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서재 - 진화하는 지식의 최전선에 서다
장대익 지음 / 바다출판사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장대익 교수의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을 읽은 적이 있는데 과학이라는 것에 대해 새롭게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이 시대의 교양은 인문학을 벗어나 `과학`을 포함하는 인간학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를 하게 된 것이다.
과학과 사람들에서 만드는 팟캐스트에서 저자는 `과학책이 있는 저녁` 코너를 진행하는데 거기서 소개하는 과학책들이 다윈의 서재에 나온 책들이었다. 팟캐스트를 듣다가 공개방송에서 장대익 교수가 ˝도대체 어떻게 쓰면 과학책을 읽으시겠습니까˝ 하고 너무도 진지하게 물어서 그분의 고민이 조금은 느껴지기도 했었다.
이 책은 그런 고민의 결과로 나온 것 같다. 제1부 다윈의 서재에서는 다니엘 데닛 교수가 `만일 다윈이 살아있다면 그의 서재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스무명의 저자를 초대해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책을 소개한다.
제2부 장대익의 서재에서는 주제별로 장대익이 추천하는 책을 소개한다. 이렇게 가상대담과 북토크 형식으로 서평을 쓴 이유는 무엇보다도 재미를 위해서라고 한다. 재미있어야 읽으니까!
파인만이 한 말. 사실 대가들끼리 자기들만 아는 용어로 고준담론을 펼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물리학을 일상 언어로 보통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거장의 권위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며 오직 문외한인 그들을 충분히 이해시킬만큼 `진짜로` 알고 있는지가 관건이라는데 그런 점에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나는 읽어보려고 엄두도 못냈을 책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소개 받을 수 있어서 흥미가 생기는 분야의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만큼 과학책읽기의 가이드 노릇을 톡톡히 할 것 같다.
실제로 이 책을 읽다가 구미가 당기는 책들을 몇권 샀는데 마침 태양계 행성 마그네틱까지 덤으로 생겨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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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4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4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7-2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대익의 스승 대니얼 데닛<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보면 데닛이 과학자들의 고담준론을 격파하는 장면들이 꽤 재밌죠. 그렇게 말하는 데닛의 책도 실상 그렇게 일반언어라고 할 수는 없으나^.ㅜ;;

살리미 2015-07-24 18:21   좋아요 1 | URL
아!! 그 책이 대니얼 데닛의 책이었군요^^ 제목은 들어봤는데... 이렇게 연결되네요. 이래서 독서가 재밌어요^^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흐르는 강물에 제 몸을 맡긴 사람은 기분 좋게 흘러 가지만, 도중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려는 사람에게 현실은 고달프다. 아무 생각 않고 매 순간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사람은 흘러가는데 능숙해져 오히려 그쪽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교코는 이 나이가 되어 뒤늦게나마 간신히 결단을 내린 것이다. (P.55)

