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 메타포 2
클라라 비달 지음, 이효숙 옮김 / 메타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주인공은, 나쁜 엄마가 아니라 바로 그 엄마의 딸인 멜리다. 철저하게 멜리의 시각으로만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멜리가 되었다. 멜리는 엄마를 두 명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분홍빛의 상냥한 엄마, 또 하나는 검은 빛의 악독한 엄마이다. 어느 쪽이 진짜 엄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분홍빛의 엄마가 진짜 엄마였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으며, 검은 엄마를 동정하고 위로하면서 그 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소녀가 멜리다.

엄마는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으며, 그 병이 멜리에게 두 명의 엄마가 있다고 느끼게 한다. 물론 멜리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고 하니 오래된 병이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멜리의 엄마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아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 역시 그런 이중적인 면이 많았음을 인정해야겠다. 나의 컨디션에 따라 똑같은 행동에 대해서도 대하는 태도가 달랐던 적이 분명 있었음을. 그리고 그러한 나의 태도는 아이에게 혼란을 느끼게 해주었을 거라는 것을. 멜리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두 가지 행동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까지도 포함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아이 혼자 놀고 있도록 옆에 앉혀놓았다. 사실, 매주 토요일은 아이 아빠가 나를 위해 시간을 주기로 한 날이지만, 그 약속을 지키는 일은 거의 없는 듯하다. 그러므로, 토요일로 미뤄놓은 일을 해야만 하는 나는, 엄마의 일을 방해하고 같이 놀자고 떼를 쓰는 아이를 옆에 둔 채, 혹은 등에 업고 엉거주춤하게 앉은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다른 날은 괜찮은데 토요일만 되면 화를 내는 나는 나쁜 엄마일까? 아닐까?

멜리의 엄마는, 남들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하고 좋은 엄마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인정받지 못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완벽한 엄마를 연기한다. 또한 엄마는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검은 엄마의 모습을 드러내며 아이를 경멸하고 모욕을 준다. 아니, 멜리는 모욕을 준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이중적인 생활은 물론 엄마의 우울증이나 자살충동 등을 통해 병적인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런 엄마를 대하는 아빠나 할머니, 주변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그렇게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그러므로 멜리가 어렸을 때 엄마의 이중적인 행동(예를 들면 토요일의 나의 행동과 같은)을 두 명의 엄마가 있다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망상이 커진 것은 아닐까? 엄마가 좋아하는 행동만을 해야 하고, 검은 엄마와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은 멜리이다. 3이라는 숫자(아빠, 엄마, 멜리가 포함된 가족의 수 3)에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 것도 멜리의 망상이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엄마는 아이와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이다. 맞벌이부부가 많은 현실에서는 엄마나 아빠나 아이에 대한 친밀감이 그리 차이가 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이 책 속의 멜리는 엄마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엄마의 존재로 인해 늘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엄마의 병은 점점 더 깊어가고(이 부분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엄마의 병이 더 깊어졌다면 엄마가 취업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멜리의 정신적 측면이 더 악화된 결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빠는 점점 더 집으로부터 멀어진다. 멜리는 엄마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늘 숨긴다. 엄마가 아닌 주변 사람은 없다. (아빠까지도 늘 부재중인 이미지이다) 결국은, 멜리에게는 관심을 보여주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도 멜리의 이야기를 들은 후로는 멜리와 단둘이 있고 싶어 하지 않았고, 멜리의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도 엄마 편을 들기만 했지 멜리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멜리는 철저하게 무관심 속에서 생활했다.

나 역시 딸을 키우는 엄마이다. 내가 자라면서 우리 엄마의 행동이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받았듯이 나의 딸도 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다. 지금 내가 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네가 있어서 엄마가 행복하다는 감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이기 때문에 포기해야하는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때로는 아이를 향해 나도 모르게 검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감정들이 자꾸 쌓이다보면, 멜리처럼 내 아이도 그런 감정 상태를 겪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어린이심리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아이에게 언제나 일관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을 접한다. 그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나쁜 엄마를 읽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남에게 보이기 위해 아이를 이용하지는 말아야지. 내가 다른 이들로부터 좋은 엄마라 불리는 것보다 내 아이로부터 좋은 엄마라 불리고 싶다는 것. 이 책 속의 [나쁜 엄마]는 사회적으로 볼 때는 나쁜 엄마가 아닐 수 있다. 그것은 그녀를 대해는 사회의 태도(엄마의 친구들, 그녀의 취업)를 보면 안다. 그렇지만 멜리에게는 나쁜 엄마였다. 멜리가 자기 자신의 문제를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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