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한 그림 - 큐레이터 엄마의 특별한 그림일기
공주형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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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고민은, 출산, 육아와 함께 그만 둔 내 일에 대한 아쉬움과, 그로 인해 쌓이는 스트레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상쇄시켜줄 아이키우는 생활의 공존에 대한 것이다. 사실, 아이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한 것 같은 느낌은 지금도 여전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웃음에 즐거워하고 하루하루 늘어가는 재롱에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큐레이터 공주형은, 나보다는 1살 위, 그러니까 사회생활로 따지자면 같은 연배이다. 그런 그녀가, 일을 하면서 아이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것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집에서는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만큼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었다(p.7)는 그녀의 고백은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생각케한다. 공주형은, 사회생활에서 자신의 일을 잘해내는 일하는 엄마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육아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진 일이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바깥일을 하기란 얼마나 힘든 것인가? 물론 집에서, 아이만 돌보며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나도, 육아 외에는 다른건 생각하지 말자하면서도 바깥일에 대한 관심과 미련을 떨치지 못하듯이 말이다.

공주형은 그런 두가지 상치되는 고민을 이 책으로 풀어놓았다. 바로 아이와 일을 떼놓고 생각하지 말자. 아이를 생각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건 바로 그녀의 직업인 큐레이터로서의 지식을 바탕으로 그림을 통해 아이를 생각하고, 아이를 통해 그림을 생각하는 것이다.

우선은, 그림 속에 있는 아이들, 혹은 그림 속의 엄마들을 이야기한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와 더불어 아이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림을 읽기 시작한다. 그림에 다가서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 그녀가 택한 방법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읽는 나 역시, 그림을 통해 아이를 발견하기도 하고, 아이를 통해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림에 대한 나의 지식이 짧아 이 책속의 그림을 소화시키는데만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공주형의 시도는,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버리기보다 하나에 하나를 더해 또다른 하나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이 책이, 비단 엄마들에게만 다가오는 책이 아니었으면 한다. 이 책은 육아서적이 아니다. 그림읽기의 또다른 방법이 되기도 하고, 육아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공주형의 발상과 더불어, 내가 잘 모르는 한국화가들에 대한 지식이다.

그림, 하면 딱 떠오르는 화가들은 이상하게도 다 외국의 화가들이다. 그림에 문외한인 자로서 그 정도 떠오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닐 것이나, 우리 나라의 화가들에 대해 잘 몰랐구나 하는 마음은 든다. 흔히 이런 류의 책이 외국 유명화가에 집중되어 있다면, 그녀는 한국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여 그 균형을 맞추고 있다. 흔히들 끼워맞추기식으로 국내유명작가를 넣은 것이 아닌 점이 더욱 마음에 든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고민이 드러나는 글이기도 했다. 남들이 하는 걸 모두 따라하는 엄마가 아니라, 내가 잘 하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함께 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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