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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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 주인공이 이메일을 서로 주고 받는 형식의 독특한 소설이다. 편지글이라는 특성상 읽기가 쉽고 남의 편지를 은밀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주인공 에미와 레오는 우연한 실수로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점점 `당신의 글`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 <Her>에서 인공지능의 os 에이미와 사랑에 빠지는 테오도르처럼 실제 만남이 아닌 가상공간에서의 환상을 쫓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관계는 철저히 `바깥`이다. 가끔씩 나를 숨기고 역할에 충실해야만 하는 실제 생활과는 다른, `빈틈없고 정복당할리 없고, 침입자 하나 허용하지 않는 굳게 닫힌 요새`로 기능하는 메일 속에서 그들이 글로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소설을 끝까지 밀고간다.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pc 통신이 시작되고나서 채팅 붐이 일었을때가 생각났다.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두근두근 하면서도 떨리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기던 시절. 나는 에미처럼 당차게 인연을 만들어가지 못했지만 현실과는 다른 나만의 `바깥`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공감이 갔다.
들뜬 마음으로 보냈던 삶의 한 시기를 이들은 품위 있게 마무리 했을까? 결말은 의외였으나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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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 2015-06-1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죠!! 책도 얇고 소히 둘의 케미가 마구마구 전달되는 소설이었어요 ~속편도 있는데 그건 별로였어요 ~~

살리미 2015-06-19 13:26   좋아요 0 | URL
대화가 아주 찰지더만요~^^ 이메일로만 소설 한편이 충분히 나올 정도로요 ㅎㅎ 둘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는데 속편은 별로라고 저도 들어서 읽을까 말까 살짝 고민중이에요.
 
국경시장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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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상하게 단편 소설이 잘 읽히지 않는다. 한 소설집 안의 여러 단편을 다 읽는 경우도 드물다. 내가 건성건성 독서를 하는 편이라 그런지 여러 사건이 쉴새없이 얽히고 설키는 장편소설은 그나마 쭉 따라가는 편인데 단편소설들은 대부분 찰나를 놓쳐도 재미를 잃어버리기 일쑤라 읽고나도 별 남는게 없는 느낌이다.
그런 이유인지 나는 이 작가를 몰랐다. 한국 소설계에 내가 별 관심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등단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번이 두번째 소설집이라 하니까.

그런데 이 소설집이 워낙 재밌다는 추천을 듣고 희안하게 별 고민없이 클릭질을 해서 덜컥 이 책을 사버렸다.(잘 알지도 못하는 작가의 단편소설집을 사는 것은 내겐 정말 희안한 일이다.) 이름만 듣고는 남자인줄 알았는데 소설집을 펴보니 작가사진이 야무진 여자 얼굴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일은 첫번째 단편 <국경시장>을 읽고 나서 벌어졌다.
정말 너무 재밌는거다!! 다음 단편도 단숨에.. 또 다음 단편도 단숨에..
실로 오랜만에 단편소설집 한권을 단숨에 읽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작가는 워낙 상상력도 뛰어나지만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다. 여덟편의 소설이 모두 다 장편소설같은 서사를 가지고 환상과 관념, 욕망과 현실의 세계를 오락가락 한다. 특히나 <국경시장>과 <쿠문> 같은 작품은 정말 소름이 돋을만큼 새로웠고 작가의 자전소설이라는 <한방울의 죄>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고백이었다. 지금 손가락이 아파 다 쓸수는 없지만 여덟편의 단편 모두 소중하다.
책을 읽는 동안 완전히 작가에게 매료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또다시 반하게 되었다. 두번째 책을 묶으면서 소설쓰는 일이 볼리비아 해군과 같지 않은가 생각해본다고. 패전 후 영토를 뺏기고 남미 최빈국으로 전락한 볼리비아는 자신들의 지도에서 바다가 사라진 후에도 해군을 해체하지 않았다. 오늘날 볼리비아 해군은 해발 삼천팔백십 미터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에서 하얀 제복을 입고 열심히 훈련을 한다고 한다.
위대한 작가들이 탄생할 수 있는 바다의 시대는 지나가버리지 않았나 하는 시기에도 항상 스케일이 큰 문학을 동경하는 김성중 작가는 쓰는 일과 사는 일이 다 같이 복잡해지면 볼리비아의 해군을 떠올린단다.
언젠가 하얀 제복을 입고 호수 아닌 바다로 나갈 때가 있으리라. 그때까지 뱃멀미를 참으며 훈련을 거듭하는 수밖에. 그럴 수밖에.
그렇게 훈련하는 작가를 나는 열렬히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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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 우리 시대 탐서가들의 세계 명작 다시 읽기
고민정 외 지음 / 반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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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독서는 영원히 살아남는다!
이 책은 우리 시대 탐서가들이 다시 읽고 싶은 동화를 추천하는 형식의 에세이다.
나도 어렸을 때 엄마가 <계몽사 소년 소녀 세계 문학 전집> 같은 책들을 많이 사주셔서 비교적 책과 일찍 친해질 수 있었는데 자라면서 보니 그런 환경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흔한 행운은 아니었다.
중고등학교때는 공부에 치이느라 교과서 외에는 거의 책을 읽지 못하였으니 내 유년을 채운 것은 그 세계 문학 전집들이었다.
여기 소개된 동화들을 다시 생각해보니 그 책을 읽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때는 다 이해할 수 없었던, 아니 그때 나름의 시선으로 이해 가능했던 내용들이 어른이 된 지금은 많이 다르게 이해된다는 걸 깨닫는다.
플란더스의 개를 읽으며 넬로의 가난이 마냥 슬프기만 했다면 지금은 우리가 사는 세상도 네로와 파트라슈가 살던 그 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음이 슬퍼진다. 빨간머리 앤을 읽으며 앤의 상상력과 성공에 희열을 느꼈던 지금은 앤의 콤플렉스가 그의 성공의 동력이었음이 보인다. 인어공주를 읽으며 왕자님과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손꼽던 나는 지금은 인어공주가 꼬리 대신 두 다리를 얻으며 받는 고통이 성장의 고통이라고 이해한다.
항상 어린 시절 읽었던 명작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겠다고 마음 먹으면서도 늘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보기에도 시간이 쫓겨 실천할 틈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다짐을 해본다. 분명 그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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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16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주 어렸을 때 계몽사에서 나온 디즈니 동화 전집을 읽었어요. 이 책으로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같은 고전동화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
 
