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우스이 류이치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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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는 터라(좋아하는 거지,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이 책, 꽤 관심 가는 책이었다. 아무래도 소재 자체가 관심있다보니 책을 읽는 속도도 꽤 빨랐다. 어떤 사물을 놓고 세계사를 살펴보는 책들이 제법 많다. 세계 역사라는 것이 무역(혹은 수탈)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슬람 수피교도가 '욕망을 억제하고 수행에 정진하기 위해' 즐겨 마셨다는 검은 음료가 바로 커피이다. 저자는 이 커피로 인해 17세기 유럽 상업자본가와 정치권력자의 욕망을 자극하여 유럽과 세계 문화를 바꿔놓았다고 전한다. 


1652년 런던 최초의 카피하우스가 문을 연다. 커피하우스가 급성장한 것은 17세기 후반이다.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커피하우스 덕에 커피산업과 커피문화가 일상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국은 커피의 나라가 아니라 홍차와 티하우스의 나라로 불린다. 18세기 중반부터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영국의 사회적 변화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슬람 세계에서 커피가 뿌리내리는데는 이슬람 신비주의 수도사, 수피교 수도사들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커피는 마시면 쉬이 흥분하게 되고 잠들기 어려워진다. 이런 커피의 부정적인 특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수피는 잠들지 않으려고 커피를 마신다. 이슬람 문화는 '밤'과 '잠들지 않는 것'에 본질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천일야화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슬람에서 가장 흔한 종교행위는 바로 밤을 새우면서 기도하는 일이다. 또한 수피교도는 먹는 것 자체를 지극히 절제했다. 식욕이 떨어지는 커피는 당연히 수피교도들에게 도움이 되엇을 것이다. 마른 몸이 이슬람의 미의식이다보니 커피를 마시면 살이 빠진다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그 자체적으로 종교의식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커피는 빵과 소금처럼 신성시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커피하우스는 어떻게 유행하게 되었을까? 종교적 의식이 아닌 사교의 장으로서의 커피하우스가 유행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 


"가장 사적인 집을 떠나서, 혹은 공적인 장소를 떠나서 그저 편안한 한때를 혼자, 아니면 동료들과 함께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람을 보고,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면 편하게 대꾸하면서,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즐기면 되고 지루하면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 공간 자체가 지닌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p.70)


내가 생각하는 카페도 이와 비슷하다. 나는 집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여유를 찾지 못한다. 집에 있으면서 눈에 보이는 가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카페로 간다.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다. 오롯이 2시간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어느 정도 힘을 얻는다. 매번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영국에서 커피가 일반 가정으로 들어가는 데 실패했지만, 프랑스에서는 달랐다. 프랑스에서 맨 처음 커피를 받아들인 이들이 베르사유궁의 귀족부인이었다. 귀족부인들 사이에서 커피모임이 유행을 하였고, 일반 평범한 부인들 사이에서도 카페 출입을 할 수 있었다. 


1778년, 프랑스에서는 와인 판매량이 급감했다. 와인과 브랜디는 프랑스 세계 교역의 대표상품이었기 때문에 프랑스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포도 재배를 위해 곡물 재배를 등한시한 결과, 와인 판매량이 급감하자 빵 가격을 유지할 수 없었다. 프랑스 농업이 받은 타격은 프랑스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마른강과 센강에는 화물선의 모습이 아예 자취를 감추었을 정도라고 한다. 프랑스를 위협하던 불황은 선거권이 없던 사람들마저도 선거운동의 열기 속으로 끌어들였다. 


커피에는 차나 술과는  다른 점이 있다. 첫째, 저 먼 중남미나 아프리카 어딘가의 세상에서 커피를 생산해야 한다. 둘째, 그 커피콩을 우리에게 안전하게 보내주는 일련의 산업구조(수출업자, 중개인, 선박회사, 창고회사, 가공업자, 소매점, 커피점 등)가 트럭 한 대, 사람 한 명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고도 성실하게 기능해여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차나 술을 마시는 행위와 달리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며 인공적이고 문명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유럽 열강의 식민지 지배라는 오랜 과거와 원활한 세계 교역의 존재를 전제로 할 때 비로소 가능한 행위이기도 하다. (p.315) 


책에서는 유럽 열강이 커피를 얻기 위해 식민지를 개척하고, 커피 생산을 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유럽의 식민지 개척과 수탈에는 비단 커피만 해당하지는 않지만, 커피를 얻기 위해 생산지를 개척하고 식민지 국민들이 하나의 작물에 몰입하게 하여 자급자족을 어렵게 만들었다.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이 한 잔의 커피에도 노동력에 대한 공정한 대가가 지불되었기를 바래본다. 


세계사를 재미있게 훑어볼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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