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바꿨다. 아이폰 5에서 무려 블링블링한 아이폰 6 플러스 로즈골드로! 그 폰은 3년 정도 썼나보다. 스마트폰은 아이폰 4로 시작해서 계속 아이폰만 써왔으니 화면이 작아 아이폰은 못쓰겠다는 불평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작은게 좋았고 손안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가 나한텐 너무 익숙해져서 스마트폰이 생기면서부터는 컴퓨터를 켤 일이 거의 없었다. 리뷰도 북플로 올리는게 훨씬 편했다. 자판입력속도가 엄지족 저리가라 할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그런데 내 아이폰 밧데리가 이상신호를 보이면서 나는 점점 wall-hugger (충전을 위해 늘 벽에 붙어사는..)가 되었다. 백프로 충전을 해도 한시간이면 밧데리가 동나버렸다. 어딜 나가려면 두려움이 몰려왔다. 바꿔야 할때가 왔어... 하는데 상냥한 아가씨가 전화가 왔다. 그리고 일을 저질렀다.
예전 폰을 그대로 백업했으니 크기만 커졌을 뿐 전혀 새폰이라는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한시간정도 기분이 좋았다. 은은하게 기품있는 로즈골드 색상에 취했고, 한시간을 두들겨대도 아직도 98%인 밧데리가 기특했다. 좋았어!!
그런데 문제는 북플을 하다가 발생했다.
자판입력을 못하겠다. 오타가 너무 많이 난다.
그동안 나는 눈감아서도 칠 수 있는 실력을 연마했는데
간격들이 달라져서 한 단어도 오타 없이 치기가 너무 어렵다.
슬슬 짜증이 난다. 오늘 북플에 올리려다가 포기한 글도 두편이나 된다. 지금 이 글도 영화 스파이브릿지를 본 감상을 적어 볼까 하다가 이렇게 된 거다. 컴퓨터를 켜기는 귀찮다. 머릿속에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물흐르듯 써야 하는데 오타가 자주 발생하니까 생각이 엉켜버렸다.
예전 사용하던 폰을 잡아본다. 새 폰에 밀려서 더욱 쓸쓸한 모양새가 되어 버린 앙징맞은 사이즈의 폰! 뒤로 밀려난 것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슬프다. 내가 너한테 많이 익숙해져 있었나보다.
나는 지금 이 글을 겨우 쓴다.