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 - 미국을 제대로 보기 위한 가치 있는 가정들 라면 교양 1
김준형 지음 / 뜨인돌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며 시작한 촛불집회의 불은 꺼질 줄 모른다.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정부를 포함하여)의 시각도 제각각이다. 여기서 문제는 시작된다. 무엇을 최우선으로 할 것인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 혹은 미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입장의 사람들은 우리의 안전한 식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러다보니 무역마찰이 일어날 수 밖에 없고, 미국과의 관계가 뒤틀릴 수 밖에 없다. 애초의 목적이 반미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국가가(정부가) 어쩔 수 없이 미쇠고기 수입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고 해도 자국국민의 안전을 가장 우선시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정부를 그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당연히 반발은 커질 수 밖에 없고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있어서 어떤 존재인가? 그걸 아는 것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가장 도움이 될 듯하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미국 제대로 보기를 시도한 책이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바가 미국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석한 책이라는 보장은 없다. 저자는 미국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저울질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한국 사람이 아니라 미국 사람(특히 미국의 정치인)들이 읽어야 한다. 더불어 미국에 대한 환상만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읽었으면 한다.

 

오늘 아침에,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집안어른과 의견충돌이 있었다.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와 틀려서였다. 나는, 미국 쇠고기가 우리 식탁의 안전에 위협이 되기때문에 수입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 어른은 쇠고기가 안전한가 안전하지 않은가는 고려의 대상으로도 생각하지 않고, 미국이 우리 나라를 지켜준 고마운 나라, 잘 살게 만들어준 나라인데 그것도 모르는 놈들이라고 핏대를 세우기만 하셨다.

 

과연 미국은 한국을 지켜주는 나라고, 잘 살게 만들어준 나라인가? 이 책은 그런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게 해준다. 물론 결론은 다 아는 이야기다. 미국이 자신의 이익이 없는 일에는 끼어들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파렴치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미국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동시에 미국 없이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p.15)라는 말은 지금의 상황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어제는, 북한이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냉각탑을 폭파했다. 미국이 적(혹은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한 힘없는(--) 나라들마저도 사라지고 나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나쁜 짓도 미국이 하면 옳은 일이라고 말하는 미국이다. 사실 악의 축이니 깡패국가니 하는 것은 미국에 딱 맞는 별명이다. 그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미국쇠고기 수입은 고시되었고, 다음주면 시장에 나올 것이라 한다. 국민들을 물대포로 쏘아가며 수입한 쇠고기는, 한국경제를 살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무슨 이익을 얻어왔을까? 분명 미국에게는 이익이 되는 일이다. 그 이익이라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인다. 미국에게 있어서 한국은 동맹도 우방도 아니다. 그저 자국의 남아도는 물자를 팔기 위한 시장에 지나지 않는다.

 

쓰레기를 버리려면 쓰레기 처리 비용이 들기 마련인데, 미국은 좋겠다. 쓰레기도 돈받고 팔아먹을 수 있어서.

 

다시 책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미국이 세계최강이 아니라면] 세계가 많이 달라졌을까? 미국이 9.11테러 이전과 이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원래 미국이 가지고 있던 본색이 드러난 것이지 갑자기 변한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미국이 비난의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자신에게 있다"(p.61)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즉, 그들 스스로 세계경찰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침략도 하고, 독재자의 편에 서기도 하는 등 위선적인 행동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스스로 미국을 과대포장해왔다는 이야기다. 사실, 민주주의의 대표격인 국가지만, 그들 내부로 들어가면 더 많은 불평등과 편견이 존재한다. 내부의 혼란을 외부로 돌리는 행동으로 늘 위기를 넘기는 걸 보면 처세를 잘한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책 내용이 어렵지 않고, 한편으로는 재미도 있었다. 미국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