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별곡 푸른도서관 2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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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사랑은, 숭고하거나, 지극하거나,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 사랑이야기가 많은 것은 아마도 그런 사랑을 꿈꾸기 때문일 터. 현실에서는 가벼운 사랑이 판치고 있기에 더욱더 그런 사랑을 꿈꾸는 것이리라.

주목나무공주의 사랑은 별곡체에 담겨 군더더기를 다 빼버렸다. 현실 속의 사랑이 집착과 구속, 강요라는 군살을 붙인 채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면, 주목나무공주의 사랑은 그 모든 것을 다 떼어버리고 오로지 님을 향한 애절한 그리움으로 남았다.

사실, 이야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채 떠난 님을 기다리다 주목나무가 되어버린 공주가 천년을 넘어 그 님을 기다리는 이야기이다. 죽어서도 못잊는 님을 애타게 기다리는 망부석 설화가 이 이야기에도 녹아든 것이다. 보통의 망부석 설화가 기다리는 사람 앞에 뒤늦게 도착한 님이 울부짖으며 일찍 돌아오지 못했음을 후회한다면, 이 이야기는 주목나무가 되어서도 님을 기다리는 공주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떠난 '님'들이 왔다 가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말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던 그 많은 인연들이 그저 스쳐가는 존재가 아니라 그렇게 천년을 거쳐 내게 다시 돌아온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깨닫지 못햇을 뿐.

주목공주의 사랑을 별곡이라는 노래로 지은 것은, 아마도 그 사랑이 천년을 이어가듯, 이 사랑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불러야 할 것이다. 내 사랑이야기를 함께 붙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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