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이 생겼어요! 쪽빛그림책 8
쓰치다 노부코 지음, 고연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번에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을 했다. 유치원에 보내면서 가장 큰 걱정은 '친구'였다. 그동안 내가 지켜본 바로는 한솔이는 친구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는 아이이다. 자신과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다면,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든 즐겁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유치원 선생님께도 그런 사실을 말하고 친구와 잘 사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특별히 당부까지 드렸다. 지금도(이제 한달이 다 되어간다) 유치원에 가는 것을 힘들어한다. 겨우 적응을 좀 하나 싶었는데 '수족구'로 일주일을 쉬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엄마와 노는 것이 더 좋다'면서 유치원에 가는 것을 거부하려는 아이에게 '유치원에 가면 친구들이 많으니까 재미있게 놀다 와'라고 다독여 보냈다. 오늘 아침에도.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우리 한솔이에게 딱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짝꿍'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한솔이도 자기는 아직 짝꿍이 없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엄마 짝꿍은 누구야?"라고 묻는다. 아, 이 이야기를 읽어주면 되겠다 싶었다. 이왕이면 학교나 유치원 안에서의 짝꿍만들기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 책 속의 배경은 집이다. 그리고 짝꿍이 되는 아이는 사촌이다. 요즘은 집에 아이들이 하나 아니면 둘이다보니 '사촌'과의 관계가 '형제, 자매'의 관계로 확장될 수 있다. 사촌이라 해도 예전처럼 가까이 지내는 존재가 아닌 바에는 '친구'나 다름없을 터다. 그렇다면 나처럼 '사촌'의 관계를 '형제 자매'를 넘어 '친구'의 관계로 확장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책 속 주인공인 데코는 사촌인 '준이'를 처음 만났다. 첫 만남에서부터 '앗 이마 좀 봐'하고 놀리는 준이가 곱게 보일 리 없는 데코. (데코라는 이름은 일본어로 읽었을 때 머리가 튀어나온 짱구같은 아이를 떠올리게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설명 없이 그냥 '앗 이마 좀 봐'라는 준이의 말만 있을 뿐이라 그 느낌이 덜하다.) 그런데 가족들은 준이만 챙겨준다. 친척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봐서 그렇기도 하지만, 준이를 처음 본 데코에게는 자신이 받을 관심과 애정을 온통 준이에게 빼앗긴 기분이 든다. 그러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그러다가 데코와 준이는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게 되는데, 거기서 둘의 공통점을 처음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딸기생크림케이크를 좋아하는 것. 게다가 딸기생크림케이크를 먹는 모습까지도 둘이 똑같다. 데코와 준이는 둘이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게 되고, 가장 좋아하는 '가면놀이'를 같이 하면서 멋진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둘의 공통점이었다. 그 공통점을 찾을 때까지는 시간이 분명 걸린다. 서로를 탐색하고 때로는 경계하는 과정에서 둘의 공통점이 발견되었을 때 그들의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되었다. 이 책에서는 데코와 준이에게 서로 이해하라고 하거나, 양보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그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족들도 둘 사이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가서 친구를 사귀는 과정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혹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를 만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던가.

 

책을 읽고 나서 한솔이가 다른 친구들을 사귈 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모르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부딪히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말이다.

 

덧붙임 : 이 책에서는 일본의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다. 데코라는 이름도 그렇지만, 그림 속에서 일본을 많이 발견한다. 할아버지가 갖고 다니는 무사인형도, 밥먹는 장면에서 식탁의 차림과 식사습관도, 시장의 풍경(아이들이 먹는 경단이나 청국장, 군데군데 등장하는 무사의 모습, 생선가게 아저씨의 모습)도, 데코네 집안 인터리어와 장식물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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