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왜 이러는 걸까요? - 여자가 모르길 바라는 남자들의 비밀 왜 이러는 걸까요?
베아트리체 바그너 지음, 정유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책이나 글을 읽을 때 대부분 맞아, 맞아라는 말을 되뇌이게 되고, 어떤 상황과 문제장면에서는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은 후엔 그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또다시 망각한 채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결국은 자신의 습성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고, 상대 또한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늘 투닥거리며 대립각만 세우고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떠올려본다면, 어디까지나 상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닐까?

 

이 책은 여자가 원하는 남자의 조건을 이야기한 후 남성유형을 제시한다. 여성이 원하는 조건과 남성유형을 살펴봄으로써 둘 사이에서 어긋남과 삐걱거림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알 수 있다. 즉 여성은 자신이 만나고자 하는 남성이 어떤 유형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 전에 자기 자신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다음 "고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남자들의 습성(그 중에서도 여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을 하나하나 이야기한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단지 '고장'난 것이기 때문에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같다. 또한 사랑하기 전 이해부터 시작하라는 저자의 말은 이 책 전체를 통틀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처럼 여겨진다.

 

자, 그렇다면 남자 사용 중 고장현상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책에서는 일반 고장 증상, 가정에서의 고장 증상, 집 밖에서의 고장 증상으로 나누고 있다. 일반 고장 증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내보다 엄마가 소중하다', '위생관념이 형편없다', '집에서는 말이 없다' 정도이다. 아마도 나와 함께 지내고 있는 남자의 기준에 맞춰 보다보니 그런 것 같다. 가정에서의 고장 증상은 '화장실에 너무 오래 머문다', '언제나 TV앞에만 앉아 있다.' 등이며, 집 밖에서의 고장 증상 중에서는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를 들 수 있다. 몇 가지 정도로 요약해놓은 것 같은데도 이렇게나 많은 부분이 우리집 남자와 중첩된다는 사실은 남자의 특징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런데 책이 제시하는 해법 혹은 대안은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아내보다 엄마가 소중한 경우를 보자. 이 책의 저자는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의 정서가 있다. 세상 남자들이 아내보다 엄마를 소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한들, 한국남자와 엄마의 관계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그 정도로 되겠어?'라는 나의 반응을 이끌어냈을 뿐이다. 그런가하면, '화장실에 너무 오래 머문다'에 대한 이야기는 남자들이 왜 그렇게 화장실에 오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해주었다. 물론 우리집 남자에 국한된 이해이다.

 

3부는 짧은 내용이지만, 첫인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행복한 관계를 위한 조언을 보면 '억제되지 않은 불평 하나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섯가지의 친근한 사랑의 증표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니 행복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남자, 왜 이러는 걸까요?는 우리에게 남자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해답을 제시하긴 했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관계는 그럴듯한 해답을 줄 수 있어도 누구에게나 딱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남자들의 일반적인 증상을 알고 나니, 우리집 남자만의 별난 특징이 아니라는 걸 한번 더 인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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