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기사다.

황우석에 대한, 언뜻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지속적인 지지의 배경에는

대중의 인정 욕구, 언론으로 대변되는 권력/지식인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것을

이 기사는 잘 보여준다.

(이 기사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우익 민족주의, 반미주의, 반페미니즘

등도 주요한 이데올로기적 동력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황우석 스캔들 또는 황우석 게이트는

단순히 과학적 진실이나 윤리적 문제로 환원되지 않고,

노무현 정권의 한탕주의 과학 정책의 한계로

귀착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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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랑스런 꿈 깨고 싶지 않아요”

황교수 지지 촛불집회 3천명 몰려
“몰아붙이는 언론이 더 미워”
40~50대 ‘팬’들 유독 많아

 

처음으로 제가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만든 분입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 ㅂ(51)씨는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이렇게 잘라 말했다. 그는 인터넷 카페 ‘아이러브황우석’과 ‘황우석 난자기증모임’에 모두 회원으로 가입했다. “선생님은 데모 같은 걸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쉰이 넘도록 데모 한번 해보지 않았”던 그가 요즘 이 신념을 깨고 요즘 부산역 앞 등에서 열리는 황 교수 지지 집회에 단골로 참가하고 있다. 만나는 이들에게는 “황 교수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설득부터 한다. 그의 변화에 오히려 주변사람들이 놀랄 지경이라고 한다.

“새튼 교수가 서울대 수의대에 오고, 세계 줄기세포 허브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자랑스러웠습니다.” ㅂ씨는 그가 황 교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힘주어 거듭 강조했다. “선진국에 가 보면 처량했어요. 우리나라와 너무 다르니까. ‘우리는 언제 저렇게 잘 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황 교수는 그런 희망을 줬습니다.” 그는 설사 줄기세포가 지금 없다고 하더라도, 황 교수가 말한대로 배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 교수가 가진 것은 명예욕밖에 없었다. 특허도 서울대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한 기업이 이 사태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심에 그 기업이 만든 냉장고도 버릴 생각이라고 했다.

ㅂ씨 뿐만이 아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줄기세포는 없었고, 논문은 조작됐다고 밝히며 황우석 교수에게 ‘학문적 사형선고’를 내렸지만, 황 교수를 향한 지지자들의 애정은 여전히 굳건하다. 이들은 왜 황 교수에게 한없는 신뢰와 지지를 보낼까?

http://www.hani.co.kr/kisa/section-002007000/2006/01/0020070002006011520309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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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6-01-1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동생이 어젠가 그제 시내 나갔는데 천명도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집회 하더라고.
인간들 대단하다고. 쩝.

라주미힌 2006-01-1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틀러 같은 놈만 나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네요.

balmas 2006-01-15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한 2-3천명 모였다고 하더군요.
라주미힌님/ 그런데 전 몇몇 사람들이 파시즘이라는 용어를 너무 남용하는 것
같더라구요. 파시즘이라는 용어를 도덕적인 비난을 위해, 정치적인 경고를 위해서만 사용하지, 개념적으로 엄밀하게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요.
대중들이 조금만 집단적인 행태를 보이면 다 파시즘의 전조를 경고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는 사태를 실질적으로 분석하기도 어렵고, 파시즘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안될 것 같더군요.

라주미힌 2006-01-16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질을 흐리는데에는 남발만큼 좋은게 없죠 ㅎㅎㅎ.
그렇지만 그 위험성만큼은 파시즘에 근접했다고 보거든요... 이성과 상식이 이렇게 쉽게 무뎌지는 순간이 흔치 않지 않나요? 전 오히려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현상 중에 명확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승주나무 2006-01-1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 한가운데 있었던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길이가 대형버스 2대하고도 조금 남았으니, 한 30미터 정도 될까요. 그리고 세로는 20미터 정도 되는 것 같으니, 600제곱미터였던 것 같고, 1제곱 미터에 4~5명 정도 들어가니 2~3000명이라는 숫자가 나오더군요. 전혀 엉뚱할지도 모르지만요. 경찰들은 이렇게 인원수를 센다고 하더군요.

