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을 참는 기막힌 방법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26
차야다 지음 / 북극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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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줌을 왜 참아야 하냐고... ㅋㅋㅋ

이런 마음으로 그림책을 펼쳤다. 


차야다 작가의 그림책을 몇 권 읽었다. 그래서 약간 느낌이 왔다. 

역시나 이 그림책을 덮었을 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림책의 위트와 반전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긴 시간 움직일 수 없을 때는 미리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고 와야 한다.

나는 아이에게 생리적 욕구는 특히 '참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미리 화장실도 다녀오고, 물도 적당히 마시고, 최대한 준비하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한 신호가 왔을 때는 주변 사람 또는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해결하라고 하였다.

미리 예측이 가능하다면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육아방식이었다.

규칙이 있고, 지켜야 할 약속이 있을 때는 특히 더!!

그래서 나는, 이 그림책 제목을 보고, 오줌을 왜 참아? 했던 것이다.


원숭이는, 아니, 동물들은 왜 오줌을 참아야 했을까? 

그것은 표지를 넘기자 마자 나온다.

뱀 한마리가 급하게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에 누군가가 사용 중이다.

그래서 그 앞에서 기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뒤를 이어, 원숭이 한마리가 뛰어온다.

급해 급해 급해... 이 단어의 움직임만으로도 원숭이가 얼마나 급한지 알 수 있다.

아이고, 진작진작 화장실 좀 다녀오지~~

원숭이의 급한 사정은 단어로도, 얼굴표정으로도 움직임으로도 전해진다.

그런데 원숭이 앞에 커다란 장애물이 두둥 등장하는데

4엑스라지 사이즈의 팬티를 입은 코끼리 엉덩이다.

팬티 그림을 보고 코끼리임을 알아챈다. 그리고, 커다란 코끼리 팬티 사이즈~~

부들부들 떨고 있는 코끼리, 코끼리도 급한 용무를 참고 기다리나보다.

빼꼼 내다 본 원숭이에게 '줄 서'라고 말하는 코끼리.


그렇다.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 하나.

화장실에서 온 순서대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

때로는 문 밖까지 늘어서 있는 화장실 줄에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순서가 쏙 쏙 빠져주면 견딜 수 있지.

학교나 유치원의 화장실에서도 그렇고, 

공연장이나 미술관 같은 공공장소, 대중교통 이용시에도 그렇다.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화장실 줄서기.


길게 늘어선 줄에는, 

코끼리, 악어, 치타, 양, 사자, 뱀까지... (음...양 빼고는 좀 힘 세고 무서운 아이들이다)

힘이 세든, 무서운 동물이든 간에 화장실 앞에서는 다같이 줄을 서자!!!

라는 걸 보여준건가? 

어쨌든, 어떤 존재래 해도 화장실 앞에서는 공평하게 온 순서대로 줄을 서야 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도 화장실에서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면, 오줌을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기다려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볼일을 봐야한다. 참아야지. 조금만 참으면 돼.


그림책은, 동물들이 오줌을 참는 모습을 보여준다. 각자의 방법대로 오줌을 참고 또 참지만, 그래도 화장실 문은 열리지 않고, 결국 모두 힘을 합쳐 화장실 문을 여는데...


마지막, 반전은 여기서 나타난다.


어쩌면,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상황(또는 가볍게 한번씩 경험하는 현상인데)을 이렇게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두니 더 재미나다.

한번쯤 다들 경험했을 그 이야기.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이 그림책을 왜 화장실 근처에서 읽어야하는지 이유를 알게 된다. 재미있는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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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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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꽤 좋아하는 류의 책이다. 그래서일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후다닥 읽어버렸다.

과거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 중 풍속화나 기록화 만큼 생생한 자료가 있을까? 사진이나 영상이 없었던 그 시절 이야기다. 


얼마 전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는데, 그 암각화의 그림을 통해 선사시대의 우리 조상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었듯이 조선의 풍속화와 기록화들도 그런 역할을 해낸다. 한국의 기록문화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하는데, 그림이라고 덜할 리가 있나. 그러나,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듯이,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지면 이해도는 당연히 올라간다.  


