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품은 나무 미래의 고전 36
오지연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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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동시집다운 동시집을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늘, 동시집을 읽을 때마다 느끼던 약간의 아쉬움이 무엇이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랬다. 발상의 전환. 새롭게 보기의 즐거움. 그것이었다. 내가 오지연 시인의 동시집을 읽는 동안 무릎을 탁! 치며 어머!라는 감탄사를 연방 내뱉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던 듯하다. 많은 시인들이 어린이의 감성을 들여다보며 시를 쓰지만, 정말 그런 느낌을 주는 동시들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동시집은 드물게(^^) 내가 추천하는 동시집이다.

 

제1부 거꾸로 보면

 

거꾸로 보기, 뒤집어 보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면서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를 많이 해본다.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는 경험. 그것은 아이들에게 텍스트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을 가졌다. 그렇다면 거꾸로 보기는 어떨까?

 

거꾸로 보면

 

?

 

거꾸로 보면

후크 선장의 갈고리

아니야,

답을 낚는 낚싯바늘이야.

 

!

 

거꾸로 보면

턱을 고인 오른팔

아, 그래!

문득 떠오르는 생각.

 

                                                                       <<알을 품은 나무>> 중 <거꾸로 보면> 전문

 

물음표와 느낌표를 거꾸로 볼 생각도 안해봤다. 거꾸로 보니, 그렇네!! 초등저학년 아이들에게 문장부호의 중요성을 늘 가르치곤 하는데, 이렇게 부호를 거꾸로 보니 또다른 생각타래가 이어진다. 며칠전 우리집 아이는 큰 따옴표와 작은 따옴표 구분이 힘들다며 나에게 물어왔었다. 문장 부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요런 시 하나 읽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곰과 문>에서는 내가 어릴 때 곰이라는 글자를 써놓고 거꾸로 들고 문이라고 막 웃었던 생각이 난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는 글자를 거꾸로 놓고 보는 일도 자주 있었다. 다른 장에 있긴 하지만 <피아노>라는 시도 거꾸로는 아니지만 뒤를 보고 속을 본다. 어쩌면 우리는 어ㅏ린 시절 그런 호기심을 갖고 살았던 것 같다. 그저 보이는 면 밖에 볼 줄 모르는 지금의 내 모습이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제 5 부 알을 품은 나무

이 동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알을 품은 나무>

 

알을 품은 나무

 

"이제 나는 아무 쓸모도 없어."

 

곧 쓰러질 듯 기운이 없던

늙은 상수리나무

뻥 뚫린 가슴 속에

소쩍새가 알을 다섯개나 낳았다.

 

주저앉으려던 마음이

스을슬 구부정한 허리를

애써 곧추세운다.

 

알을 품은 나무가

뼈만 앙상한 팔로

제 가슴을 꽉 끌어안았다.

 

어느새 날개 돋는 꿈을 꾼다.

 

                                             <알을 품은 나무> 전문

 

이 동시집에는 작가말대로 나무가 많이 나온다. 나무는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보는 자연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는 나무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수명을 다했다여겼던 저 늙은 상수리나무에 소쩍새가 알을 낳아놓았다. 나무의 뻥 뚫린 가슴을 가득 채우는 알. 알을 품어주는 나무의 모습에서 우리를 껴안아주는 자연의 품이 떠오른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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