거기서 태극기를 들고 서 있는 어린이와, 집회와는 전혀 상관 없이 김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어린이가 그들이 부른 '선구자'라는 노래와 중첩이 되더군요. 자꾸~

balmas 2006-01-1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예, 그게 문제인데요. 파시즘에 가까운 양상들을 보이고 있다면, 좀더
정확한 논거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파시즘이라는 것은 상당히 분명한 제도적, 이데올로기적 특징들을 지니고 있으니까 그런 기준들에 비춰보면 어떤 현상이
파시즘적인 것인지 아닌지 식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데 신문이나 몇몇 잡지에 기고하는 분들은 이런 분석을 생략한 가운데
대중들의 맹목적인 열광이나 애국주의적 충동 같이 좀 막연한 근거들을 대는
것 같더군요. 그런 건 사태를 분석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승주나무님/ 부모 따라 온 아이들도 여럿 있었나 보군요. 애들이 고생이네요.

하늘바람 2006-01-16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모든 상황이 굼이고 정말 황우석 교수님이 노벨상감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2006-01-16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6-01-17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어계신님/ 글쎄요,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딱히 참고할 만한 문헌이 없네요.

불어 문헌들 중에서 스피노자 정서론과 정치학의 문제를 다루는 것들로는 Matheron의 L'Individu et societe chez Spinoza(1969)가 고전적인 참고서이고,
Laurent Bve, Stratege du conatus(1996)나 Christian Lazzeri, Droit pouvoir et liberte(1998) 같은 그의 제자들의 책도 중요한 연구서들이죠.
하지만 아직 영미권에서는 이 문제에 관해 좋은 연구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NA 2006-01-17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선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지난 번에는 결혼에 관한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하셨던 것 같은데, 어떻게 된건가요?^^ 항상 좋은 글 써주시고, 또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대중들의 움직임들을 파시즘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분명 어폐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전쟁에 대한 찬성과 폭력행사와 같은 요소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대 편에서 파시즘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는 것은 진선배가 지적한 반지성주의 내지 인민주의, 우익 민족주의, 반페미니즘 등이 사실은 파시즘의 주요한 요소들이었다는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반미주의에 관해서는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 이것도 과거의 파시즘이 스스로를 보다 우월한 제국주의의 희생자로 표방하면서 나왔었다는 점에서 연결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그냥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현재의 대중들의 움직임을 파시즘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가지고 약간 실재론적인 방식으로 논의하기 보다는 노무현의 신자유주의가 가져오는 좌우 양쪽의 좌절이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거기에 어떤 식의 개입을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황우석 건에 대해서는 저 자신도 좀 과장을 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전 황구라가 정말 줄기세포를 만들었는줄 알았었거든요.^^ 싱거워진 것 같습니다. 황구라가 그걸 정말 만들었다면 사태가 어떠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좀 아찔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balmas 2006-01-17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trl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외국에서 또 한번 새해를 맞으시네요. 새해 건강하시고 번역이랑 공부랑 모두
뜻하시는 대로 잘 이루어지실 빕니다. (__)
말씀하신 것에 동의합니다. 파시즘이냐 아니냐 하는 건 사실은 귀납적으로 판단
되어야 할 문제이고, 현재 좀더 중요한 건 제도적, 이데올로기적 쟁점들을
분석하는 일인 것 같아요. 파시즘 운운 하는 것이 못마땅한 이유도 그런 평가가
실질적인 분석을 대체하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로드무비 2006-01-18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깃, 발마스님 결혼 소식 있으세요?ㅎㅎ
확정되면 알라딘에 대대적으로 알려주시기 바라고요.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들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으로 저는 봅니다.
안쓰럽지만 미욱하기가 정말......

balmas 2006-01-1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로드무비님, 그건 전혀 낭설인데요.
실망하셨나용?? ^^;

예, 황우석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처럼 안쓰럽고 미욱한 사람들이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