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우리 얼굴 - 심홍 선생님 따라 인물화 여행
이소영 / 낮은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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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개월 한솔이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특히 얼굴을 그리거나 사람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 (많은 아이들이 그러할 것 같다)

자기 주변에 있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먼저 그리게 되어 있으니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한글이든 영어든 한자든 처음에는 얼굴이나 신체 명칭부터 가르치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일 것 같다. 한솔이와 함께 볼 만한 책은 아니지만(초등학생들에게 유용할 책이다)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의 서양얼굴과는 다른, 우리 주변의 사람들 얼굴과 표정이 많이 드러나 있는 책이라 함께 보게 되었다.

옛 그림 속에서 발견한 우리 얼굴을 보면서 한솔이의 얼굴 그림에도 조금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다.

목차를 살펴보면 크게 5개로 나누어지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옛 사람들이 바라 본 우리 몸, 우리 얼굴
2. 왜 사람을 그렸을까
3. 어떤 얼굴을 아름답다고 생각했을까
4. 풍속화 속 생생한 우리 얼굴
5. 자화상 그리기

우리의 선조들이 바라 본 몸과 얼굴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가 소개되는데 첫 신석기 시대의 얼굴모양 조가비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도 한다. 서양인이 바라본 사람의 몸을 함께 설명함으로써 동서양이 '배꼽'을 중심으로 사고했다는 공통점도 알려준다.

그러면 왜 사람을 그렸을까?

나는 한솔이가 사람을 그리는 이유는 가까이 있을 뿐 아니라 자주 접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옛 사람들은 인간은 몸과 영혼으로 이루어졌고, 죽은 사람을 그리면 그 혼이 영원히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한다. 왕의 얼굴을 그린 '어진'은 나라의 권위를 나타낸다고 생각하여 그리기도 했고 조상을 추모하거나 널리 알리고 싶은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옛 사람들은 초상화를 그릴 때 겉모습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한다.화는 어떻게 그렸을까?

사람은 한번에 그리기 어렵기 때문에 비단이나 종이에 바로 그리지 않고 기름종이에 밑그림을 그린 다음 초상화를 그렸다.

밑그림은 한번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여러번 사용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이명기의 체제공 초상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사진을 이용한 초상화기법도 있는데, 김규진의 사진과 채용신이 그린 황현을 보면 섬세하기까지 하다.

한국의 자화상과 서양의 자화상을 비교한 것도 도움이 되는 자료였다. 유명한 초상화인 윤두서의 자화상과 알브레히트 뒤러의 초상화를 각기 소개한 뒤 밝기와 눈(눈동자)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옛 사람과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미인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도 하고, 당시 사회가 요구했던 사회상을 담고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우리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화자찬에 빠지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은 바로 다른 나라의 예와 비교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는 한중일 세 나라의 미인도에 나타난 미인을 비교해볼 수 있다.

초상화들이 대부분 근엄하고 웃음기 없는 얼굴이라면, 풍속화 속 우리 얼굴은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를 통해 우리의 옛 얼굴과 표정, 노인과 아이, 남자와 여자의 얼굴을 살펴볼 수 있다.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은 김홍도의 그림을 통해 살펴볼 수 있고, 남자와 여자의 얼굴은 신윤복의 그림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두 화가가 그려낸 우리의 옛 얼굴은 그 시절 사람들의 표정과 얼굴모양을 자세히 알려준다.

그런가하면, 각 표정이 살아있는 그림을 소개하면서, 그림의 일부분(표정을 볼 수 있는)을 감정을 설명한 글과 함께 소제목으로 삼아 자세하게 전달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화상 그리기에 도전해볼 수 있는데, 우리 얼굴의 특징을 얼굴형, 눈, 코, 입, 귀 등으로 세분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직접 그려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은 바로 이것때문이다. 밑그림을 그려 본 뒤 화선지에 얼굴을 그릴 수 있도록 화선지까지 끼워놓은 세심함.

옛 그림에서 우리의 얼굴을 발견하고, 그 모습을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서양이나 다른 나라의 예와 비교를 할 수 있어서 우리 얼굴의 특징을 더 잘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중간중간 직접 표정이나 얼굴을 그릴 수 있는 방법과 예시를 들어놓아 책을 읽는데서 그치지 않고 표현해볼 수 있게 해놓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그 마음까지도 담으려고 애썼다는 조상들의 이야기는, 지금 내 모습에서 느껴지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모두 얼굴에 나타난다 하지 않는가. 사진으로 찍어놓은 얼굴은 찍은 사람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지만, 그림은 그 얼굴의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감정까지도 전달해주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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