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바위그림
김호석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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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새로 생긴 암각화전시관에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 그동안, 가까운 곳에 책에서만 보던 암각화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보지 못했는데, 전시관이 생겼다기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고, 공부를 좀 하고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확실히 그랬다.

 

일단 이 책은,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울주 천전리 암각화, 칠포리형 암각화로 크게 나누어져 있다. 내가 관심을 갖고 읽은 부분은 당연히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이다.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을 받은 부분은, 반구대 암각화의 실측도라고 할 수 있다. 실측도의 그림을 보면서 내용을 읽다보니 보지 않고도 본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학교 다닐 때 그런 것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던 것을 무슨 그림이, 언제, 어떤 순서로 어떻게 새겨졌는지를 알고 나니, 그 옛날 선사시대로 돌아간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사실, 울산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는 댐 건설로 인해 가뭄 때나 되어야 실체를 볼 수 있다. 내가 전시관을 찾았을 때는 망원경을 통해 물에 잠겨 있는 곳 밖에 보지 못했다. 사실 전시관 안에 있는 전시물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오히려 책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았다고도 할 수 있다.

 

암각화의 부분부분을 상세하고 설명하고 있어서, 그 당시의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기도 하다. 울산 지역의 고래잡이가 그렇게 먼 옛날부터 행해졌고, 먼바다에까지 나갔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새삼스럽기도 했다. 암각화가 새겨진 순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조각기법에도 눈을 둬야하지만, 조각과 조각이 겹쳐진 부분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아이가 고래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고래를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아이와 함께 전시관에 가서 모작이긴 하지만 조각을 보면서 고래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암각화를 각 지역별로 비교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암각화와 비교도 하고 있다. 대곡리의 암각화가 바위면이 북쪽을 향하고 있고, 하나의 바위에 집중적으로 제작되어 있는 반면 북방아시아의 암각화는 동남쪽을 향하고 있고 다수의 바위면에 산재하는 걸로 보아 대곡리 암각화는 정착생활이 시작된 후에, 북방지역의 암각화는 이동과 유목생활을 하는 동안 제작된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대곡리 암각화가 여러 종류의 동물그림이 불규칙하게 나열되어 도감식 구성을 하고 있는 반면 북방아시아의 암각화는 한편의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또 대곡리 암각화가 동물의 형태를 인식하는 시각이 측면에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북방아시아 지역의 암각화는 대상에 실체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다른 성격을 갖는다고 한다. 이런 차이점이 있는가하면 미의 원리나 조형의 발전과정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안에서도 각 지역의 암각화는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상세한 그림을 통해 그 차이를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암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켜주는 역할 뿐 아니라 미의식과 예술혼을 함께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고고학적 관점보다는 한국미술의 원형에 대한 탐구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더했기도 하다.

 

최근 지역뉴스에서는, 반구대 암각화가 수몰되어 훼손이 심각하다고 한다. 그 훼손을 줄이고 보존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익과 맞물려 어떻게 결론이 날 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동아 살아남은 암각화의 흔적들이 단 몇년 사이에, 그것도 우리의 편리를 위하여 훼손되고 있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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