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녀 주인공이 이메일을 서로 주고 받는 형식의 독특한 소설이다. 편지글이라는 특성상 읽기가 쉽고 남의 편지를 은밀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주인공 에미와 레오는 우연한 실수로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점점 `당신의 글`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 <Her>에서 인공지능의 os 에이미와 사랑에 빠지는 테오도르처럼 실제 만남이 아닌 가상공간에서의 환상을 쫓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관계는 철저히 `바깥`이다. 가끔씩 나를 숨기고 역할에 충실해야만 하는 실제 생활과는 다른, `빈틈없고 정복당할리 없고, 침입자 하나 허용하지 않는 굳게 닫힌 요새`로 기능하는 메일 속에서 그들이 글로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소설을 끝까지 밀고간다.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pc 통신이 시작되고나서 채팅 붐이 일었을때가 생각났다.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두근두근 하면서도 떨리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기던 시절. 나는 에미처럼 당차게 인연을 만들어가지 못했지만 현실과는 다른 나만의 `바깥`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공감이 갔다. 들뜬 마음으로 보냈던 삶의 한 시기를 이들은 품위 있게 마무리 했을까? 결말은 의외였으나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