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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의 춤 플라멩코. ⓒ National Institute of Flamen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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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자동차의 이름에는 유난히 스페인어에서 차용한 것이 많다.
아마 스페인을 떠올리게 하는 플라멩코의 경쾌한 리듬, 투우의 박진감이 자동차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래된 차종에서 신차에 이르기까지 스페인어 이름을 가진 자동차를 쉽게 꼽을 수 있다.
브리사 (미풍), 그라나다 (스페인 남부 도시 이름), 에스페로 (난 기다린다), 다마스 (귀부인), 씨에로 (하늘), 리오 (강), 티뷰론 (상어), 마티스 (뉘앙스)…
그런데 최근에 나온 승용차 중에서 현대의 베르나와 기아의 비스토를 보면, 두 회사들이 각각 그 자동차의 이름을 스페인어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베르나는 스페인어로 '젊음' 이란 뜻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스페인어 어느 사전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단어이다. 그리고 비스토는 '빠른' '날쌘'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하지만 역시 스페인어 사전에는 그 단어가 있지 않다. 사전에 있지도 않은 그 단어들을 왜 스페인어라고 주장하는지, 두 회사에 문의해봐야겠다.
스페인어로 된 멕시코 노래 제목 ‘베사메 무쵸’가 ‘열렬하게 키스해 줘’란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노래 이름인 ‘라쿠카라차’ 의 뜻이 ‘바퀴벌레’라는 사실은 모르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후렴 부분에서 경쾌하게 되풀이하는 ‘라쿠카라차’가 그 징그러운 ‘바퀴벌레’라니… 초등학교 시절 많이 불렀던 '라쿠카라차'의 우리 말 번안 가사는 이렇게 돼 있다.
<병정들이 전진한다 이 마을 저 마을 지나 / 소꿉놀이 어린이들 뛰어와서 쳐다보며 /싱글벙글 웃는 얼굴 병정들도 싱글벙글 / 빨래터의 아낙네도 우물가의 처녀도 /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아름다운 그 얼굴 /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희한하다 그 모습 /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달이 떠올라 오면 /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그립다 그 얼굴>
가사에서 '라쿠카라차'를 본 뜻으로 바꾸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가사에서 '라쿠카라차'를 본뜻인 '바퀴벌레'로 바꾸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바퀴벌레 바퀴벌레 아름다운 그 얼굴 / 바퀴벌레 바퀴벌레 희한하다 그 모습 / 바퀴벌레 바퀴벌레 달이 떠올라 오면 / 바퀴벌레 바퀴벌레 그립다 그 얼굴 > 아찔하다.
사실 '라쿠카라차'의 그 신나는 멜로디 뒤안에는 비참한 처지에 있는 멕시코 원주민들이 스스로를 '바퀴벌레'에 비유한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흔히 쓰는 과학 용어 중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것을 찾아보자. 적도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현상을 ‘엘니뇨’라고 부르는데 이것 역시 스페인어이다. ‘아기 예수’라는 뜻인데 이런 현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시기가 크리스마스 전후이기 때문에 이 이름이 붙여졌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중남미의 국가들의 이름들 중 ‘구체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적도'라는 뜻을 가진 ‘에콰도르’ , '구세주'라는 의미의 ‘엘살바도르’, '부유한 항구'라는 뜻인 ‘푸에르토리코’, '부유한 해안'이라는 의미의 ‘코스타리카’ 등등. 덧붙인다면 미국 남부의 여러 지역의 명칭도 스페인어에서 나온 단어가 많다. 로스엔젤레스 (천사들), 라스베가스 (평원), 텍사스 (붉은 지붕), 플로리다 (꽃이 만발한 지역).
언급한 여러 단어 중에서도 우리가 전혀 스페인어로 의식하지 못한 단어들도 있다. 예를 들면 '베란다'라는 단어는 너무나 친숙한 단어지만 미처 스페인어란 사실을 모른 채 사용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쓰는 말 중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것이 많다는 사실에서 엿볼 수 있듯, 스페인 및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은 세계 문학에서 단단한 입지를 쌓아놓고 있으며 자신의 고유한 색깔 또한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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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스람블라스의 아름다운 '터널'. 사진 출처:www.torefoto.com ⓒ Tore Kvalvaa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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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다음으로 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세르반테스의 불멸의 명작인 '돈키호테'는 스페인 문학의 정수란 헌사가 아깝지 않다. 스페인어권 작가들 중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들도 많다.
특히 ‘백년의 고독’으로 우리 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는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80년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로서 여러 출판사를 통해 약 50 권 이상의 작품이 번역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 (1990년대 후반)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는 멕시코의 옥타비오 빠스가 있다.
스페인 혹은 스페인어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두서없이 나열하면 역사적으로 펠리페 2세 시대의 무적함대, '게르니카'를 그린 피카소, 헤밍웨이의 대표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무대 배경이 되었던 스페인 내전, 투우의 나라, 포르투칼의 대표 선수인 피구가 뛰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브라질의 히바우도가 있는 F.C. 바르셀로나, 톰 크루즈의 두 번째 부인 페넬로페 크루즈, 스페인어 40년동안 통치했던 독재자 프랑코 총통, 낮잠(시에스타)을 즐기는 나라쯤 되지 않을까 싶다.
잠시 스페인어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스페인어는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의 20 여 개 나라에서 사용되며 세계에서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인구만도 약 4억 가까이 된다.
발음이 명쾌한 스페인어, " 쉽게 배울 수 있다 "
요즘은 특히 중국어와 일본어의 영향으로 스페인어의 위상이 약간 위축된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두터운 저변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라틴아메리카는 우리나라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역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와 라틴 아메리카와의 교역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에 있으며 이곳에서 수입보다 수출이 월등이 많음으로 인해 우리 나라의 무역 수지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중미에 있는 조그만 나라(하지만 우리 나라의 남한보다는 크다) 인 과테말라의 수도인 과테말라 시티의 인구가 200만여 명 정도인데 그 중 한국 사람이 2만여 명이라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듣거나 내뱉는 말 중에서 의외로 많은 단어를 찾아 볼 수 있는 스페인어. 그런 스페인어는 우리 나라 사람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언어 중의 하나일 듯하다. 우선 발음이 무척 쉽다. 몇 가지 발음 법칙만 배우면 금방 단어뿐만 아니라 문장도 읽을 수 있다. 영어처럼 발음기호가 필요하지 않은 언어이다. 아(a), 에(e), 이(i), 오(o), 우(u)로 이루어지는 다섯 개의 모음도 ‘얼버무릴’ 필요 없이 또박또박 발음해 주면 그만일 만큼 쉬운 언어이다.
혹시 독자들 중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은 분이 있으시다면? 가장 좋고, 확실한 방법은 스페인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는데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는 않을 테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