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티'의 형성과 전개를 톺아보다
경성대 문화총서 <예술과 문화> 외 2권

2004년 10월 31일   이은혜 기자 이메일 보내기

경성대출판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20세기 고전번역 작업이 권수를 쌓아나가고 있다. 최근 번역된 책으로는 ‘예술과 문화’(조주연 옮김), ‘시각과 시각성’(최연희 옮김), ‘문화와 국가’(박형섭 옮김)가 눈에 띈다.


‘예술과 문화’는 20세기 미술비평의 거장인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비평서다. 1939년부터 20여 년간 써온 2백86편의 비평문 가운데 37편만을 추려낸 것. 그린버그는 유럽의 고급문화 전통을 인정하면서도, 특히 20세기 초 마네-인상주의-세잔느-입체주의로 이어지는 아방가르드 세력에 주목한다. 그러나 아방가르드의 대표주자인 입체주의의 평면성은 지나치게 형태에 집착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열린 회화적 추상’을 구현한 미국의 아방가르드로 초점을 이동시킨다. 여기서 우리가 잘 아는 잭슨 폴락, 한스 호프만, 바넷 뉴먼 등이 그린버그에 의해 국제적인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처럼 미국 미술비평에 이론적 전환을 일으켰던 그린버그의 비평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이 도래하자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


‘예술과 문화’가 모더니즘 미술 한가운데서 그 지형을 그리고 있다면, ‘시각과 시각성’은 모더니티의 시각체계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가선다. 국내엔 ‘실재의 귀환’으로 소개된 바 있는 핼 포스터가 엮은 이 책은 모더니티 시각체계 속에서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데카르트적 원근법주의로 대변되는 근대의 시각체계를 역사화·사회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이 지배적인 시각양식이 어떤 주체와 성격을 띠며 어떻게 변동해왔는가를 추적한다. 마틴 제이, 조나단 크래이, 로잘린드 크라우스 등의 글도 함께 담겨 있는데, 이 책은 모더니티/포스트모더니티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모더니티의 시각성 문제를 검토하는 지평을 연 상징적인 전거로 꼽히고 있다.


한편 ‘문화국가’는 프랑스를 거대한 ‘현대적 문화국가’라 지칭하며, 프랑스문화가 어떻게 타락·변질해왔는가를 보여준다. 저자는 ‘현대적’이랄 수 있는 국가가 주도하는 문화현상들이 평등과 대중화를 지향하면서 어떻게 고상한 취향들을 억압해가는가를 파헤친다. 이를 위해 20세기의 주요 문화적 사건들, 문화정책, 예술작품 등 문화전반을 살피고 있다. 저자의 통찰력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막연히 초현대화에 중독돼 온 프랑스 정신의 고통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집권당이나 관료들이 문화예술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음을 밝히며, 결국 프랑스 문화가 종교적 숭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음을 고발하고 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경성대출판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20세기 고전번역 작업이 권수를 쌓아나가고 있다. 최근 번역된 책으로는 ‘예술과 문화’(조주연 옮김), ‘시각과 시각성’(최연희 옮김), ‘문화와 국가’(박형섭 옮김)가 눈에 띈다.


‘예술과 문화’는 20세기 미술비평의 거장인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비평서다. 1939년부터 20여 년간 써온 2백86편의 비평문 가운데 37편만을 추려낸 것. 그린버그는 유럽의 고급문화 전통을 인정하면서도, 특히 20세기 초 마네-인상주의-세잔느-입체주의로 이어지는 아방가르드 세력에 주목한다. 그러나 아방가르드의 대표주자인 입체주의의 평면성은 지나치게 형태에 집착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열린 회화적 추상’을 구현한 미국의 아방가르드로 초점을 이동시킨다. 여기서 우리가 잘 아는 잭슨 폴락, 한스 호프만, 바넷 뉴먼 등이 그린버그에 의해 국제적인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처럼 미국 미술비평에 이론적 전환을 일으켰던 그린버그의 비평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이 도래하자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


‘예술과 문화’가 모더니즘 미술 한가운데서 그 지형을 그리고 있다면, ‘시각과 시각성’은 모더니티의 시각체계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가선다. 국내엔 ‘실재의 귀환’으로 소개된 바 있는 핼 포스터가 엮은 이 책은 모더니티 시각체계 속에서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데카르트적 원근법주의로 대변되는 근대의 시각체계를 역사화·사회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이 지배적인 시각양식이 어떤 주체와 성격을 띠며 어떻게 변동해왔는가를 추적한다. 마틴 제이, 조나단 크래이, 로잘린드 크라우스 등의 글도 함께 담겨 있는데, 이 책은 모더니티/포스트모더니티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모더니티의 시각성 문제를 검토하는 지평을 연 상징적인 전거로 꼽히고 있다.


