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미국교육실태보고서는 한국의 중2학생들이 세계 45개국중 수학수준이 2등이라고 밝혔다. 언론은 98년에 비해 8점이나 향상되어 기초학문이 취약한 한국이 수학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이런 말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나로서는 다른 언론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나 둘러보았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니면 모두 베껴쓰기로 작정한 듯이 ‘수학강국’ 이라는 제목부터 논조까지 모두 똑같은 글들로 도색 되어 있었다. 한겨레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이런 기사의 경우 사실적인 정보에 대한 자료를 제공받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렇다고 자료에 대한 아무런 분석이나 비평도 없이 그저 수학강국이 되고 있다는 식의 보도는 눈가리고 아웅하기이다.
나는 단언컨대 현재와 같은 입시 교육제도하에서는 결코 한국이 수학강국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물론 나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아주 똑똑하고 국제대회에서 수상할 만큼의 수학적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다른 나라의 청소년들은 그것도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갖가지 사교육과 영재교육, 선행학습에 의해 연마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중국에서도 이런 사교육이 열풍이라고는 하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극성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하겠다. 이렇게 일찍부터 학교에서, 학습지로, 학원에서, 과외로 다져진 수학실력이 상위가 아니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 아닐까.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 일찍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 뭐 잘 못이냐고 항변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런 선행학습과 무분별한 사교육이 오히려 그나마 있는 학생들의 수학적 재능을 마비시키고 자기 스스로 사고하지 못하는 아둔한 계산기계로 만들어버리는데 진짜 문제가 있다. 초등학생들의 때아닌 19단 외우기 열풍과 같은 비정상적인 모습이 과연 수학강국을 만드는 요인이 되는지 묻고 싶다.
게다가 여전히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은 결국 입시에서의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 진정으로 수학을 즐기거나 본인들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치는 수학은 여전히 공식과 정해진 틀에 끼워맞추어 외우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영어는 그래도 나중에 취직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하지만 수학은 대학갈때까지만 쇠빠지게 열심히해서 점수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대부분 아닌가.
그리고 그나마 그렇게 수학을 잘하고 열심히 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수학적 재능을 개발하게 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수학을 잘 하는 학생들은 죄다 법대, 의대로 진학하지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고리타분한 분야로 진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제대회에서 상위의 성적을 받았다고 수학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고 있는데 무슨 수학강국인가. 수학뿐만 아니라 이미 인문사회학을 비롯한 기초과학분야에서 한국의 대학은 지극히 취약한 구조가 되었다. 대학역시나 취업이나 돈벌이를 위한 과정으로 전락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학문적 경향은 개인적 처세술에 불과하지 그 나라의 학문적 성과를 대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휴대폰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고, 반도체를 가장 많이 생산한다고, 인터넷을 많이 사용한다고 과학강국은 아니다. 인류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원천이요 인간의 사고확장의 커다른 힘이었던 수학 그 본연의 가치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이 수학강국이라고 치장하기전에 먼저 할 일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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