이 책에서는 조선의 풍속화와 기록화들을 소개한다. 익히 알고 있는 그림들이지만 그 설명을 함께 읽으면서 그림을 보면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미술관에 갈 때마다 도슨트 설명을 듣느라(설명 앱을 켜고) 그림 앞에 멈춰 있는 사람들 때문에 사실은 짜증이 날 때가 많다. 눈으로 보고 싶은 작품을 관람자의 머리만 보느라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런 공부라면 이렇게 책을 통해 먼저 공부를 하고 가면 어떨까? 미술관에선 누군가의 설명보다 마음이 이끄는대로 감상을 했으면 좋겠다. 아, 이건 나의 개인적인 의견^^


풍속화가 사생활이라면 기록화는 공공생활이고 풍속화가 드라마라면 기록화는 다큐멘터리이다. 그래서 조선미술관에서는 궁궐 밖의 사생활을 담은 1관과 궁궐 안의 공공 행사 기록을 담은 2관으로 나누어 전시를 기획했다. (p.9)


​새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이 바뀌어야 하고 생각이 바뀌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하는 사람만이 새것을 만든다. (p.13)


​놀이 장면을 그릴 때 '사람들을 다 앉히지는 않는다'는 법칙(p.20)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그런 법칙이 있다기보다 그런 구도와 구성을 통해 그림이 살아있는 현장을 보여주는 것 같다. 놀이하는 선비들을 그린 그림을 '현이도'라고 부른다. 조영석의 현이도는 이후 조선 양반 풍속과 평민 풍속화의 출발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김홍도가 그린 <귀인응렵>은 관복을 입지 않았으니 선비가 아닌 관료 신분이며, 매사냥을 떠나는데 사냥개와 함께 있지 않고 사슴이 그려져 있다. 언덕이 사슴 다리를 가리고 사슴 다리가 말 다리를 가리고 있어서 '다 그리면 재미없다'(p.35)는 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 남자를 김홍도일 것이라고 말한다. 


겸재 정선의 <사문탈사>는 66세에 그린 것과 80세에 그린 작품이 있는데 저자는 이 두 그림을 비교하여 보여준다. 66세때 그린 그림을 뒤집으면 80세 때 그림의 구성이 되는데 이는 조선시대 화가들이 즐겨 사용하던 방법이라고 한다. 그림의 좌우를 반전시켜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소를 탕 사람은 율곡선생이지만, 그림 속 배경은 정선이 살던 시절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름드리인 측백나무가 있다. 또한 정선은 중국물소를 그리던 66세 때와 달리 80세에 이르러서는 황소로 바꾼다.


​이런 정보를 갖고 그림을 보면, 그림이 다시 달리 보인다. 


김득신의 <밀화투전>이라는 그림은 김득신이 그린 풍속화첩에서 유일하게 실내 장면이다. 아무래도 도박을 하는 장면이다 보니 그랬을 것이다. 김득신은 초상화에서 사용했던 명암법을 풍속화로 넓혀 사람들의 얼굴에 명암을 넣었다.  


​신윤복의 그림에는 상류사회의 놀이장면이 나온다. 선비 숫자와 기녀 숫자가 짝이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임하투호>에서는 기녀가 한 명만 나와서 "짝 안 맞으면 결코 놀지 않으리'란 법칙에서도 예외가 있다고 알려준다. <납량만흥>을 설명하면서는 우리 민족의 음주가무에 대해서도 설명하는데, 덥지도 춥지도 않아야 술과 노래와 춤이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다며 그러한 풍토적 차이에서 우리의 음주가무가 성행했으리라고 한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납량만흥>에서는 우리 춤이 하체가 아닌 상체 중심의 춤임을 설명해준다. 신윤복의 그림에서는 기녀와 선비의 놀이에서 늘 주인공은 기녀이며, 그림 속 주인공들의 시선을 통해 그날의 분위기를 짐작해본다.


​만약 내가 혼자서 그 그림들을 보았더라도 이런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쓰며 보지 못했을 것 같다. 알고 보면, 그림에서 이런 장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저자가 2관에 배치한 조선 궁중기록화는, 솔직히 말해서 내 관심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어서 앞부분에 비해 재미가 덜했다. 다만, 문화절정기인 숙종 때와 영정조 시절의 그림에서 디테일한 차이가 나타나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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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웜 특공대 ㅣ 북극곰 이야기샘 시리즈 12
김두경 지음, 이승아 그림 / 북극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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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된 이야기같은데, 밀웜...