한편 ‘문화국가’는 프랑스를 거대한 ‘현대적 문화국가’라 지칭하며, 프랑스문화가 어떻게 타락·변질해왔는가를 보여준다. 저자는 ‘현대적’이랄 수 있는 국가가 주도하는 문화현상들이 평등과 대중화를 지향하면서 어떻게 고상한 취향들을 억압해가는가를 파헤친다. 이를 위해 20세기의 주요 문화적 사건들, 문화정책, 예술작품 등 문화전반을 살피고 있다. 저자의 통찰력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막연히 초현대화에 중독돼 온 프랑스 정신의 고통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집권당이나 관료들이 문화예술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음을 밝히며, 결국 프랑스 문화가 종교적 숭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음을 고발하고 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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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11-06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성대 출판부에서 의욕적으로 좋은 책들을 많이 내고 있더군요.

지방대학 출판부로서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많은 격려와 관심을 보내주세요.

비로그인 2004-11-06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데요.

특히, '시각과 시간성'이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의 책에서 오랜만에 마틴 제이의 글을 볼 수 있다니...흐흐. 격려와 관심 보내주죠. ^^

알라딘에서 찾아보구 일단 보관함.

발마스님, 오랜만이에요. 흐흐.

비발~* 2004-11-06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에코가....;;

balmas 2004-11-06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웨이브님도 안녕하시죠?^^

그린버그의 [예술과 문화]는 두말할 나위가 없는 모더니즘 비평의 고전이고,

[시각과 시각성] 같은 책, 또는 할 포스터의 책들도 지난 20여년 동안 이 분야의 논의에서 거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해온 매우 중요한 책들이죠.

보니까 역자들도 그 분야의 전문가분들이더군요. 여러 모로 세심한 배려를 한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저는 퓌마롤리의 [문화국가]라는 책이 나온 걸 보고 처음 이런 총서를 하는 것을 알게 됐는데, 어쨌든 책들의 선별이나 번역상태 등 모든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많이 애용해주세요.^^

urblue 2004-11-07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심가지고 살펴봐야겠습니다.

balmas 2004-11-0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 ... ^-^

가을산 2004-11-0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주니다 2004-11-0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잘 지내시죠? 지방대에서 뜻밖의 좋은 기획이 진행되고 있네요. 번역자들도 꽤 괜찮은 사람들입니다.(전문가들 중에서도 ^^) 앞으로 나올 책들도 기대가 되더군요. 그동안 미술계에서 누구에게나 회자되던 그린버그라는 신화적 인물의 대표적인 저서가 21세기에 들어서야 겨우 번역되었다는게 좀 아쉽기는 하지만 어쨌든 없는 것 보단 훨씬 낫겠죠? ㅎㅎㅎ <시각과 시각성>은 얇은 문고판인데 마틴 제이의 'Downcast Eyes'라는 방대한 연구서가 앞으로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되는군요.

그리고 '모더니티와 시각의 헤게모니'라는 책도 얼마전에 번역서가 나왔습니다. 모더니티와 시각성에 관련한 주요한 책들이니 참고들 하셨으면 좋겠네요.... 아 그리고 저는
일전에 인사드렸던 윤준입니다. ^^


balmas 2004-11-08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주니다님.

마틴 제이의 책은 전부터 번역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제가 잘못 들었나요?

[모더니티와 시각의 헤게모니]는 좋은 책인데, 번역이 제대로 되었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시기도 좀 넓은 편이고 다루는 문제들이나 철학자들도 많은 편이어서, 번역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


주니다 2004-11-0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얘기를 들었는데 마틴 제이 책은 현실문화연구에서 번역 중이랍니다. 챕터별로 여러사람들이 번역을 하는 관계로 진도가 무척 더뎌서 출판사에서 마틴 제이에게 계속 양해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더군요. ㅎㅎㅎ 이 책도 번역하기가 만만치 않을텐데 어떨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모더니티와 시각의 헤게모니]도 만만치 않은 책인데 아직 읽어보질 못해서 번역상태는 모르겠네요. 시간이 좀 나면 읽어보고 코멘트라도 남기겠습니다. 지금도 제 책상 앞 책꽃이 원서와 함께 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건만....에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