남들과 비교하고 유행을 쫓아야 하는 삶에서 조금 지쳐갈 내 나이 또래 사십대 여자의 마음이 잘 나타난 소설이라 무척 공감^^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려면 뜻하지 않은 곰팡이와 모기의 습격을 받고 겨울이면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하고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교코처럼 그 삶을 실천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수도 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덜어내기! 그러다 보면 이제껏 흘려 보냈던 작은 행복들을 건져올릴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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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제이 굴드, evolution science - 다윈을 뛰어 넘는 굴드의 생각 뒤집기, Sciencing Odyssey 14
워렌 D. 올먼 박사 외 지음, 강주헌 옮김 / 휘슬러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알라딘 16주년 기념으로 나의 독서 이력을 정리해 준 것을 보면 나는 애들을 위한 초등 도서를 제일 많이 구입한 것을 제외하면 구입도서 2위가 한국 소설 3위가 과학분야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내가 과학책을 잘 안 읽는다는 것은 여러번 밝힌 바 있는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나는 주로 읽고 싶은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알라딘에서 구입하는데 한국소설은 안그래도 어려운 위기에 있다는 한국 문학계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왠만하면 사서 보자`라는 심리가 작용했고 과학 분야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와도 거의 읽지 않고 반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왠만하면 사서 느긋하게 읽어보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뭏든 이렇게나 나의 아킬레스건인 과학 분야의 책들은 차곡 차곡 구입해놓고 쌓아두기 일쑤인데 그건 엄마보다도 더 책을 안 읽는 우리 애들도 마찬가지다. ㅠㅠ
자~ 다시 분위기를 바꿔서!
그런 내가 요즘 꽂혀서 재밌게 듣고 있는 팟캐스트가 있으니 바로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 있네`다. 내가 즐겨듣는 문학 팟캐스트들이 요즘 줄줄이 문을 닫아서 더이상 들을게 없다는 이유로 우연히 듣게 된 팟캐스트인데 왠걸~ 너무 재밌다! 자기 전에 들으면 자다 큭큭 웃기도 하고 때론 잠도 슬슬 온다 ㅋㅋ
게다가 `파토의 과학책이 있는 저녁`은 장대익 교수가 추천하는 과학책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책을 좋아하는 나는 단연 그 팟캐에 꽂혔다. 거기서 소개되는 책들이 장대익교수가 쓴 `다윈의 서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길래 오래전 사놓고 읽지 않은 그 책을 다시 펼쳐보는 계기가 되었고 오늘은 `다윈의 서재`를 읽다가 우리 애들 보라고 전에 사줬던 책 중 `스티븐 제이 굴드`라는 책이 생각나서 이 책까지 읽게 되었다. 청소년용 도서지만 현대 진화론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스티븐 제이 굴드에 대해 알아야 할 핵심은 제대로 짚어주는 책이다. 당시 초등학생인 우리 애들에게 이걸 사줬으니 안읽을 만도 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나저나 2007년 초판이 나오자마자 구입한 이책을 이제서야 읽어보다니... 그나마도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덕분에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이 책이 드디어 애들 손에도 아니구 내 손에!! 들어온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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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임순례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고, 원작이 오쿠다 히데요 소설이라길래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미뤄두었던 것을 이제서야 펼쳐보았다. 대강의 내용도 알고 있는데다가 워낙 리뷰도 많이 읽었고 오쿠다 히데요의 글이라면 재미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오히려 독서를 방해하고 있었던 셈인데 만약 나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주저없이 책을 펼치라고 권하고 싶다.

옛날 과격파 운동권 출신이고 지금도 걸핏하면 날뛰는 아버지. 운동권의 권력다툼에 염증을 느끼고 지금은 아나키스트가 되어 홀로 '국민연금 납부 거부' '세금은 못내' 투쟁중. 국가 권력에 써먹기 좋은 인간을 양성하는 곳이 학교라며 학교 따위 안다녀도 그만이라고 하고 아들의 학교에 찾아가 수학여행비 부정에 대해 교장과 담판을 벌이는 등 하는 일이 없어도 매일 바쁘다.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하고 '보통의 아버지, 회사 다니는 아버지'를 부러워하는 아들 지로는 자기를 괴롭히는 중학생 가쓰와 가쓰의 부하 역할을 하는 친구 구로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지로의 세계는 아버지의 세계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그래서 지로도 서서히 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국가나 자본, 학교 이런 당연한 것들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역사에서 국가나 학교가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더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은 그런 것이 없어도 잘 지내왔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가족이 오키나와 근처의 이리오모테 섬으로 이주하는 건 작가의 탁월한 은유다. 오키나와는 원래 일본 영토가 아니었고 류쿠 왕국이 있던 오키나와를 일본이 점령하면서 일본 땅이 된 곳이다. 이리오모테도 류쿠 왕국에 의해 점령당한 곳이었고 그 곳의 사람들은 류쿠 왕국에 저항해서 자신의 땅을 지키려던 기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이 소설이 마지막에 그 때의 영웅 <아카하치 이야기>를 읽으면서 끝을 맺는 것도 그런 이유다.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의 탁월한 비유와 여러 사회문제를 광범위하게 꼬집는 능력에 무릎을 치게 된다.