미래 식량 자원으로 밀웜이 언급된 게 제법 예전부터 오가던 이야기인데, 이 밀웜이 다른 역할, 그러니까 단순 미래 식량자원에서 더 유용한 기능을 발견해서 쓰임새가 더 커졌다는 이야기이다.


​등장인물을 보면, 밀웜인 호이, 설이, 대장님이 보이고, 인간으로는 우표동과 신나나가 보인다. 각자의 역할은 명확하다. 


우레 같은 큰 목소리의 호이. 얼굴 표정만 봐도 꽤나 장난꾸러기이다. 누가 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만큼 사교적인 밀웜이다. 설이는순간에 재치가 반짝이는 밀웜이라 소개가 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그리 큰 역할은 하지 않는 것 같다. 대장님은 아무래도 밀웜들의 전투(^^)를 이끌다보니, 그 역할이 마을의 큰 어르신 같다. 


그런가하면 우표동은, 장난꾸러기이고 단순한 성격인데 호이와 비슷한 인물이다. 사실 우표동의 큰 역할이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함께 나오는 신나나가 오히려 호이의 활약을 위한 사건을 만드는 인물이다.  


밀웜이 배달된 상자 속에는 밀웜들이 곧 먹이가 될 상황을 앞두고 운반 중 일어난 흔들림에 비몽사몽인 상태를 보여준다. 그들은 밀웜으로 태어나 곧 먹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길쭉하고 홀쭉한 몸매

맵시 있고 선명한 마디

윤기 있고 매끈한 껍질

나는야 귀여운 밀웜이라네

​

그럼 뭐하나? 어차피 먹이일 뿐인데


자신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적극적인 삶의 의지를 잘 보여줄 수 없다. 애초에 본인들이 키워진 이유가 누군가의 먹이가 되기 위해서라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그러나 항상 돌연별이 같은 존재가 있다. 그것이 바로 호이이다. 호이는, 우표동이 밟아서 부스러뜨린 스티로폼을 삼키게 된다. 밀원들도 스티로퐁들의 공격에 항상 속수무책일 장도로 이것은 골칫덩어리이다. 인간들에게도 편리한 물건이지만, 마지막 처리를 생각하면 꽤 골치아픈 물건이다. 


그런데 그것을, 우연히 호이가 꿀꺽 삼킨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도 몰랐지만, 밀웜은 스티로폼을 녹일 수 있는 침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밀웜특공대의활약을 이 책에서는 보여준다. 


그리고 패배에 젖어 있던 그들의 노래가 바뀐다. 


우리의 강력한 침방울 한 방에

놈들이 무서워 벌벌벌 떤다네

지구의 운명은 우리에게 달렸지

나는야 위대한 밀웜 특공대

​

실제로 밀웜은 스티로폼을 녹일 수 있다고 한다. 그 양이 적긴 하지만, 이 연구가 계속된다면 스티로폼도 지구환경을 나쁘게 하는 데서 조금 벗어날 수 있을 듯하다. 인간의 미래먹거리에서 지구환경을 구하는 역할까지 하게 된 밀웜특공대. 그 활약을 기대할 만하다.


​다만, 이 책이 밀웜이 주인공인 상태에서 인간중심의 서술이 조금 아쉽긴 했다. 어차피 의인화를 하게 되면 인간의 생각대로 움직이긴 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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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 3대 비극 - 제10회 상상만발책그림전 당선작, 2026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 2025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ㅣ 지식 그림책 5
이승아 지음 / 이루리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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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에 이곳 에코델타시티로 이사를 왔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 에코델타시티에 첫 입주를 시작하는 아파트였다. 그러니 사방은 허허공터였고, 밤이면 개구리 소리가 꽤 시끄럽게 들렸다. 눈앞을 날아다니는 날파리들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벌레들이 한가득인 곳이었다. 1년 사이에 주변은 여전히 허허벌판이지만, 그 많던 벌레들이 제법 많이 사라졌다. 인간들이 살기 시작하면 확실히 다른 생물들은 힘을 잃는 것 같다. 


