국체육교육학회의 상임이사이자, 현 부회장인 김용환 청주교대 교수는 "학회 초창기에 학회지 2권1호를 발행했으나 학회가 어려워 배포하지 못했고, 3권2호를 발행할 때 거의 원고가 들어오지 않아 2권1호를 3권2호로 대체 발간했는데, 이마저도 배포하지 못하다가, 총서를 발간할 때 3권 2호로 배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자문 학진 이사장은 "민원이 제기된 적이 있어서, 2003년 8월 학술연구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동일논문 중복 발간을 문제시했는데, 지난해 9월 인사 이동 및 인수 인계 미흡 등으로 조치가 늦어졌다"라면서 "철저히 조사한 다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체육교육학회지에는 학진의 학술지 발행 지원금으로 2002년에 3백80만원, 2003년에 5백60만원이 지원된 바 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 해설 : 한국체육교육학회의 학술지 중복 출간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전모가 드러난 한국체육교육학회의 '동일논문 중복 발간'은 학계가 서류 조작 등으로 등재(후보)학술지를 만들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을 기정사실화시킨 측면이 크다.

    그간 학계에서는 교수들이 문서 위조, 논문의 중복 게재, 탈락 논문수 뻥튀기 등 비양심적 행위를 통해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의 학회지 등급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들이 무성하게 제기돼왔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었다.

    □ 학술지 중복 발간 후, 가짜 서류 올려 = 이번 문제가 된 한국체육교육학회는 학회지의 발행 년도를 조작해 '등재후보학술지'가 된 경우다. 1997년 8월(제2권 제1호)에 발행한 학술지를 1999년 2월(제3권 제2호)에 표지와 발행년도만 바꿔 중복 발행한 다음, 학진에는 정기적으로 년 2회씩 학술지를 발간했다고 보고했던 것이다. 학진에 따르면, 한국체육교육학회는 '제3권 제2호'의 표지와 판권기를 학술지 평가에 자료로 첨부하기까지 했다. 2002년 상반기 평가 당시,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수가 5백73명에 달하는 학회에서 2년 전에 발행했던 학술지를 재탕했을 뿐 아니라, 관련 허위 증빙서류를 학진에 올린 셈이다.

    더구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학술정보서비스(http://www.riss4u.net)'에서 논문 검색만해봐도 금새 들통날 수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지고 있다. 현재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는 한국체육교육학회가 1999년에 게재했다고 하는 논문들을 모두 1997년 제2권 제1호에 실린 논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회의 의도적인 조작을 통한 발행된 학술지 '제3권 제2호'가 학진의 학술지 평가 뿐 아니라, 교수신규임용, 재임용, 승진심사 등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별도의 조사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위원회 소속 백원우 의원(열린우리당)은 "제3권 제2호에 게재된 연구자의 논문이 교수임용 또는 승진심사 등에 연구실적으로 제출됐을 수 있다"라면서 교육인적자원부에 감사를 강력히 요구한 상태다.

     

     

     

     

     

     

     

     

     

    □ 학진, 어떻게 조치하나 = 학진은 국정감사에서 '한국체육교육학회에 대한 조치 미흡' 등이 지적되자, 이번 기회에 학술지 평가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진은 2003년 8월 27일 '한국체육교육학회의 동일논문 중복발간'을 안건으로 학술연구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허위서류 제출에 대한 엄격한 제재' 등을 심의했지만, 이후 행정상 착오로 인해 조치를 취하지 못한 상태였다.

    한국체육교육학회 학술지 평가 적정성과 관련, 학진은 "당시 서류를 근거로 한 정량평가와 분과위원 평가, 주제전문가 평가 등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며, 학회가 제출한 자료에서는 서류의 허위성 등을 판별할만한 증거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허위서류 제출에 관해서는 "조사를 더 해야겠지만, 허위 서류 제출은 공지사항의 내용을 위반한 것이며, 위반했을 경우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사전에 설명했기 때문에 제재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또 학진은 학계 대내·외적으로 학술지 평가와 등재(후보)학술지 논문 게재 등에서 서류 조작, 실적 부풀리기, 논문쪼개기 등 교수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크게 문제시됨에 따라, 학술지 평가의 엄격성, 학술지의 권위 확보 방안, 학술 논문에 대한 질적 평가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욱 학진 기초학문부장은 "학술지 평가는 학회지들이 일정정도의 수준을 지니도록 유도하고자 추진된 것인데, 애초의 목적과 의도와 달리 각 대학들이 과열된 양상으로 신규임용, 재임용, 승진 등에 학회지의 등급을 활용하고 있어, 재검토해야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즉 학술지 평가가 학회의 적절한 편집위원 구성, 정기적인 발행 등 최소한의 토대를 갖추도록 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등재학술지가 되기 위한 학회들의 부도덕한 편법 등이 심각할 정도로 나타났다는 평가였다. 학회들의 비양심적 행태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덧붙여 지적했다. 

