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국내에 [세 명의 사기꾼]이라는 책이 번역되었다.

바로 이 책!!
저자는 "스피노자의 정신"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놀랍게도 현재 알라딘에서 역사 부분 베스트셀러 4위에
올라 있고, 몇몇 서점을 검색해보니 역시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내가 두번씩이나 "놀랍다"는 말을 한 이유는, 이 책은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17세기 말과 18세기에 이른바 "litterature clandestine", 곧 "비밀문학" 또는 "지하간행물"이라고
불린 여러 저작들 중 하나, 실로 가장 유명한 책들 중 하나로 꼽을 만한 문헌이다. 비밀문학은 오늘날로 치면
반체제 지식인들이나 문사(文士)들이 공식적인 검열을 피해 비밀스럽게 간행해서 유통하던 문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세 명의 사기꾼, 곧 모세, 예수, 마호메트를 격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은 독창적이고 체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스피노자나 홉스 또는
가브리엘 노데(Gabriel Naude)나 프랑수아 드 라 모트 르 베예(Francois de La Mothe Le Vayer) 같이
당대에 "악명높던" 저술가들의 저작에서 따온 내용들을 이리저리 짜깁기한 것이고,
다만 비난의 논조만 훨씬 더 격렬할 뿐이다.
따라서 이 책은, 17세기 말에서 18세기에 이르는 유럽의 반체제 지식인들의 저항운동과 지적 동향을
살피는 데는 매우 중요한 문헌이고 역사가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저작이지만, 결코 대중적인
저작이라고 볼 만한 책은 아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내용이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다!! 그러니 놀라울 수밖에.
왜 그럴까? 저자가 "스피노자의 정신"으로 되어 있어서일까? (하지만 국역본 역자도 말하고 있듯이
이 책의 저자는 스피노자의 종교 비판에서 영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스피노자가 이 책을
저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모세나 예수에 대한 관점이 확연히 다를 뿐더러 지적인 수준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
아니면 자극적인 종교 비판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18세기 비밀 문학에 대한 갑작스런 관심 때문일까?
한 가지 찜찜한 것은 이 책을 낸 출판사가 얼마 전에 사재기 의혹을 불러 일으킨 출판사라는 점이다.
(관련 기사는 요기로 ... http://news.empas.com/show.tsp/cp_hn/20060112n09828/?kw=%BB%E7%C0%E7%B1%E2+%BB%E7%C0%E7%B1%E2+%BB%E7%C0%E7%B1%E2+%7B%7D)
그러고서 봤더니, 이 책은 1000원짜리 할인쿠폰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살 경우
이 책보다 정가가 더 비싼 [1215 마그나 카르타의 해]라는 책을 끼워준다!
(그럼, 혹시, 이 책도 ????? )
ps. 예전에 서점에서 잠깐 서서 읽어봤는데, [1215 마그나 카르타의 해]라는 책은
괜찮은 책이더라.
(그러니 [세 명의 사기꾼]을 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