​빨간색 무대 커튼 사이로 모기와 바퀴벌레, 그리고 초파리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해충 3대 비극이라는 걸 보니 이들의 이야기이지 싶다. 아이들은 '비극'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비극이란 인생의 슬픔, 고통, 파멸을 주제로 한 문학·연극 장르로, 주인공의 불행한 결말을 통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고 네이버는 설명한다. 우리가 지금부터 보게 될 비극은 해충을 주인공으로 한다.


제사상을 차려놓고 있는 모기. 장구벌레들은 오지 않는 모모를 찾는다. 어이없게도 모기의 제사상 앞에는 모기향이 있다. 올여름엔 너무 더워서 모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니, 그래도 숲으로 가면 모기가 제법 있었다. 7월 초에 야외활동을 하면서 제법 많이 물렸다. 모기는 암컷이 문다고 한다. 여름밤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귀 옆에서 들려오는 앵~~ 소리에 잠을 설친 날이 제법 된다. 이 그림책 속 사람들처럼 어둠 속에서 모기소리를 쩣아 손바닥을 내리친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


주인공 모기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한 모기의 선례를 알고 있기에 절대 빨간 것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어이없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고 만다.


다음 등장 해충은 바퀴벌레이다. 아, 정말 징그럽게 생긴데다 색깔까지 비호감이다. 지구에서 아주 오래산 바퀴벌레지만, 인간에 의해 여전히 죽임을 당하고 있다. 음식 찌꺼기가 있는 곳에 모여 든 바퀴벌레는, 음식인줄 알고 달려들었지만, 극약을 먹고 죽고 만다. 


마지막 이야기는 초파리다. 초파리 역시 얼굴이 비치고 좋은 향이 나는 곳에 가지 말라고 그렇게 교육을 받았지만, 결국은 유혹에 이끌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고 만다. 물론 초초는 죽어가면서도 웃고있었다지. 


세 해충들의 이야기를 유머를 섞어 전달하지만, 그건 인간의 관점에서 그렇지, 그들에게는 이런 비극도 없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에 오면 이들의 영정 사진이 보인다. 물론 이 해충들의 죽음에 전적으로 인간이 관여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동물 순위 1위가 모기라고 하니 정말 놀랄 일이다. 그런데 2위를 보면 더 기가 찬다. 사람이다. 더군다나 전쟁이나 인간이 낸 사고를 제외하고 인간이 인간을 죽인 숫자만으로 2위로 차지했다. 결국은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물은 이 3대 해충들이 아니라 인간들이란 말이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해충들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해충3대비극이었다.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어본다면, 해충에 대해서도, 비극에 대해서도,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초등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다보면 그림글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문자 자체가 추상적인 기호이지만, 그 기호를 한번 더 꼬아놓은 그림글자는 더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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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0
김선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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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스티커의 기원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누군가를 놀리거나 욕하는 문구를 적은 종이를 등에 붙이는 악의적인 장난에서 영감을 받은 걸 수도 있다. '바보', '멍청이' 같은 단어가 등에 붙은 걸 발견한 상대가 폭발하면 '장난이었어. 왜 그렇게 화를 내?' 하며 변명하는 폭력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니까. 사실 기원이야 어찌 되었든 내 알 바 아니고, 처음 보는 저주 방식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다양한 이유로 싫었지만, 그게 꼭 저주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상은 어차피 기후 이변 문제 하나만으로도 종말의 길을 착실히 걷고 있다.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인공지능 같은 기술 문제도 있으니 그냥 둬도 곧 멸망할 것 같았다. p.27



어렸을 때, 유치한 장난이지만 친구 등에다 놀릴만한 문구를 써서 붙여놓고 깔깔대던 것이 생각났다. 그런 장난 같은건가? 김선미 작가의 '스티커'를 읽은 뒤 '비스킷'을 읽었다. '비스킷'이 시기상으로 먼저 나온 책이라, 이 책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김선미 작가는, 약간 뭐랄까, 기후 위기나 자연현상과 재해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아마도 작가의 기본 성향 또는 지향점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세상을 보는 아름다운 시선만큼이나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애정이 묻어난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그리고 사회에 나왔을 때 겪게 될 현실에 대해 걱정은 했지만 어떻게 도와야 할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한 적은 없었다. 그냥 내 아이라도 이 험한 세상에서 별 탈 없이 살아내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잘 짚어 낸다. 그것을 '스티커'라는 징벌 개념의 저주를 통해 드러낸다. 다만, '이에는 이, 눈에는 눈'과 같은 해결책은 상대방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이러한 해결책은 '긍정적 에너지'가 아닌 '부정적 에너지'를 증가시킨다. 