우리에게 국가란 무슨 의미인가? 원래 국가나 자본과는 상관없이 살던 사람들에게 왜 국가를 강조하고, 심지어 국가가 그들의 행복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데도 국가니까 당연히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 또하나의 멋진 방식은 의문을 던져줄 뿐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조트 개발업자와 지로가족의 싸움이 일어났을때 이리오모테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전교생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한다.

"어느 쪽이 옳은 지, 선생님도 섬사람들도 모릅니다. (...) 단지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초등학생인 여러분의 본분은 공부라는 것입니다. (...) 여러분이 거기에 휘둘려서는 안됩니다. 만일 의심을 품었거나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잊지 말고 가슴속에 간직해주세요.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머리로 판단하여 정의의 편에 서는 사람이 되어 주세요....."

우리의 학교는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쩌면  나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는 많은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할수 있나? 언론은? 권력과 자본을 비호하기 바쁘고 그냥 모른척하고 말 잘 들으며 살아가기를 가르치고 있지는 않나? 우리가 정말 우리의 권리를 지키고 살아가고 싶다면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의심을 품는 일부터 가르쳐야 할 것이다.

지로가족이 이리오모테의 집을 지키고 리조트를 개발하려는 거대자본을 물리쳐 주기를 애타게 바라보았지만 역시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 아빠는 국가의 힘이 미치지 않는 더 먼 남쪽 섬으로 찾아갔다. 국가가 내 발 디딜 땅 하나 허락하지 않아서, 남쪽 땅을 찾아 갈 힘도 없어서 망루에, 굴뚝에 오르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생각해 본다. 그들에게 국가는 어떤 의미일까. 지로가족에게는 따뜻한 마음과 필요한 물자를 나누던 이웃들이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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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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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이 소설이 오래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길래 영화를 찾아 보았다. 단편을 긴 영화로 만들다보니 원작에 굉장히 충실했는데 1870년대의 프랑스 요리다보니 실제 재료들을 공수해오는 장면이나 재료 손질을 하는 장면에서 약간 혐오스러웠다. 요즘은 귀여운 메추라기를 보면서 맛있겠다고 생각하기 어렵고 실제로 메추리 털을 하나 하나 뽑아 손질해서 조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사람들에겐 그런 요리는 특별한 날에나 먹는 만찬이었지만 요즘은 매일 고기가 흔하게 식탁에 오르내리니 공장식 축산이 성행하고 `동물`과 `고기`를 최대한 분리해서 생각하는게 자연스럽다.
우린 날마다 `고기`를 먹지만 `소`를 먹는다 생각하진 않는 습관이 들여졌으니 바베트가 요리하는 장면에 소머리가 떡하니 올려져 있고, 커다란 바다거북이 요리되길 기다리며 꿈틀거리고, 닭장 속에 메추라기들이 털이 뽑혀 빵속에 영계 모양으로 장식되고, 화룡점정으로 메추리 머리가 떡하니 올라갈 때 기겁을 할 수 밖에.
항상 검소하고 청렴한 생활이 미덕인 청교도 들에게 프랑스 요리사가 내놓은 만찬은 힐링이 되어 북유럽 찬 겨울 사람들의 마음을 나도 모르게 녹아내리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것이 과잉인 지금, 너무 잘 차려진 식사로 욕망을 채우는 것보다는 소박하고 정갈한 식사로 내 혀의 자극을 다스리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이 책을 보면서, 영화를 보면서 금욕적이고 단정한 두 자매와 마을의 분위기에 더 끌린 것은 바로 그 때문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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