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써요, 뭘 쓰라고요? - 김용택 선생님의 글쓰기 학교
김용택 지음, 엄정원 그림 / 한솔수북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글쓰기를 해보면 아이들은 꼭 한마디 씩 한다. 바로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말이다. "뭘 써요, 뭘 쓰라고요?" 뭘 써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주제를 던져줘도, 소재를 던져줘도 마찬가지이다. 도대체 뭘 쓰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그냥, 쓰라고! 네 생각을 써 봐" 이렇게 말할 것인가? 비단 아이들에게 국한된 말은 아니다. 어른들도 글 하나 써달라고 하면 꼭 나오는 말이니까 말이다.

 

이 책은 김용택 선생님이 임실 마암분교 아이들이 쓴 작품을 예를 들며 글 쓰기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는 먼저 자기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그 글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쓰는 글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 모든 것들이 나에게 올 수 있도록해야 글이 써진다. 그래서 저자는 먼저 사람들이 하는 일 네가지를 소개한다. 바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

 

처음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무너가 거창한 글쓰기의 방도를 알려주는 책일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 구구절절 설명이 많은 글일거라고. 그런데 책을 받아 든 순간 빈 여백과 큼지막한 활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걸 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지? 순간 당황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쓴 작품을 읽고 저자의 설명을 읽고, 그리고 생각을 해보니 이것만큼 간결한 글쓰기의 방법이 또 있을까싶다. 어른들이 읽고 활용해도 좋지만, 아이들 스스로 읽고 글쓰기에 대해 한번쯤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2부에 보면 글쓰기를 안내하는 글들이 나온다. 목차의 소제목들은 김용택 선생님이 전하는 글쓰기의 방법이 드러난다. 글쓰기는 나의 생활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다.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글쓰기이다. 관심을 가질 때 모든 것이 자세히 보인다는 말은 우리 아이들이 꼭 알았으면 한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볼 때 무엇인지 알게 되고, 무엇인지 알아야 이해도 되고 내 것이 된다. 아는 것이 내 것이 될 때 지식이 인격이 되고, 아는 것이 인격이 되어야 세상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관계를 맺으면 갈등이 일어나고, 갈등은 조화로운 세상을 꿈군다. 조화로운 생각을 꿈꿀 때 생각이 일어나고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면 글이 된다. 그리고 새로운 것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하고, 감동을 주는 것은 살아있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부딪히고 글쓰기를 해 온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아이들에게 글을 써 보라고 할 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턱대고 쓰라고 할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저자는 내 나무를 가지라고 했지만, 도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을 하나 가져오라고 하고 그것을 자세히 관찰하고 살펴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도대체 뭘 써야 할 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쓸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무엇을 쓸 지 생각이 정리되면, 그것을 말로 표현하고, 말은 글이 된다.

 

어려운 말로 가득찬 글쓰기책보다 글쓰기에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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