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 놀라운 발견이 가득한 곳 똑똑한 책꽂이 25
호셉 수카라츠 지음, 미란다 소프로니오 그림, 문주선 옮김, 페란 아드리아 추천 / 키다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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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장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왜냐면 나는 시장에서 자랐고, 나의 어린 시절은 시장과 관련된 이야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시장을 돌아다니던 기억, 길거리 곳곳에 있던 고양이들, 없는 것 없이 다 팔던 시장이 떠오른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시장이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몇개 시장이 골목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름 있는 커다란 시장들도 있지만, 이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재래시장은 그리 많지 않다. 현대화 사업, 개량 사업 등을 통해 대형마트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시장도 있다.

이 그림책에는 전 세계 약 50여 곳의 시장이 등장한다. 그림책 맨 마지막 40~41에는 시장 이름과 설명 페이지, 그리고 지도 위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번호가 있다. 42~43에는 세계 지도가 펼쳐진다. 처음 이 그림책을 설렁설렁 넘기다가 맨 마지막 페이지 지도를 한참 보았다. 옆 나라 일본도, 중국도 시장이 있는데 대한민국은 없다. 이건 조금 아쉽다. 아이들하고 같이 이 그림책을 본다면, 우리나라 시장을 한번 그려보는 것도 괜찮겠다.

시장은 고대부터 도시의 중심이었으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장소였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었다. 인류 최초의 상인은 '행상'이었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다가 한날 한시에 같은 곳에 모여 팔기 시작한 것이 시장이 되었다. 의외긴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고대 로마의 마첼룸 같은 곳이 물건을 사고 파는 역할도 했다고 한다.

시장에 가면 물건을 살 수 있고, 무언가를 교환할 수 있으며, 즐길 수도 배울 수도 있다. 시장은 식품 저장고이자 커다란 요리교실이고 훌륭한 식당이기도 하다.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로도 시장은 유용했다.

시장에는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판다. 녹색채소, 과일, 색색의 채소가 있고, 고기, 생선, 그리고 온갖 종류의 먹거리가 즐비하다. 향신료와 조미료, 콩과 식물과 곡물들, 가공식품 뿐만 아니라 '이것도 먹는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식재료도 찾을 수 있다. 썩은 냄새가 나는 두리안, 거미, 오리 혀, 캐비아, 달팽이, 도마뱀, 그리고 거북손(아, 이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본 적이 있다)도 있다.

시장에는 시장 가까이에 있는 곳에서 키우거나 채집하고 잡은 것들이 많다. 그러나 운송 수단과 저장법의 발달로 아주 먼 곳에서 온 것들도 팔게 되었다. 일반적인 식재료를 파는 시장도 있지만, 세계의 시장은 각각 장소의 특징도 파는 물건도 다른 곳이 많다.

비가 많이 내리는 영국에서는 1822년 최초의 실내 시장이 열린다. 이 시장은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주었고 실내 시장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런가하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아프리카에서는 거의 노천 시장이 열리고, 태국이나 미얀마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수상 시장이 있다. 그밖에도 중고품을 파는 시장도 있고,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바자가 있다. 수산시장도 있고 도매시장도 있다.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시장이니 당연히 교환 수단인 돈에 대해서도 설명을 한다. 그림책 한 권에 이렇게나 많은 정보를 담아 놓았다. 글 뿐만 아니라 그림이 숨겨놓거나 표현한 시장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시장에 직접 가서 흥정도 하고 물건도 골라보고 사는 일이 이제는 흔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마트에 물건값은 '흥정'이 필요없다. 정가가 있고, 미리 할인가도 정해놓는다. 시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흥정을 하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장이 조금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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