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세계 - 내 마음속 10가지 감정을 탐구하는 지적 여행
레온 빈트샤이트 지음, 이덕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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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관련 있는 책은 그동안 제법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차례를 살펴보다 아 낮선 감정들이 있다 싶어서 읽게 되었다. 총 10개의 감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두려움, 사랑, 지루함, 분노, 배고픔, 자기자비, 애도, 인내심, 열정, 만족감. 특이한 것은 '배고품'이었고, 궁금했던 것은 '자기자비, 인내심, 열정'이었다. 


이제 우리의 기술이 우리를 점점 앞지르고 있다. 지능이나 높은 아이큐가 인류를 특징짓는 단어가 될 수 없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계속 강조되는 것이 '느낄 수 있는 능력, 즉 감정'이다. 저자는 감정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애착과 신뢰, 수치심과 혐오감, 희망과 우울, 수줍음과 질투, 고통과 공감 등 다양한 감정들은 그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쁜 감정이란 없다'고 먼저 이야기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수치심'이나 '수줍음' 또는 '고통'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은 필요없는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긍정적이고 좋은 것들만 있으면 좋을텐데 왜 아프고 힘든 감정들을 견뎌야 할까? 


저자가 첫번째로 다룬 감정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분노나 증오 같은 다른 감정 뒤에 숨어 있다. 일반적인 불안 장애 역시 두려움의 일종이지만 우리는 불안 장애가 찾아왔을 때 나타나는 현상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불안 장애 그 자체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불안 장애 역시 만성화 되기 바련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겨우 22페이지) '아, 이 책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놓고 근본 원인이 아닌 현상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비단 감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물론 눈 앞에 보이는 현상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바로 해결하거나 수정하거나 조처를 취할 것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즉, 지금 눈앞에 나타난 현상은 조처를 하되,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서 해결을 하지 않으면 만성화되어 큰 병, 큰 문제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려움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아주 오래된 메커니즘이다.(p.24) 두려움은 학습된 것이다. 두려움은 기분 나쁜 감정이지만 나쁜 감정은 아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더 큰 두려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걱정을 한다. 걱정을 함으로써 우리의 마음은 미래를 여행한다. 잘못될 일은 없다. 걱정 속에 잠김으로써 우리는 한편으로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 "적어도 걱정은 하고 있잖아." (중략) 걱정을 통해 우리는 두려움에 둔감해질 수 있다. 결코 완전히 쉬지 못하는, 늘 긴장으로 차 있는 상태에서 우리는 자신이 준비된 사람이라고 느끼며 걱정 아래에 놓인 두려움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p.37)


우리 몸에 포도당이 충분하지 않으면 배고픔이라는 신호가 전달된다. 몸에서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특정 값 이하로 떨어지면 바로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나는 한번도 '배고픔'이 감정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진화 과정에서는 우리의 위가 얼마나 채워져 있는가와 상관없이 배고픔을 느끼게 되었는데 이는 위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기회가 있을 때, 먹을 것이 있을 때 먹어 두는 것이 생존을 보장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에너지가 부족할 때 짜증(배고픔)을 느낀다. 


저자 역시 배고픔을 감정에 넣어도 될지 생각해본 것 같다. "배고픔도 감정일까?"에서 풍요의 세계에서는 배고픔이 더 이상 결핍을 경고하는 신호가 아니라 우리를 유혹으로 이끄는 신호라고 말한다. 그래서 '배고픔'이라는 감정을 적대시한다고. 


우리 안의 생명체는 우리와 음식을 나눠 먹고, 뇌에 도달하는 물질을 우회적으로 배설한다. 그리하여 기분이나 수면의 질, 정신 상태를 결정하는 세로토닌을 비롯한 도파민, 감마아미노낙산과 아세틸콜린과 같은 여러 가지 전달 물질의 생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물의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 미생물들이 우리의 배고픔 감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p.127)


장과 뇌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미생물은 수백만 년에 걸쳐 정교하게 만들어진 독특한 소화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에게 잘못된 먹이를 주게 되면(우리가 건강하지 못한 음식이나 인체가 사용하지 않는 안정화합물 등이 포함된 음식을 먹게 되면) 미생물의 기능을 손상키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장의 균형이 깨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감정은 '자기자비'이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할 때 이들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는 무자비할 정도로 엄격하다. 왜 다른 이들은 보살피면서 자기자신은 보살피지 않는걸까? 


자비심은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의 일어남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자비심을 느낀다는 것은 그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의 괴로움을 덜어주고자 하는 의지가 솟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쓰러져 있을 때 도와주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과 의지, 용기는 여기에서 온다. 자기 자비는 스스로를 당신이 좋아하는 누군가와 똑같이 대하는 태도다. p.143 


자기 자비는 세 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가지는 자신에 대한 친절함, 내가 경험하는 고통을 다른 사람과 구별해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으로 이해하려는 태도, 과잉동일시를 하지 않고 마음챙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독한 자기 비판은 멈춰야 한다. 자기자비는 괴로움을 느끼는 순간 자신을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다. 자신의 괴로움을 정면으로 인식한다. 평균적으로 자기자비심이 높은 사람은 부정적인 사고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또한 실패를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인다. 특히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는 자기 자비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노년의 자기자비는 우울과 불안을 덜어주고 삶에 대한 열정과 만족감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감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변하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고 어떻게 활용할까? 막연하게 알고 있던 감정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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