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대 강연회가 예정보다 30분 가량 늦게 시작한 데다가 강연도 좀 길어지고 해서, 10시 30분을 넘겨서
강연이 모두 끝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뒷풀이 자리가 2시 넘어서까지 계속되어 이제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와서 보니 여러분들이 댓글들을 많이 남겨주셨군요.
모두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고 이런저런 좋은 글을 남겨주셔서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최원 님에게는 분명치 않은 정보를 발설해서 본의아니게 피해를 끼친 것 같아 사과드립니다. 성실히
작업하셔서 좋은 번역본을 내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이 점과 관련해서 도서출판 b에도 사과를 드립니다.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섣부른 발언을 해서 출판사의 명예에 좀 손상을 드린 것 같군요.
로쟈님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좋은 지적을 해주셨고, 저의 발언이 다소 감정적이었다는 지적도 해주셨는데,
저로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역시 수긍하고 받아들이겠습니다.
헤르베르트님은 저는 잘 모르는 판권 계약과 관련된 여러 가지 실무적인 문제에 관해서 좋은 조언을
주셨군요. 이렇게 깊은 관심을 가져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 이외에 치카님, 클리오님, 따우님, 유아블루님, 스텔라님, 그리고 MANN과 같은 서재 지인들께도
관심을 갖고 격려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처음 뵙는 도윤거사님도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문제에 관해 두 개의 글을 올렸고, 두 글에서 [스피노자 반오웰]의 출판과 관련하여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을 비교적 충분히 표현했기 때문에,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은 없군요.
다만 최원님과 로쟈님, 그리고 헤르베르트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댓글을 다시 읽으면서 좀 더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이 문제에 관해 제가 좀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과정에서 도서출판 b에 관해 좀 부주의한 발언을 한 것도 같구요.
한 사람의 독자의 입장으로 말한다면,
사실 도서출판 b는 출판 도서의 선정과 편집 및 출판 과정에서 나름대로 뚜렷한 원칙을 갖고 성실하게
작업하는 출판사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젝 책과 관련하여 숱하게 제기되는
오역의 문제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을 입증해주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도서출판 b가 그동안 기울여온 노력을 폄훼하거나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비록
제가 지젝을 이론적으로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는 않지만, 그건 다른 문제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스피노자, 반오웰]의 저작권 문제와 관련하여 도서출판 b측이 보여준 태도는
좀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꼭 그런 식으로 이 문제를 처리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앙금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이 문제로 다시 왈가왈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도서출판 b의 저작권을 무시하고 [스피노자, 반오웰]을 수록, 출판해서 외국 출판사에 이것저것
조회하고 여기저기 편지를 보내고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더욱이 소송까지 가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 문제는 국내 출판계의 문제이고, 국내 이론계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예 깨끗하게 {스피노자와 정치}에서 [스피노자, 반오웰]은 빼고 출판하되,
대신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모색해서 독자들이 어떤 형태로든
[스피노자, 반오웰]을 같이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출판사와 좀 더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독자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불필요하게 소란을 피운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한데, 어쨌든 저로서는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교훈도 얻을 수 있었고, 서재 지인들의 우정도 확인할 수 있어서 전혀 무익하지만은 않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