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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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들이 김민섭 작가와 친구를 맺고 있다보니 가끔 들러 살펴보곤 했다. 작가의 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그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김민섭, 은행나무) 때문이다. 음.. 그가 무슨 이야기를 썼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고,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로 인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회의적이기도 했다. 20년 쯤 전에 시간강사의 죽음으로 인해 4대 보험 가입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시간강사의 시간당 페이가 어디는 얼마고 어디는 얼마다... 국립대는 얼마인데 사립대는 얼마더라. 지방 국립대는 얼마인데 지방사립대는 그 반도 안되더라..등등. 말은 많았으나 속시원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었다. 그런 곳을 떠나 다른 일을 하며 살다보니 굳이 그 세계를 또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상당히 공감했고, 그렇게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가는 걸 보았다. 2022년 부산 원북원 후보도서로 이 책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가 올라왔고,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기로 하였다. 슬쩍 훑어보니 그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와 후쿠오카 보내기 프로젝트의 이야기가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폈다.

작가의 헌혈과 관련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허삼관매혈기』(위화, 푸른숲)는 마침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서 공감하기가 더 좋았다. 우리는 헌혈을 할 때 무슨 마음으로 할까?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단체로 헌혈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헌혈부적합 판정을 받아 하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제법 많이 했었다. 그리고 또 30대 때 모 가수의 팬클럽에서 활동하면서 그 가수 이름으로 헌혈증을 모은 적이 있어서 그때 시도했지만 또 부적합. 그러고보면 나는 헌혈을 시도했지만 결국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꽤 건강한 피의 소유자임이 틀림없다. 

헌혈을 하면서 피를 판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피를 팔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피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헌혈을 한다고 생각한다. 한번도 만난 적 없지만 나와 같은 혈액형의 피를 가진 사람, 나의 혈소판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눌 수 있고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기 위해서 이런 DNA(서로 나누고 서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는 필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김민섭 작가가 자신이 가진 후쿠오카 비행기표를 누군가에게 양도하기로 했을 때 누군가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그만큼 모여들 수 있었을 것이다. 또 그 과정이 이렇든 저렇든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SNS 속성 상 사람이 사람을 불러오기 쉽고, 소문이 퍼지는데도 한몫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김민섭 작가는 참 괜찮은 김민섭 씨를 만난 셈이다. 의도가 아무리 선량해도 곡해하는 사람, 시기하는 사람, 질투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김민섭 작가가 '질문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하면서 내가 강조했던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그냥 덮지 말고 질문꺼리를 찾아봐. 그것이 너에 관한 것이든, 친구나 가족 또는 우리 사회에 바라는 것이든 뭐든 좋으니 질문을 해보자 라고.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김민석 작가는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을 답을 찾아 나선다. 

교통사고 고소건도 그러하고 몰뛰작당도 그런 질문의 끝에 나온 행동이라고 보여진다. 그냥 덮고 말면 속은 쓰리겠지만 귀찮은 일을 안해도 되고, 굳이 매주 목요일 저녁 시간을 달리면서 보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것은,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될 누군가를 떠올렸고, 남에게 무례하게 굴면서도 그게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한번 쯤은 반성하거나 조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또 세상은 달라진다. 

나는 독서모임을 10년 째 이어오고 있다. 작은도서관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6명이 시작한 모임으로 매주 1권의 책을 읽고, 쓰고, 토론이나 토의를 이어오고 있다. 1년을 52주이고, 그 모임을 10년째 이어오고 있으니 500여 번의 모임과 500에 가까운 책을 읽은 셈이다. 그 모임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모임에 가야한다는 약속이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2명만 올 수 있으면 무조건 모임을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그 2명이 안될까봐 매주 이 모임을 우선으로 했던 누군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의 내 이야기를 떠올렸고, 우리를 떠올렸다. 그리고 계속 질문하고 생각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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