19금 경제학 - 위기의 시대, 유쾌하게 푼 경제의 진실
조준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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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교수의 <집 나간 책>을 읽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쉽고 재미있게 경제를 설명했다는 것도 끌리지만 서평 마지막에 굉장한 낚시질을 해놨기 때문이다. (사진 참고)
경제학 박사이지만 경제학과 돈 버는 일은 별개라는 사실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다는 저자는 돈이 되든 안되든 경제학은 우리 삶 속에서 싱싱하게 살아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나도 세상 살기 힘들 때마다 돈이라도 벌어볼까 하는 심정으로 경제학 책들을 사보곤 했지만 그럴때마다 책값만 나갔지 별 도움이 안될 때가 많은터라 이 책이 무척 반가웠다.
저자의 말처럼 경제를 잘 알고 싶다면 어려운 경제학을 배우려고 애쓸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키울 일이다. 이 책이 19금인 이유는 세상을 보는 지혜는 애들은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기 때문이라는데 서민 교수의 말처럼 나도 거기엔 공감 할 수 없다. 오히려 내 아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대목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2009년에 나온 책이라서 최근의 이슈가 아닌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세상을 보는 시선이 마음에 들고 게다가 유머까지 갖추신 분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분의 저서는 기꺼이 사볼 생각이다. 책값보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며 세상을 씹어보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는 비용편익분석쯤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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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1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조만간 읽거될거 같은 예감이 드네요 ㅋㅂㅋ

살리미 2015-06-12 10:00   좋아요 0 | URL
궁금하시죠? ㅎㅎ 저도 그렇게 낚였답니다. 후회는 없어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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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에게 나의 안부를 보내는 편지는 화려한 미사여구가 없어도 참 아름답다. 특히나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손편지는.
그 사람이 나와 같은 길을 가는 동지라면, 내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면서 내가 힘이 나는 이유도 그것이다. 특별한 사건이나 서사가 없이 그저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하는 안부만으로 엮어진 편지 모음에 불과한데도 두 분의 인생을 다 들여다 본 느낌이다.
늘 서로를 걱정하고 세상을 걱정하고 아이들을 걱정한다. 항상 미안해 하고 죄송스러운 맘이 먼저다.
요즘처럼 사람들이 늘상 연결되어 있는 시대에는 오히려 이런 애틋함은 사라져버린 듯 하다. 소식을 보내고 소식을 기다리며 다음엔 더 나은 소식 들려드릴 수 있도록 삶을 더욱 충실히 하셨을 것이다. 험난한 역사를 다 겪으신 두 분이지만 진정한 벗이 있어서 가는 길이 힘들지만은 않았으리라. 우리 시대의 아동문학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함께 나눌 벗이 있으니 얼마나 든든했겠나.
마지막에 실린 이오덕 선생님의 <몇 평생 다시 살으라네>와 권정생 선생님의 유언 <용감하게 죽겠다>를 읽으니 끝내 눈물이 터져 나왔다.
만약에 죽은 뒤 환생을 할 수 있으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 스물 다섯살 때 연애를 하고 싶다는 권정생 선생님. 하지만 다시 환생 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면 환생은 생각해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고 하셨다.
아직도 선생님의 소박한 소망이나마도 실현될 수 없는 세상인 듯 해서 마음이 아파온다.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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