복수하고 싶다면 무덤을 두 개 파 놓으라는 말이 있다. 하나는 상대의 무덤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무덤이라고 한다.p.63


"맞아.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저주 스티커는 떨어져서 땅으로 스며들어 저주 스티커에 깃든 부정적인 에너지가 땅에 흡수되는 거지. 부정적인 에너지가 축적되다가 더 이상 땅이 품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거야. 작게는 진도가 낮은 지진이나 규모가 작은 해일이 일어나고, 크게는 산사태, 폭풍, 대형 산불, 진도가 큰 지진이 발생해."p.93


사회적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제재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남을 배려하고, 약자를 도와주며, 기본을 지키는 사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런 사회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아름답지 못한 세상이기에 상대도 나와 같은 고통을 받아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주 스티커를 판매하는 주인공은 요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우연히 손에 넣은 저주스티커 제작 도구로 소소하게 용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왜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을까.


"도와달라고 외치지 않아서 그래. 요즘 사람들은 섣부르게 나서려고 하지 않거든. 도움받을 일이 생기면 주변에 있는 사람을 특정해서 도와달라고 해야 해. 거기 안경 쓴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이렇게."


병실을 방문한 경찰이 설명했다. 도움을 받을 때도 지침이 있다는 게 이상했다.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아서 도움받지 못한거라면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오히려 동물이 인간보다 더 나은 게 아닐까. p.54


살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세상과 맞닥뜨릴 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볼 때 무기력함을 느낀다. 도움을 받을 때도, 누군가를 콕 집어서 요청해야한다는 게, 피해자 입장에서 그런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할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보면 당연히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보다, 혹시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서, 주술적인 '저주'라는 것, 그러니까 사적인 제재이면서 익명을 보장할 수 있는 징벌의 방법이 있다면 솔깃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요마도 알고 있다. 가해자에게 똑같은 방법 혹은 상응하는 방법으로 벌을 주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다만,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는 기분마더 옳지 않다고 가볍게 치부할 생각"(p.105)도 없다.


​책에서는 요마의 반대편에서 저주스티커를 떼고 다니는 '소우주'라는 아이가 나온다. 소우주의 가족들은 저주스티커를 제거하는 일을 한다. 소우주를 통해 저주가 아닌 스스로 강해짐으로써 부당한 세상에 맞서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딪쳐야지. 부딪쳐도 깨지지 않도록 널 단단하게 만들어야지. 지금은 이 아이가 입김만 불어도 날아가게 생겼잖아. 네가 널 지켜 줘. 땅에 딛고 선 두 다리에 힘주고 눈에도, 가슴에도, 손가락에도 힘을 빡 주고 계속 널 지켜 내는 거야. 널 욕하고, 때리고, 힘들게 하는 아이들에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거야. 처음에는 힘들 수 있어. 하지만 갈수록 나아질 거야. 약속해. 오늘부터 널 지켜 내는 연습을 하면 시간이 지나 네 앞에 어떤 멍청이가 나타나도 너는 깨지지 않을 수 있어."


​아, 그렇구나. 지켜 줘야 하는 거였구나. 마음이 부서지려고 할 때, 나쁜 마음이 날 잡아먹으려고 할 때, 내가 날 지켜줘야 했구나. 내가 날 지켜 주지 못해서 나는 저주 스티커를 만들었던 거구나.p.204


스스로 강해지라고 하는 말은, 전작에 등장했던 '무너져 내리고 스스로 비스킷이 되어 버린 아이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서는 해낼 수 없지만, 그때 곁에서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혼자가 아니기에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저주 스티커를 주문했던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누군가를 미워하고 저주하고 싶은 순간들이 쌓여 오히려 나를 망쳐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책에서는 스스로 그렇게 자신을 지켜내야한다고 말하면서, 소우주와 다른 주변 인물들을 통해 곁에서 너의 편이 되어 힘이 되어주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청소년들의 마음을 만져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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