    학진에 따르면, 2천여개가 넘는 학회 가운데 현재 등재(후보)학술지로 평가를 받은 학술지는 1천1백20종이며, 2004년만해도 평가대상인 학술지는 계속평가중인 6백56종과 하반기 신규평가 대상 학회지 72종 등 총 7백28종에 달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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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숨은아이 > 오마이뉴스 기자, 유럽에서 희한한 비행기를 타다

    2004/11/11 
    오마이뉴스 기자, 유럽에서 희한한 비행기를 타다
    김종철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의 김종철 기자입니다.

    요즘 공무원노동조합의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보입니다. 노동자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노동 3권을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정부 설명도 이어집니다. 보수진영과 언론도 오랜만에 정부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투표행위마저 경찰력을 동원해, 연행하고 무산시키는 정부도 거의 없습니다.

    얼마전 스웨덴에 다녀왔습니다. 적어도 제가 만난 스웨덴 학자나 경제전문가들은 (공무원)노조는 인정하면서 노동3권은 인정하지 않는 정부에 ‘좌파 정권’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우리나라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질문 자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최근 국내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한국자본주의 방향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진행중입니다. 거창하게 들리시겠지만, 향후 한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체제에 대한 고민인 셈입니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것이 이른바 ‘스웨덴 모델’ 입니다.

    곧 기사로 찾아뵙겠지만, 스웨덴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던져주는 나라입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노동자의 단결을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았습니다. 자본(재벌)의 이익을 노동자와 서민의 이익으로 함께 올려놓은 경험을 가진 나라입니다. 물론 스웨덴의 경제사회모델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사회복지 지출의 축소와 신자유주의적 경향 확대 등으로 스웨덴 모델은 가라앉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무원 노조를 지켜보면서, 사안이 약간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기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제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KLM 네덜란드항공사의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 1919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공사입니다. 스웨덴서 나와 지난달 31일 오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갈아탔습니다. 오후 5시에 출발 예정인 항공기가 무려 3시간 동안 출발하지 못했습니다.

    ▲ 문제의 바로 그 KLM 항공기 내부. 승무원의 양해를 얻어 한 컷을 기념으로 남겼다.
    ⓒ 오마이뉴스 김종철
    ‘항공기 지연 출발에 승객들 항의소동’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써 본 적은 있었지만, 직접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지요. 좁은 이코노미 좌석에서 3시간 동안 꼼짝없이 앉아 있으려니 입이 나올 만도 했습니다.

    항공기 기장은 매시간 비행기 상태를 알려줬습니다. 처음 1시간은 ‘항공기 날개 엔진에 새가 들어가 안전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가, 이어 활주로로 나가 출발하는가 싶더니 ‘엔진 작동에 문제가 생겼다’ 며 다시 공항청사로 돌아왔습니다.

    3시간이 흘렀습니다. 안전을 확인한 기장이 항공기 출발을 전하자, 일부 승객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주로 외국인들이었습니다. 항공기가 일정한 고도에 오르자, 기장의 말이 다시 이어집니다. “출발이 3시간 늦어져 항공기내 승무원들이 네덜란드 노동법에 의해 운항중 3시간 동안 휴식을 갖게 될 것입니다”라는 내용입니다. 이어 기장은 “그 시간 동안 승객들은 기내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잠시 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3시간 동안 늦게 출발한 것도 짜증나고 힘든데, 승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해야 할 승무원들이 자신들만을 위해 휴식을 취하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50대로 보이는 한 국내 승객은 “이상한 비행기구만”이라며 “내돈 내고 비행기 타면서, 항공사 잘못으로 늦게 출발했는데, 승무원들이 고객서비스보다 자신들의 휴식을 더 챙기고...”라며 못마땅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실제로 기내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을 저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저와 동행한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해진 기내식사는 그대로 나왔고, 승객들 개개인의 서비스 요구에도 승무원들은 친절히 응했습니다. 승무원들이 교대로 휴식을 취하면서, 최대한 서비스를 유지하려고 서로 노력했던 탓입니다. 승객들도 당연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습니다.

    한국에 도착할 즈음에 KLM 승무원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부 승객사이의 불만을 전달했습니다. 한 승무원은 “아마 좀더 지연됐으면 손님 입장에선 더 황당한 일을 보셨을 것”이라며 “30분 이상 더 지연됐으면 아마 모든 승무원이 비행기에서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다른 승무원들이 오기까지 승객들은 다시 비행기 안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말도 덧붙여졌습니다.

    3시간 휴식을 취했다는 한국인 승무원은 “기내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승객의 안전”이라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적 분위기와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는 말을 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앞 좌석에 펼쳐진 한 국내 보수 일간지의 사회면 톱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은 “공공기관 민원실 점심휴무 확산, 민원 외면한 전공노”였고, 사진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공무원노조의 점심시간 휴식 안내문을 크게 잡은 사진과 발길 돌리는 시민 표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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